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명절 때가 되면 항상 나오는 영화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콩 영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성룡이 나온 것이 있을 때가 있는가 하면 홍금보, 주윤발, 장국영, 곽부성, 여명, … 셀 수 없는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에는 한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바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홍콩 무술영화, 그것도 심각한 복수가 아닌 코믹이 섞이고 중국어 특유의 약간 시끄럽다고 느낄 수 있는 억양까지 듣노라면 여전히 즐거움이 앞선다.
성룡 전에는 이소룡이 있었고 그 뒤를 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성룡의 자서전이 나왔다.
성룡 자신과 영화사 홍보 직원이었던 주모(주묵)가 함께 썼다.
자서전 치고는 약간의 의외성이 있긴 하지만 아주 솔직하고 담백한 그의 인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수식어는 여러 개다.
영화배우, 감독, 각본가, 제작자, 무술가 배우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취권’이었다.
무술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고 어쩌면 그렇게 술에 취한듯한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익살과 정교한 무술의 솜씨가 극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아~ 이래서 무술영화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이가 바로 성룡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그다지 평탄치는 못했다.
1954년 홍콩에서 청룽은 전 국민당 군인으로 상하이 부두의 깡패를, 외국 영사관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역시 전 상하이 암흑가의 여걸로 영사관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태어난 것 자체가 흔한 탄생은 아닌 듯하다.
학창 시절에도 말썽을 부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바로 일곱 살 무렵 ‘중국 희극학원’에 보내진다.
이후 10년 동안 매일 6시간만 자면서 쿵후 연습에 매진, 영화계에 나왔지만 주목을 끌지 못하고 부모가 있는 호주로 가게 된다.
(이소룡과 성룡)
이후 영화가 흥행이 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고 이후부터 자신의 개인사인 결혼과 자식의 이야기가 시종 솔직함을 내세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아내 몰래 재산을 빼돌린 일이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혼외자 이야기까지, 비교적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서술한 부분들이 유명인사들이 뒤로 내빼고 변명을 늘어놓기 바쁜 세태와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진솔함을 준다.
인생의 마지막 뜻을 이루기 위해 15년 전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한 사연, 액스트라를 등장시키지 않은 채 몸소 직접 자신이 힘든 액션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적인 부상 지도를 보는 재미는 역시 성룡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만 시간의 법칙이란 용어가 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적인 길로 들어서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진정 달인이란 명칭과 함께 그 명성을 쌓아 올리기까지 모든 노력이 필요함을 성룡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청룽(성룡)이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쥐라기 공원’에서 사람과 공룡이 함께 나오는 장면의 특수효과를 어떻게 찍었는지 물었다. “간단해요. 버튼, 버튼(을 계속 누르면 되죠)”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스필버그가 청룽 당신은 그 위험한 액션들을 어떻게 찍었느냐고 물었다. “간단해요. 롤링(구르고), 액션(몸놀림 하고), 점프(뛰고), 컷(끝나면), 호스피털(병원 가죠)!”
역시 성룡다운 발언이다.
이 책에 대한 많은 연예인들과 인사들의 축하의 말이 실린 정도만 봐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듯이 영원한 철들지 않는 성룡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너무 이기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