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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정원…시대유감, 그리고 사랑에 대한 중독, 그 아련함에 대하여…

비밀정원 저자 박혜영 출판사 다산책방(2014년10월0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혼불이란문학책을접했던기억이난다.

토지와는또다른우리나라만의색채를느낄수있었던묵직한감동을주었던책인만큼수상작으로선정되는책들을읽노라면새로운감성이느껴지기에여운이길게남는다.

이번에수상작인비밀정원의배경또한한국적인느낌이많이드러나는책이다.

노관이라는강릉의근삼백년간이나존재하는고택에서자란이(李)요란주인공을내세워그안에서벌어졌던성장기의회상과그가성인이되고나서의일들까지모두노관이란배경을두고장엄하게펼쳐진다.

일찍허약한아버지를여윈이요는집안의가장이자붙박이화분이라고불릴정도로오로지집안에서만활동을거의하다시피한엄마밑에서홈스쿨을하며커간다.

큰고택답게그근방의모든땅소유를지녔다고할만큼큰살림을하며곁에서도와주는묘자아주머니,태경아범,그리고산지기오두막집아저씨,집안소소한일들을돕는여자들까지,모두이요의성장에있어서하나의추억거리로남는다.

어느날삼촌인이율이독일에서공부를마치고오면서노관에들르게되고이어서이요와엄마와같이생활하는데,자신이알지못했던두사람간의비밀을동네아주머니들입을통해듣게된다.

한때는사랑하는연인들이었으나엄마는삼촌의청혼과도주를어기고아버지와결혼을,그리고여기엔요정이라고생각했던데레사라는자신보다는두어살정도더나이가들었을거라고생각한성당에서온여자아이를만나면서그소녀가전해주는편지를보관해주는일까지,그리고그편지안에그녀의인생이야기와벽이야기를통해서요는하나의정점에서주위사람들이사랑하고이별하고그리고다시만남을하는것까지목격하게된다.

하지만결코자신이들었다는내용을,그래서왜그런연유가있었는지에대해시종묵묵부답으로일관한다.

그저오로지가슴아프게만지켜볼뿐-

여기엔시대적인흐름과무관하지않음이,삼촌의재차요구한두사람의결합을왜엄마는답없는행동으로보여야만했는지에대해서도,아니실은두갈래의길에서고민했음을알려만주는식이다.

유신정권과신군부의집권과정으로인해자신의선배이자요주의인물로낙인찍힌김경수란인물과의만남을통해또다시인연을겹쳐가는데레사와그녀의유복자아들까지모두를아우른노관이란곳을중심으로흘러간다.

이책의특징은기존에보여왔던현란한미사여구의표현이드물다.

수묵화향을풍기는듯한아득함속에이루지못한사랑에평생을괴로워하며그녀곁을맴돌아야했던한청년인이율의사랑에대한강한집념과중독,그것에서헤어나올수없었던자신에대한처지,두번씩이나청혼을했지만끝내나타나지않은형수이자옛연인이었던그녀에대한사랑의실망감을자살이라란극단으로내몰아야만했던,그래서비로소사랑을이루진못했지만완성했다고한손교수의말처럼자신의생을그렇게끝을내는과정들을저자는시시콜콜자세하게풀어놓지않는다.

그저독자들은곁에스쳐지나가는사람들로인해서그들의사연을알뿐이며이또한이요도마찬가지로주변인처럼듣는형식을취한다.

대사한마디한마디마다고어체의느낌이며오히려옛전통책을읽는듯한느낌에취해촌스럽단느낌마저들지만이마저도몰입을하게되면오히려지난날의그런류를느끼게되는고마움마저들게하는고서의느낌을풍기는책이다.

여기에일조를하는것은다름아닌작가의철저한지난날에대한관찰력이아닌가싶다.

계몽사책,종로서적,삼성라디오카세트,유신정권속의기숙사생활,신군부에반한당시의대학가풍경,다방의모습,그리고해마다노관에서걷어들이는해산물의걷어들임,양식저장,장작타는냄새의표현과함께모든것이계절의변화에따른노관을중심으로돌아가는생활자체의여유로움과한적함,그리고시대의흐름변화에따른노관의집안의작은부분들의변화까지모두를아우른다.

삼촌의자살이후“제가율이씨(삼촌)의방으로들어간다면다시온전하게세상으로의문을열고나올수있을까요?…이번생에서는저문밖이더이상궁금하지않으니까요…”란어머니의말에서독자들은답답함을느끼게된다.

차라리삼촌에게자신의이런심정을표현했더라면삼촌나름대로자살이란극단이아닌또다른자신의인생방향을바꾸지않았을까도싶었던안타까운대목이었다.

그것도손교수에게비로소넋두리하듯고백하는장면은어색함이느껴지기도했으나그것마저도시대가요구한당시의정서상도저히용납할수없었던엄마나름대로의최선의방법은아니었을까도생각해보게된다.

이율이란한소년이자신의성장과더불어주위에있던인물들을통해사랑과이별,그리고더나아가데레사이안마저도노관의언저리에자신의존재마저도들어가고싶어했던그아늑한어린시절의추억거리들이세월이흘렀음에도노관이란위치가존재하는한여전히삶은계속된다는,지난날의회상도아름다웠다고말할수있는느낌을주는책이다.

이루어질수없는삼촌과엄마의사랑,그곁에이요란인물의탄생,먼저탄생한데레사와의관계는결국모든것을안고갈수밖에없었던엄마의비밀스럽고한(恨)많은인생을통해저자의드러내지않는감정의노선유지와함께다른사랑의이룸방식을보는책이아닌가싶다.

빠른전개에익숙했던책읽기에서잠시의한가로움과함께책을덮고나서내가슴이왜이리시리고아픈지,두사람은죽어서야곁에있을수있었던시대적인사랑이야기가먹먹하게전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