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의 고통과 비탄, 그리고 애도를 거치면서…

사랑은그렇게끝나지않는다 저자 줄리언반스(JulianBarnes),팻캐바나(PatKavanagh) 출판사 다산책방(2014년05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책을읽으면서좋은글귀들은따로메모를해놓는편이다.

몇명의작가들은특히아무리내가메모를하지않고머리속에새겨두면서깊이생각해볼때마다꺼내놓아야지하면서도웬만해선이를어기면서노트에끼적끼적적어가는내모습을발견하곤한다

아주짧은챕터속의간략한글귀들도있고긴글가운데도저히어떻게소화를할수없을만큼의벅찬문구들을접할때마다그분들의글의힘을존경해마지않을수가없게되는데,왜이리서두가길게늘어지면서까지글을쓰는이유는바로이작가때문이다.

줄리언반스

처음그의작품을접하면서두서없이막흘려가면서적었던기억이난다.

처음접하는독자들은그의문체에대한특색때문에빠르게빠져들기힘들수도있겠지만일단그의작품세계는정말이지지독하게빠져나올수없게만드는필치가대단하다.

전작인예감은틀린적이없다를읽어본독자라면가히수긍을할수있을것이란생각이든다.

이번작품은그의자전적인에세이라고할수있다.

3개의장으로구분이되어있고첫차트에서부터이이야기를왜시작했을까를연신생각하면서읽게한이해면에선약간의수수께끼같은구성을이룬다.

첫번째이야기인비상의죄

두번째이야기인평지에서

세번쩨이야기인깊이의상실

첫째와두번째는모두실존의인물이야기를한다.

첫번째의투르나숑.그러나투르나다르라는이름을거쳐종국엔나다르라는인물이모두가선망하는하늘을날수있는꿈에부푼것을실제의기구를이용해날고여기에사진이란것을추가해인간의세계가신의세계라여겼던하늘에대한꿈을이룬과정을그린다.

보헤미안적인그였지만아내에대한사랑은끔찍해아내의간병을하기위해이사까지하는,그렇지만아내는이내세상을떠나고그마저도얼마안있어세상을등지게된다.

그는카타콤에도들어갔으며,하수도처럼생긴납골당에내려가사진을찍기도했다.또한높이와깊이에매료된사람이었고,그래서하늘과땅아래,그수직의공간을가로지르며자신의궤적을새긴사람으로후세에게기억이된다.

두번째의프레디버나비는기구를이용해서최초로영국해협을건넌사람으로기억이된다.

당시의19세기말의전설적인여배우사라베르나르를사랑했지만그녀와의사랑은비극으로끝을맺고본인은전쟁에서기습적인창에목이찔려전사를하게된다.

세번째이야기에서본격적인작가의이야기가시작된다.

20081021일작가의아내인팻캐바나는뇌종양판정을받고37일만에세상과이별을한다.

작가의평생지기동료이자아내요,그의모든작품의첫장을펼치면팻에게바친다란문구로시작되는,때론신랄한독설과때론따뜻함을지니고그의모든작품외에문학에관한한타의추종을불허했던영국의유명한문학에이전트인그녀의죽음으로인해작가는사별이란단어를철저하리만치느끼게된다.

서로다른시간과공간에서자라부부라는인연을맺고살아온지30

그세월동안작가는한때자신의작품에서이런사별에대한느낌을그려낸적이있었고부인의장례에서이책의구절을낭독한다.

장작자신은그당시이런글을쓰게된이유는고사하고지금에와서야이런글을읽게된데에대한느낌과사별이주는현실적인시.공간앞에서그어떤것을해보지못하는무력감을철저히느껴감을토로한다.

죽음을앞두고시간이란공간이채만족하리만치주어지지않을상태에서단37일만에병판정과입원,그리고병원을오고가며장례를치른후의자신이느낀비탄감은그어디에도쏟아부을수가없다.

비상의죄에서나왔던나다르가부인의죽음앞에서,또프레디버나비가창에찔려죽었단그느낌까지이와같았을까를생각하는작가의심정은아마도사별을경험한사람들이라면그대상이부부간이아니더라도십분공감할만한글들의잔치로가득차있다.

