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슈퍼 히어로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할머니가미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어린 시절의 추억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책을 통해서나 만화를 통해서나, 아니면 영화를 통해서 수많은 영웅들을 접하며 꿈을 키워나간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슈퍼맨~

지금도 영화의 단골손님이지만 슈퍼맨이 보인 힘의 위력은 대단한 충격이었고 막상 허구의 이야기란 사실을 알았을 때는 허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유년시절의 그런 기억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머리에 남는 것을 보면 어릴 때의 영향을 끼친 존재에 대한 귀중함을 느끼게 된다.

 

작년에 읽었던 ‘오베라는 남자’란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번 책에서도 같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책의 표지는 양 볼이 터져나갈 것처럼 붉은 뺨에 동글 동글한 얼굴, 거기에 파란 눈의 여자 아이가 인상적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내용은 무엇일까를 궁금하게 한 이 책은 역시 저자의 유머를 숨길 수가 없게 만드는 책이다.

 

요즘엔 미운 7살이란 말이 사라질 만큼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뛰어난 탓도 있기에 이 책의 주인공인 엘사를 보면 그런 말이 틀림이 없단 사실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곧 8살이 되는 엘사, 또래의 아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찍 철이 든 탓에 남들보다 대화에 있어서 어른들과 별 어려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아이다.

 

엘사에겐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친구가 있다.

바로 80을 바라보는 79세인 할머니다.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지적을 당해도 할머니만은 든든한 후원자 겸 응원자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엄마와 살고 있는 엘사는 완벽주의자인 엄마와는 달리 의사란 직업을 가졌었단 사실을  믿기 어려운 할머니의 낙천적이고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오히려 주인공은 엘사가 아닌 할머니란 생각이 들 정도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민들과의 이해 소통 부재와 서로의 연관 관계가 든든하지 못하고 학교에서조차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는 엘사에겐 할머니가 건네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힘이 된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두 사람만의 깰락말락나라의 여섯 나라의 이야기는 엘사에게 안정감과 따뜻함을 전해 주고 그런 손녀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게 하기 위해 아픈 다리를 이끌고 모험을 감행하는, 어찌 보면 손녀보다도 더 철이 덜 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 속 깊은 할머니가 있기에 엘사는 외롭지가 않다.

 

그런 엘사에게 철자가 제대로 쓰여있지 않은 할머니의 편지는 작은 기적을 일으키게 된다.

 

슈퍼히어로의 존재는 어린 시절의 커다란 영웅으로 자리를 잡는다.

자신의 힘든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주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슈퍼히어로만 있다면 걱정이 없다는 사실은 엘사의 눈에 비친 할머니란 존재를 더욱 따뜻하게 이 글 전체를 이끌어 준다.

 

오베라는 남자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시종 웃음 연발을 일으키는 작은 소동을 통해서 점차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뒷심은 여전히 이 책에서도 발휘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릴 적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다.

모처럼  오시면 정말 반갑고 엄마에게 혼이 나는 일이 있어 크게 울어도 할머니란 존재는 언제나 따뜻하게 다독거려 주셨던 분이셨다.

그런 할머니의 위로를 받고 나면 그 어떤 슈퍼히어로가 와도 내겐 할머니가 바로 슈퍼 히어로이자 엄마로부터의 방패 역할을 자처하셨던 분이기에 떠나시면 무척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엘사도 이런 느낌을 가졌기에 할머니란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히어로가 아니었을까?

 

죽어도 미안하고 아파서 미안하고 병에 걸려서 미안하단 할머니의 심정을 통해 느껴지는 편지의 사연은 엘사와 할머니만이 가진 추억들과 더불어 독자들도 같은 동질성의 느낌과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인생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음을, 할머니가 전해 주는 편지의 내용은 엘사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도 할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하게 해주며 내 주위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빵빵 터지는 말솜씨, 대책 없는 행동 우선주의 자, 하지만 결코 이유 없는 일은 하지 않는 할머니란 존재에 대한 따뜻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슈퍼 히어로에 대한 추억이 있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얼마전에 본 영화 인턴이 생각납니다.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대로 쓰여지는곳이 있다는것에 감사했지요.
    엘사의 할머니 역시 그러한 존재였으리라 생각되어 집니다.

    좋은책이라 생각되어 한번 읽어 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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