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대학에입학한레나테는당시열여덟의여대생으로화학강의시간에앞자리에앉은북한에서온유학생홍옥근을만난다.((사진을봐도홍옥근의젊은시절은같은동양인의시선으로봐도날카로우면서도뭐라말할수없는매력을지닌청년으로보인다.)동양에서온사람으로잘생긴외모로관심이있던그녀와그는어느덧사랑하는연인이되어첫아이를임신한상태에서부모의반대를무릅쓰고결혼에이른다.이후비켄베르크화학공장에다니게된옥근은행복한삶도잠깐,둘째아이를임신한상태로있는레나테와첫아들인현철을놓고본국의귀국명령을받고잠깐이별을한다는것이47년의세월이흘러간다.
북으로돌아간옥근은1963.2월두통의편지를끝으로연락두절이되고1989년예나대에학술교류차온동창으로부터그가함흥에살고있다는소식을알게된다.
이후동독에남은레나테는두아들을키우며직장맘으로써아버지의자리까지공백을메워주며수절을한세월이어느덧70이넘었다.그간동독대사관이나북한대사관에여러차례남편과의연락을원하고만나길원하고북한에들어가살고자했지만번번이거절을당하고산세월속에두아들들은어느덧장성한어른이되서각자의독립적인삶을살아가고있다.이사연을접한중앙일보기자가사연을취재하면서레나테의안타까운사연을여러방면으로알리고유럽과유엔,우리나라고위급인사,독일의관계기관과우리나라관계기관들의노력으로우선일차적으로한국을거쳐남편이살고있다는북의금강산을구경하는절차를밟는다.그중엔이산가족상봉의사연을가진한국사람들의응원과격려도받고,금강산을보면서는몇분거리면살고있다는함흥쪽을보면서옥근의이름을부르면눈물을흘리기도한다.
금강산여행후1년동안편지왕래가오고가게되고세계의여러돌아가는변화와북한의변수에대한불안감,과연방문이허락이될지에대한불안은비자신청서부터우여곡절을겪은끝에드디어상봉의날짜가정해지면서남편의옷.둘째아들이전공한그들의같은과목인화학서적,약품,영양제,장미꽃을말려서준비한다.베이징을거쳐비행기를갈아탄끝에북에도착한그들모자들은마중나온47만에본그의모습과그뒤를따라온북에서결혼해낳은딸을보고놀라움을금치못한다.예상도못한마중에당황한심정과함께자신과함께세월을같이하며늙은그의모습을보는레나테의감정은주체할수없는흥분과여지껏엄마의입을통해서만아버지가살아있다는것으로만느꼈던두아들들도당황스럽긴마찬가지-
이후열흘동안잠자는장소를빼고는두일행이함께다니면서얘기와식사,유명지를관광하면서그간의못나눴던세월의이야기를나눈다.
일정마지막날아쉬움속에그들은이별을하게되고지금도서신왕래를하고있단것으로이야기는마무리된다.
인생사세옹지마라지만이처럼억지로만들어쓸래도쓸수없는각본없는드라마가바로이런인생의이야기가아닌가한다.
흔히우리가알고있는서양사람들의인식이우리네동양처럼쉽게재혼을하지않는풍토에서비춰봐도레나테의평생수절은가히신기하기까지한느낌을감출수없다.
교사로서약품회사의직장인으로써청순한시절을오로지두아이에대한열정과사랑하는남편을기다리는맘으로산세월에뭐라말할수없는감동을가져온다.꾸미지도않은레나테와의인터뷰내용은읽는내내눈물을흐르게하고우리네이산가족상봉과는또다른가슴아픈세월의사연을느낄수가있어서가슴이저려온다.
혼자살아온세월에대해서어떻게그럴수있었나하는질문에옥근을가장사랑하고있는순간에이별을해야했으니까란답은잠깐이라고생각했던그순간이47년간이나이두사람의사랑을지탱해온고리가아니었을까하는생각이든다.아들의뇌리속에실체조차도느껴보지못하고자란그빈감성의공간을아버지의추억과여러가지이야기를들려줌으로써아버지에대한존재감을느끼게노력해온점이놀랍다.
