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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클릭! 취재 인사이드] 오리온·이랜드 보다 못한 한국 외교부의 對中 외교력
입력 : 2013.06.18 03:04


	[클릭! 취재 인사이드] 오리온·이랜드 보다 못한 한국 외교부의 對中 외교력

이달 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國賓) 방문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실무준비를 맡은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은 한 달 넘게 주말도 없이 매일 야근 중입니다. 동북아국(局)의 동북아2과는 말할 나위가 없지요. 박준용 국장과 박기준 동북아 2과장은 숱한 회의에 참석하느라 점심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외교부에는 중국 중앙 정부를 상대하는 동북아2과와 중국 민간 및 지방정부를 커버하는 동북아3과가 중국 담당 실무 부서입니다. (*동북아1과는 일본 담당) 동북아2과의 인원은 20여명으로 미국을 상대로 하는 북미 1과와 비슷합니다.

외교부 중국 라인이 연일 강행군하는 이유는 대중 외교의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는 현실과 맞물려 있습니다. 북핵 해결과 향후 남북 통일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다,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미국과 일본 두 나라로 가는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은 구조 탓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까지 앞두고 있으니까요. 정부는 청와대·외교부 외에 별도 건물을 구해놓고 중국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도 구하고 있습니다.

대중 외교의 중요성은 강조되지만 새로운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주역인 ‘중국통’ 외교관들은 정작 태부족입니다. 지금 정부의 청와대와 외교부 핵심 지휘부 가운데 중국에서 업무를 직접 해본 사람은 2년 반 정도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1등서기관으로 일하며 중국을 잠시 맛본 김형진 외교비서관(2000년 2월~2002년 8월) 한 명뿐입니다. 외교부의 윤병세 장관, 김규현 1차관을 포함한 절대 다수는 미국을 담당하는 북미국을 거쳐 워싱턴 DC의 주미대사관에서 경력을 쌓은 ‘워싱턴 스쿨’ 출신입니다.


	박석환 전 외교부 1차관./조선일보DB
박석환 전 외교부 1차관./조선일보DB

외교부에 중국통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전임 이명박 정부도 이런 지적을 받자 박석환 당시 주(駐)베트남 대사를 외교부 1차관으로 긴급 수혈했습니다. 박 대사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 참사관, 상하이 부총영사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경제업무를 주로 담당해 중국 당(黨)과 외교 라인을 직접 상대하는 정무(政務)통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정무까지 다루는 ‘중국통 차관’에 적임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요.

외교부 본부 근무자는 全無

중국통 외교관의 결핍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는 2000년 이후 주중 대사관의 2인자인 공사(公使)로 일했던 10명 가운데 현재 외교부 본부 핵심 보직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전무(全無)하다는 사실입니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조선일보DB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조선일보DB

대만대표부 근무와 주중 정무공사를 거쳤고 중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주영(駐英) 대사로 발령났습니다. 그의 전임 정무공사들도 예외없이 퇴임 또는 외곽에 있습니다. 김은수 전 주남아공대사는 2009년 중국 여행 중 급서(急逝)했고,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퇴임했고, 신봉길 정무공사는 주요르단대사를 거쳐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을 맡고 있지요. 홍콩총영사인 조용천 전 정무공사 정도가 중국 관련 업무를 계속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본부의 핵심 포스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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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통 부재에 따른 국가적 피해는 큽니다. 재임 중 모두 7차례 베이징을 방문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 현 중국 국가 주석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게 단적인 예입니다. 시진핑은 2008년 부주석으로 등극, 2009년 당 중앙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돼 사실상 차기 지도자로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 차기 지도자 자리에 오르지도 않은 사람을 대통령이 챙겨서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내내 한국 총리나 외교부 장관도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조차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는 중국 측에서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과 장관급 8명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이규형 주중 대사 한 명뿐이었습니다. 이 대사 혼자서 1시간 넘게 중국 측 인사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당시 우리 외교부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외교 라인이 향후 10년간 한반도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중국의 차기 지도자와 돈독한 교분과 우호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진핑(왼쪽에서 둘째)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인민대회의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오른쪽 끝에서부터 서진영 한중 전문가 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맨 왼쪽은 이규형 주중대사다. /서진영 위원장 제공
시진핑(왼쪽에서 둘째)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인민대회의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오른쪽 끝에서부터 서진영 한중 전문가 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맨 왼쪽은 이규형 주중대사다. /서진영 위원장 제공

