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새겨진 소녀 ㅣ 스토리콜렉터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연일 무덥다 보니 출판계에서도 스릴과 추리물이 많이 출간이 됐다.
독자의 입장에서야 두 손들고 환영인 만큼 다양한 책들의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기적이고도 치밀한 고도의 지능 게임은 독자들을 무더위 속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이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는 다르게 접한 경험을 잇달아 읽게 된 것도 행운이고, 더군다나 이제는 그 작가만의 스타일을 연이어서 접해 봤다는 기쁨도 잠시, 여전히 스릴이 주는 느낌은 으스스하게 다가온다.
오스트리아 빈 외곽을 둘러싼 비너발트 숲, 1년 전 실종되었던 소녀가 숲 속에서 노부부에게 발견이 되고 10살 정도로 보이는 그 소녀는 클라라로 밝혀진다.
어린 소녀의 등에는 단테의 <신곡> ‘지옥’의 문신을 등에 새긴 채였고 제 8장의 시를 표현해낸 것-
연이어 가까운 그 근방의 숲에서 세 명의 여자아이 시신이 잇달아 발견되는데 이들의 공통점 또한 클라라처럼 등에 문신이 새겨져 피부가 벗겨진 것이 아닌가를 생각할 정도의 끔찍한 모습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사건 담당 검사 멜라니 디츠로 하여금 범인 추적에 불을 지핀다.
한편 독일의 연방범죄 수사국 아카데미에 입소한 자비네는 프로파일러인 슈나이더의 수업 중 알게 된 미제사건을 조사하면서 미해결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일가족과 애완동물을 몰살하고 토막 내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 낸 범인, 여대생을 바닷가 한가운데 말뚝에 묶어 놓고 신체를 훼손한 채 밀물에 익사시킨 사건, 30대 동성애자 남성이 펜션에서 인육으로 먹힌 사건….
이 모든 것의 연관성은 과연 무엇일까?
모두 상상을 초월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다 총에 맞고 사경을 헤매는 남친을 두고서 남친이 알아낸 비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이번에도 슈나이더와 콤비를 이루며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란 두 나라 사이의 연결성 고리를 파헤치면서 알아내는 사건의 결과물에 대한 범인이 뜻밖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단 사실이 새삼 기타 영화에서도 보아왔던 극적 반전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 가운데 역시 이 책에서도 아동을 이용한 어른들의 그릇된 세계에 빠진 희생양이 그려진다.
첨단을 자랑하는 컴퓨터에 대한 사건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법의 구형의 결과물에 따라서 범인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나가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희생양을 선택했다는 데서 아이러니한 법의 한계성, 남겨진 자들의 복수에 찬 또 다른 희생양에 대한 보복성 살인들은 조종이라는 역할을 할 사람들을 선택해서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구성이 또 다른 범인의 실체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연상 두뇌회전을 하게 만드는 장면 장면들이 재미를 준다.
악마의 기질을 가진 자, 감옥에 있는 자를 편지를 통해 서로 교신하고 이를 범죄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언뜻 ‘한니발’을 연상케도 하지만 빈틈없이 사건 처리를 해결하려는 자와 증거 인멸을 하기 위해 도망치는 범인간의 대면 장면도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나라 간의 공조 수사를 하게끔 만든 설정도 전 작품과도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들의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글 솜씨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단골 소재인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응용한 점, 또한 정의로운 자와 법 망을 이용하고 빠져나가는 자 간의 매개 구실을 하는 소재인 만큼 이 한여름에 책 두께가 두꺼우면 어떤가?
더운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