주위에선이런비탄감을사회적인어떤룰에따라,결코그에게내보이지않으며그런사람들을보며작가는스스로좋은사람과그렇지않은사람으로구분하는구별법을가지게되고철저한무신론자란자신의경험답게스스로“이건그냥우주가제할일을하고있는것뿐이야.”(122)라는말로위안을삼고자한다.

사별의단계를자신이받았던느낌그대로,당시의2008년도에바로작품을내놓지않고몇년뒤에내놓은이작품은오로지작가스스로이런감정들을느끼고깨달아가면서쓴글이기에너무나도와닿는구절들이많다.(특히사별을경험한사람들이라면무릎을치게될것이다.)

처음엔비탄에대한감정이쌓여자살이란것을계획하게되지만이마저도이젠스스로가하지않을가능성이더많다는것을말한다.

자신이죽음으로써더이상그누군가아내에대한생각을해줄것인가에대해봉착한끝에내린결론이겠지만그럼에도여전히그는자리를비운저세상의아내에게이야기를시도하는자신의모습을발견하는심정이애가끊게만든다.

우리’는씻겨가고이제만남았다.쌍안경의기억은단안경이되었다.똑같은하나의일화에관한두가지의불확실한기억을삼각측량과항공탐사의과정을거쳐서더확실한,단일한기억으로응집할가능성은이제사라져버렸다.(181)

둘이었다가하나로남았을때의공허감,두개의열쇠중하나는집열쇠,하나는아내의무덤열쇠란사실,타인들은지나가듯이,그것이설령그를위로한답시고내뱉는말일지라도그에겐모두가아픈말임을토로한다.

비탄이지나면서고독이오게되는데,지인이말하는말에서도그는그고독을어떻게이겨내야할지망설인다.

8년간동고동락했던파트너가에이즈로죽은한친구가내게두가지를말해주었다.’문제는다만,밤시간을견디는것뿐이라는것과단하나좋은점이있다면하고싶은대로할수있다는것이었다.첫번째라면내겐문제가아니었다.증세에맞는약을정량복용하면되니까.문제는밤이아니라낮을견디는것이었다.내가하고싶은대로하는것에대해이야기하자면,이는주로아내와함께하는것을의미했다.나혼자서하길좋아했던것에대해말하자면,나중에아내에게그것에관한이야기를해주는즐거움이얼마간포하모디어있었다.그런것말고이제내가하고싶은게무엇일까?–본문

결국오로지모든감정의소산을이겨내기위해서저자는스포츠채널을신청하고신문을다량독하며오페라에대한부정적인이미지를단번에바꾸게된오르페우스를접하면서비로소자신의깊은상실감을어느정도해소한다.

그전에눈에보이지않았던현상들이사별이옴으로써모두자신에게만그렇게보일정도로같은공통사가보인다는현실과아내는죽어가는데세상은그어떤해결책을제시해줄수없는현실에대한원망은시간이흐르면서때론발전이이루어졌음을알리는순간들의나열문장들은한사람의부재로인한남아있는또다른한사람의감정변화들을차분하게그려보인작품이다.

나디르는사진과기구를통해서자신의이상과아내에대한사랑을성취하는듯했지만아내의죽음으로더이상날아오름을상실했고프레드버나비는베르나르와이루지못한지상에서의아픈사랑의실패를,작가는아내의존재에대한사별을통해헤어나올수없었던감정의깊이,즉오르페우스가아내를구하기위해지하세계로들어갔다실패한것처럼자신또한상실의지하세계를경험한일들을수직상승으로엮어나간이세가지의공통사항들을통해작가가무엇을말하고자했는지에대해비로소알게해주는작품의구성을통해사랑과사별이란감정을보다근원적으로접근해생각해볼게함을느끼게해준책이다.

그럼에도작가는여전히사랑에대한힘을놓지않는다.

그것이비록내가원하는대로의방향으로흘러들어갈수없을지라도말이다.

그런데도어찌하여우리는끊임없이사랑을갈망하는것일까.그것은사랑이진실과마법의접점이기때문이다.사진에서의진실,기구비행에서의마법처럼.-p61

천천히,다시한번문장하나하나의미를되새겨가며읽게되는인간이느끼는감정의변화를솔직하면서도담백하게그려낸,꼭읽어보라고권해주고싶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