주중대사도 수시로 교체돼 단명(短命)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5년간 3명의 주중대사를 임명했는데, 류우익 대사(479일), 신정승 대사(600일)는 2년을 채우지 못했고 최근 물러난 이규형 대사(747일)가 2년을 겨우 넘겼을 뿐입니다. 전직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천안함 폭침 사태 때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외교적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이유도 결국 이명박 정부의 중국 경시(輕視) 풍조와 외교 라인의 중국통 부재 탓이 크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중국과의 외교는 호흡을 길게 해야 한다"며 "3척 얼음은 하룻밤 추위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冰凍三尺非一夜之寒)"고 말합니다. 대중 외교력 확보에는 두터운 신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통을 중용하면서 차세대 중국통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차관급 이상의 자리에 중국통을 기용해 무게감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옵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고위공무원에 중국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중 수교가 올해 21년째로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외교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로 둘러댑니다. 물론 외교부의 국장급 이하 외교관 가운데는 중국어를 구사하고, 중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중국 문제에 깊이 고민하는 이들도 제법 됩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주중 대사를 지낸 김하중 전 대사는 “중국 전문가가 외교부의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 중에 거의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중국 업무 담당자보다 미국 업무 담당자들이 인사(人事)평가에서 더 유리한 혜택을 받고 있는 병폐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국통을 키우고 대중 외교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요? 우선 민간 인사 활용입니다. 외무고시 출신자들의 순혈(純血) 우월주의를 버리고, 외무고시 출신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전문가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왠만한 중견 기업보다 못한 대중 외교 인력 양성을 반성해야

지금도 3년 단위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캐캐묵은 외교관 근무 시스템을 고쳐 중국에서 근무 경력을 쌓아 중국통으로 특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대안으로 꼽힙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근무한 외교관이 다음 임지로 중동, 유럽, 아프리카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좋은 임지를 연속으로 갈 수 없으며 선진국과 후진국을 오가야 한다는 해묵은 내부 규정 때문에 주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면 홍콩·상하이 같은 중국내 다른 곳으로조차 발령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일본 등은 중국 지역 외교관들의 전문성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경우 해외 임지 부임 전에 국무부로 돌아가 해당 언어를 공부하고 시험까지 봐야 합니다. 주중 미국대사관은 화교 출신으로 대만·홍콩 등지에 근무해 중국 사정에 밝은 로버트 왕 정무공사를 대사관의 2인자 자리에 장기간 배치해 놓고 있고 있으며, 존 헌츠만 전 주중대사와 게리 로크 현 주중대사 모두 중국어에 능통하며 현지 사정에 정통합니다.

21년 전 한중(韓中)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제품뿐만 아니라 중국 전문가 양성과 활용에서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오리온 초코파이(왼쪽), 이랜드의 티니위니가 귀엽게 형성화한 곰 캐릭터(오른쪽)./조선일보DB
오리온 초코파이(왼쪽), 이랜드의 티니위니가 귀엽게 형성화한 곰 캐릭터(오른쪽)./조선일보DB

‘초코파이’ 등 식품류로 지난해 중국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오리온이나 중국 진출 16년 만에 매출을 1000배 늘려 지난해 중국에서 2조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이랜드의 경우, 중국 본사에서 만난 간부들은 최소한 중국에서 10년 넘게 지낸 베테랑들이 대부분입니다. 자녀들도 외국인이 다니는 국제학교가 아니라 현지 중국인들과 똑같은 인민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서죠.

이들은 중국 시장 공략과 성공을 위해 한국에서의 경력 단절, 자녀 교육 부담 등을 감수하고 중국 전역을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중국 대륙을 공략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인들과 우리 외교관들을 견줘본다면 너무 느긋하게, 안일하게, 귀족적으로 중국 관리들을 대하고 대중 외교 전투(戰鬪)에 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중 외교관의 부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외교부가 더이상 짧은 수교 역사를 탓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한국의 국가전략과 외교의 1순위인 대중 외교력 강화를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또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 첫 걸음은 무엇보다 대중 전문 외교관 양성과 이를 향한 외교 수뇌부와 실무자들의 확고한 정신 무장과 방향 정립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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