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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대한민국, 길을 묻다] “급성장 과정서 위험요인 쌓여… 사건의 裏面(이면)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입력 : 2014.05.21 03:02

[릴레이 인터뷰] [12] ‘위험사회’ 著者 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大 교수

세월호 참사는 인류학적으로 쇼킹한 사건
국가 차원의 변화 추구하지 않으면 재난 반복될 것
개인들이 책임 다하지 않으면 위험이 재앙으로 변해
정부도 책임 인정하고 해결 노력 보일 때 신뢰 회복
한국에선 北核이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하는데
큰 위험에 어찌 그리 무감각할 수 있는지 이해 안 돼

세계적 석학(碩學)으로 꼽히는 울리히 베크(Beck·70)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특별한 위험 사회’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베크 교수는 1986년 출간한 저서 ‘위험 사회(Risk Society)’에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따른 불안(不安)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고 설파한 학자다.

베크 교수는 지난 6일 독일 뮌헨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세월호 사건은 인류학적으로 쇼킹(shocking)한 사건"이라며 "한국 사회가 위험 사회를 넘어 ‘재앙 사회(catastrophic society)’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 국가적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위험 사회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사고를 한국 사회가 총체적 변화를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위험 사회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사고를 한국 사회가 총체적 변화를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남준 특파원

―세월호 참사를 알고 있는가.

"물론이다. 독일 언론에서도 연일 톱뉴스로 세월호 사건을 보도했다. 뉴스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동료 학자들로부터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있어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재앙이다."

―2008년 처음 방한했을 때 한국은 ‘특별한 위험 사회’라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었다. 유럽이 150년에 걸쳐서 근대화를 이룬 반면 한국은 15~20년 만에 근대화를 이뤄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그 안에 수많은 위험 요소가 포함돼 있었고, 유럽과 달리 한국 사회는 그것들을 해결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수습해 나가야 하는가.

"우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선 안 된다. 사건의 이면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당시 승무원들의 노동 조건은 어땠는지, 사후 정부의 통제 능력에 문제는 없었는지, 평소 한국 사회가 어떤 재앙 대비책을 마련해 뒀는지를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한국 사회가 특별히 위험 사회라 이런 재앙이 계속 반복되나.

"우선 위험 사회와 재앙 사회라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위험 사회는 같은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성찰한다. 반면 재앙 사회는 아무런 변화 없이 재앙이 반복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재앙이 반복된 한국 사회가 재앙 사회와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는 변화가 가능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재앙 사회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사회는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빠른 성장을 위해 규칙 준수, 안전 등을 희생해왔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한 국가의 특정한 위험 요소가 뭐라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단지 한국이 특별히 위험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독일 등 유럽 국가와 달리 전통 사회와 1차 근대화(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시기), 2차 근대화(근대화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시기)가 혼재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공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해 다음 시기로 넘어가기에 앞서 필요한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다. 어찌 보면 빠른 성장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2차 근대화로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위험 관리 시스템(Risk Platform)을 구축하는 것이다. 위험 요소는 어디에나 있고 비슷하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산업계, 경제계, 정계, NGO 등이 함께 고민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지식을 가진 집단이 스스럼없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정치인이나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둘째 방법은 전통을 현명하게 계승하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유럽은 지금 굉장히 느리고 게으른 상황이다. 창조적 움직임이 없다. 한국의 움직임은 유럽과 비교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다. 이 때문에 무작정 글로벌을 외치는 대신 자기 성찰을 통해 한국만이 가진 장점을 계승하는 2차 근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위험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가.

"위험은 상대적 개념이다. 위험 정도는 신뢰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들이 정부와 전문가 집단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선 위기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신뢰가 기반이 된 사회에서 위험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한국 국민은 정부와 전문가 집단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당연한 결과다. 위험이 사회 전체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 보장이다. 정부를 비롯해 정치인들이 한국 사회에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 시민들은 다시 지지하게 된다."

―개인들은 위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가.

"개인들도 정부가 그렇듯 책임감을 가져야만 한다. 개개인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위험은 재앙으로 변한다. 세월호 사건의 1차 책임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개인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위험 사회에서는 책임감 있는 개인들이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

―위험 사회인 한국 사회에 북한의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유럽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한국 관련 뉴스는 북핵 문제다. 하지만 한국에선 너무나 익숙해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어떻게 그렇게 무감각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은 ‘전쟁의 위험성’이라는 너무나 큰 위험 요소를 따라다니게 하는 존재다."

―남북통일이 되면 한국은 덜 위험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쟁의 위험성이라는 큰 위험 요소는 분명 사라질 것이다. 이건 분명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독일의 경험으로 볼 때 통일 이후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고, 국가 정체성 문제까지 등장할 것이다. 누차 얘기했듯 한 위험이 사라지면 또 다른 위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論에 ‘위험’ 개념 추가… 20세기 대표하는 독일의 석학]

울리히 베크 교수는 세계 사회과학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하나다. 1944년 당시 독일 슈톨프(현재 폴란드)에서 태어난 베크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뮌헨대학에서 법학, 사회학, 철학, 정치학 등을 수학한 후 뮌헨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뮌헨대 사회학연구소장을 역임한 베크 교수는 현재 뮌헨대학과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교수로 활동 중이다.

베크 교수는 1986년 출간한 저서 ‘위험사회’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베크 교수는 현대사회 이론에 ‘위험’ 개념을 추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험사회’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과 함께 세계사회학회(ISA)가 뽑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회과학 저서 20선에 선정됐다. 그의 다른 저서로는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글로벌 위험사회’ 등이 있다. 그의 저서와 논문은 현재 35개국어로 번역돼 있다. 베크 교수는 현재 연구활동을 계속하며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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