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땅콩 리턴’을 외신은 ‘nut row’ ‘nut rage’ ‘nut rumpus’ 등의 표현을 써서 보도했다. nut는 ‘견과(堅果)’, row는 ‘다툼’, rage는 ‘격노’, rumpus는 ‘소동’이란 뜻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땅콩(peanut)이 아니라 마카다미아(macadamia)였는데, 통칭 견과류라는 nut로 썼다.
nut는 견과 뜻 외에 너트(암나사), 속어로는 머리, 괴짜, 미친 사람, 광(狂), 남성 생식기 고환(睾丸) 등의 의미로도 쓰인다. 그런데 n을 대문자 N으로 한 Nut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여신(goddess of the sky)’이다. 결국 nut 때문에 한국의 Nut가 row를 벌이다 rage해서 rumpus를 일으켰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얼개다.
이집트 창조신화(Egyptian creation myth)에 나오는 Nut는 공기·대기(大氣)의 신(神)인 슈(Shu)와 습기의 여신(goddess of moisture)인 테프누트의 딸이다. Nut는 원래 밤하늘(nighttime sky)의 여신이었는데, 결국 낮·밤을 모두 아우르는 하늘의 여신이 됐다. Nut는 죽은 사람의 친구이자 보호자인 신으로도 여겨졌다. 죽은 사람들을 별이 가득한 그녀의 하늘로 이끌어(draw the dead into her star-filled sky) 감싸안고 모든 악에서 보호해준다고(enfold and protect them from all evils) 믿었다.
그래서 이집트의 죽은 사람 석관(石棺) 뚜껑 안쪽에는(on the inside lid of the sarcophagus) 검은 칠을 하고 수많은 별을 그려놓았는데, 이는 Nut를 형상화한 것이다. Nut가 태양의 신과 연관돼 있어 매일 아침 새로 뜨는 태양처럼 죽은 자가 부활할 것이라는 종교적 믿음(the religious belief in the resurrection of the dead)도 줬던 것이다.
Nut는 오빠인 땅의 신 게브(Geb)와 결혼해(mate with her brother, god of the earth) 다섯 자녀를 낳았다(give birth to five children). 그런데 그 과정에서 태양의 신인 라(Ra)가 Nut의 자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찬탈할 것을 우려, Nut와 게브의 근친상간을 용납할(approve of their incest) 수 없다는 명분으로 둘(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그 사이에 공기·대기의 신 슈로 하여금 끼어들게(interpose himself between them) 했다.
태양의 신 Ra는 또 Nut가 어느 해 어느 날에도 자식을 낳지 못하게 천형을 내렸다. 당시의 1년은 360일이었다. 이에 절망한 Nut는 지혜의 신(god of wisdom) 토트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그러자 토트는 달의 신 콘스에게 내기를 제의, 자신이 이기면 달빛을 받기로 했다. 그리곤 판판이 내기에서 이겨 5일 낮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달빛을 따내(get enough moonlight to make 5 extra days) 1년을 365일로 늘려놓았고, Nut는 그 5일을 이용해 자식을 낳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과 땅으로 갈라진 천형은 어쩌지 못해 Nut와 게브는 천양지간(天壤之間) 별거를 하게 됐다. 그래서 둘은 아무도 몰래 저 먼 곳에서 이따금 얼굴을 비비며 정을 나누는데, 그곳이 지평선이란다.
‘go nuts over~’는 ‘~에 미치다. 광분하다’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이번 ‘땅콩 리턴’은 ‘The Korean Nut went nuts over nuts’ 해서 벌어진 일이다.
☞http://en.wikipedia.org/wiki/Nut_(goddess)
☞http://www.princeton.edu/~achaney/tmve/wiki100k/docs/Nut_(goddess).html
☞http://www.angelfire.com/journal/ofapoet/nu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