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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한국1등’ 자만심에 중국 얕봤다가 참패하다

<실패사례연구>

롯데백화점 베이징서 4년만에1134억 적자보고 철수하게된 까닭

지해범 중국전문기자

북경=김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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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1일 롯데베이징점 개업식 모습/조선일보 자료사진>

◆썰렁한 왕푸징 매장
지난 16일 오후 1시, 중국 베이징(北京)의 쇼핑 중심가 왕푸징(王府井)대로에 위치한 롯데인타이백화점(樂天銀泰百貨) 3층 여성복·화장품 매장. 한가롭게 잡담하는 직원들만 보일 뿐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요일 오후 쇼핑 시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3층 중간 지점에서 20여분간 지켜봤지만, 지나가는 손님은 30여명에 불과했다. 4층 신발ㆍ영캐주얼 매장도 마찬가지.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5층 남성복ㆍ아웃도어 매장과 6층 어린이용품ㆍ소형가전 매장도 다를 바 없었다.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 출입문 바로 앞은 내부 수리 중이었다. 한 직원은 "저런 상태가 꽤 오래 됐다"고 했다. 1층에 한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부스를 설치해 놓았지만 제품은 진열돼 있지 않았다. 정상 영업을 하는 백화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4차선 도로 건너편 왕푸징 ‘보행자 거리(步行街)’의 경쟁 백화점들은 쇼핑객들로 북적댔다. 1955년 베이징에 처음으로 들어선 왕푸징백화점(王府井百貨)과 홍콩의 부동산개발 업체 쑨훙카이그룹이 투자한 신둥안광창(新東安廣場)은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하철 1호선 왕푸징역 바로 옆의 둥팡신톈디(東方新天地) 복합쇼핑몰도 초만원이었다.

◆4년간 1000억 손실로 철수 결정
롯데인타이백화점은 2008년 8월 롯데쇼핑이 중국 인타이그룹과 50대50 합작으로 왕푸징 보행가 88번지 길상빌딩(吉祥大厦)에 문을 열었다. 국내 백화점으로서는 중국에 최초로 진출한 사례. 하지만 개점 첫해 172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09년 345억원, 2010년 336억원, 2011년 281억원의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4년간 누적적자만 1134억원. 결국 롯데는 올 6월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현재 지분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매각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고 한다. 남성복 매장의 한 여직원은 "롯데가 이미 손을 떼서 인타이그룹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유통업계의 ‘대표선수’인 롯데는 왜 중국 수도 한복판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보게 되었을까?

◆잘못된 입지선정이 가장 큰 원인
지하철 왕푸징역에서 나오면 오른쪽에 둥팡신톈디가 나오고 300쯤 걸어가면 총 길이 600여의 ‘왕푸징 보행자 거리’가 시작된다. 이 거리는 대형 쇼핑센터가 밀집해 있고 맛집골목이 붙어있어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은 ‘보행자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야 나온다. 쇼핑객의 흐름이 도로 앞에서 끊어질 수 밖에 없다. 같은 왕푸징에 있지만 롯데는 쇼핑 중심지에서 벗어나 있다. 롯데 측도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관계자는 "베이징점이 위치한 지역은 시내 중심가이기는 하나 쇼핑객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인사동 같은 지역이다. 패션 쇼핑고객이 모일만한 위치로서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리슈리(李秀麗)씨는 "우연히 들렀다. 롯데백화점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왕푸징에 자주 오지만 이곳까지는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롯데가 ‘임대료 바가지’를 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화점이 입주한 길상빌딩은 애매한 위치 탓에 입주자를 찾지못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개업을 서두르던 롯데가 월 800만 위안(약 14억원)의 고액 임대료로 덜컥 계약, 적자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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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베이징점 야경모습>

◆경영방식 놓고 합작 파트너와 갈등
중국의 한 경제전문가는 “롯데와 인타이가 지분을 50%씩 나눠 운영방식, 고객관리, 원가계산방법 등에서 의견이 갈리면 합의가 어려웠고, 경영층의 갈등은 매장 직원에게까지 퍼져 통일된 전략을 신속하게 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시노모니터 인터내셔널은 "문화가 다른 두 기업이 ‘다문화 충돌’을 겪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 관계자는 "매장 내 형광등 하나 갈아 끼우는 것도 파트너와 협의를 해야 했다. 모든 사항을 중국 파트너와 일일이 합의를 해야 해 의사결정이 느리고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롯데측은 발 빠르게 고객 수요에 대응해 매출을 늘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반면, 인타이는 천천히 기다리면서 점진적인 인지도 개선을 기대했다는 것. 롯데측이 중국 기업문화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품 경쟁력과 현지화도 떨어져
롯데백화점에서 200 정도 떨어진 왕푸징백화점 1층에는 에르메스ㆍ샤넬 등 명품과 에스티로더ㆍ랑콤ㆍ크리스챤디올ㆍ시슬리ㆍSKIIㆍ겔랑 등 각종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반해, 롯데백화점 1층에는 화장품 브랜드가 미샤, AFU, Olife Shop 등 3개뿐이고, 명품패션쪽은 브랜드 지명도가 떨어졌다.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장옌(張姸ㆍ27)씨는 "아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 살 물건이 별로 없다"고 했다. 롯데 관계자는 "베이징점은 중국내 첫점포로서 출점 당시 명품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현지 명품 거래선의 복잡한 사정을 잘 몰라 파트너십을 형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또 출점 초기 한국에서 인기 높은 소위 A급 브랜드 30여 개와 동반 진출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베이징에서 통하지 않았다.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떨어지는데다, 베이징을 비롯한 북방 주민들은 한국인보다 하체가 길어 한국옷이 어울리지 않았던 것.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중국 고객이지만 명품이 즐비한 다른 백화점을 마다하고 지하철에서 1㎞나 떨어진 롯데백화점까지 올 필요성을 못느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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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의 개업식 모습>

◆조급함과 과시욕이 실패 자초
롯데 관계자는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 이전에 오픈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급함이 잘못된 입지선정과 합작파트너 이해부족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 베이징의 한 업계 관계자는 “실무진에서는 베이징점을 반대하고 지방 대도시로 갈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주자인 롯데가 베이징 한복판에 백화점을 못열어서야 되겠느냐’는 최고 경영층의 ‘과시욕’ 때문에 어쩔수 없이 추진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롯데는 베이징점의 실패를 애써 합리화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에 비싼 수업료를 냈다. 공부가 많이 됐고 다수의 현지전문가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또 이번 실패를 토대로 지난해 6월 문을 연 톈진 1호점과 이달 개장한 톈진 2호점, 현재 추진중인 웨이하이ㆍ청두·선양점(2013년 이후)은 모두 단독출자·독자운영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성급한 결정과 중국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내지 않아도 될 ‘수업료’를 너무 많이 냄으로써 ‘롯데 베이징점’은 뼈아픈 ‘실패사례’로 남게됐다. 롯데가 베이징점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못한다면 타지역에서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글은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2012년 9월22일자에 보도된 기사임. 무단전재를 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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