이책을읽으면서가슴이더욱먹먹해짐과더불어안타까움이든대목은막상그토록그리워하던사람을앞에두고서두사람이서로나눌언어가막혔다는데서오는세월의장벽이었다.독일유학생출신이었고독일에서공부한사람으로서독일어가유창했던옥근에게47년이란세월은어느덧독일어가입안에서만맴돌고머리에서생각하는언어가입으로전달되어나오지않는안타까움을만나는첫대면에서느끼게된다.또한레나테는옥근을만나기전북한의억양과자주쓰는말몇마디를배우긴했지만한국말자체를몰랐기에더욱안타까웠을것이고이런현상은같이지내는동안서서히풀려오히려입에서자연스런말로나올때쯤이별을해야했단점이다.
아들들또한엄마의입에서만알던아버지의존재를피는물보다진하다는사실을몸소체험하게된다.둘째아들의성격이아버지의판박이라고알려주던엄마의말을들었던둘째우베는아버지를만나면서비로소자신의웃음소리,유머스타일이영락없는아버지를닮았단것을깨닫게되고비록이복여동생이긴하지만,말도통하진않지만여동생이없던그들에게여동생이란존재자체하나만으로도형제애를느끼게된다.
옥근의끝없는레나테의사랑과47년간을홀로아이들키우게한점,떨어져서자신은또다른새로운가장으로서살수밖에없었던사실앞에미안함과안타까움을전하지만레나테,자신은그런옥근을위로하고아이들의아버지를직접아이들이볼수있었단사실에감사함을느낀다.
방문이후또다시만날날을기대하면서서신왕래를하고있는레나테는오늘도부지런히농장,자원봉사를하면서먼이국땅에서살고있는옥근의건강함을빌며,다면서신마저도세계의변화속에북한의저지로왕래가끊기지않기만을바란단소박함을간직한채오늘을살아가고있다고기자는적고있다.
서로가원했던것도아니고다만시대의변화에따라서나라에서정한대로유학을왔고일부는옥근과레나테처럼부부가된사람도있고같이북에갔다가동독으로떨어져살게된사람도있고,수소문해서존재가확인된아버지일지라도고위간부로서의위치때문에선뜻만나길주저한사람도있다는레나테그이후의사람들의사연도따로분리해이야기해주고있다.
사실상그간알고만있었던동족이산의아픔만제일인줄알았던내겐이번의책은6.25로인한전쟁이우리나라뿐만이아니라독일에서도,그것도같은이념을추구했던동독의여인과북한유학생의이런사연들도있었단사실이놀라웠다.레나테처럼평생수절해온사람도있는가하면애초에서로연락을끊기로하고재혼한사람도있지만자식만큼은생김새부터달라보였기에자신의정체성과아버지에대한그리움을향한당김을해외입양을간사람들이성년이되어뿌리찾는과정과다를바가없단생각을해본다.사랑을했고그런사람의자식을낳고살았고,혹그사람에게해가될까봐자식이찾길원했지만하지말라고한엄마의심정은책의주인공인옥근을만난레나테의사연과는또다른아픔을전해준다.
북한에같이살기로하고들어갔던동독여인들이그곳의열악한의료시설과상수도시설의낙후한점을이기면서까지살아보려했지만끝내잠깐의동독방문이생이별로이어지고북에서의보이는타국인에대한차별은나날이견디기힘들었을거란생각이든다.그나마레나테처럼동독자체에서의혼혈에대한차별이없었던점이그나마이두아들들이잘자라준작은혜택이아니었을까하는생각도해본다.
천한함사태와이에대한북의자세와세계의변수로인해서최종정리해책을내놓을생각을했던기자가레나테의고령과언제다시만나게될지모르는기약앞에서책을내놓을수없었던심정은이둘을지켜보았던사람으로써얼마나안타까웠을까하는심정이다가온다.
실제이야기이기에레나테의살아온세월과그간고이간지했던사진,편지,장성한아들과북의또다른딸과함께찍은사진을보면서언젠가이들에게도국경과이념의차이를넘어선인간대인간이누릴수있는가장원초적인가정이란울타리의행복을다시봤으면하는바램과기도를하게된다.
잠시나마눈물과같이시간을보낸이책은그래서더욱읽을가치를느끼게해주고,레나테와홍옥근.이두분이항상건강하셔서또다른재회의기쁨을맛볼수있는기회가어서오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