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케이블에서 ‘모란봉 클럽’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북한을 탈출해 정착해 살고 있는 여러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실감 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저 이야기가 정말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가? 에 대한 놀라움마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보는 것이 내내 가슴이 아프게 다가오게 만든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제목에서부터, 더군다나 북한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다는 반체제 작가란 것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떻게 북한을 넘어 이 글이 세상에, 남한에까지 출판이 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반,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컸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내내 가슴이 답답한, 교과서와 학교, 방송에서 다루던 그 내용보다도 더 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 책이다.
저자의 필명은 반디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필명으로 북한에서의 삶에 관한 소설을 써왔다는데, 이 책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우리들보다 먼저 그 폭이 큼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 선정)
*****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세계적인 화제작
*****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 동시 출간
***** 영국 펜(PEN) 번역상 수상(『채식주의자』의 데버러 스미스 번역)
*****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콘퍼런스 개최
이렇듯 글은 무력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글에 녹여낸 총 7편의 단편은 어떤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부류들이 아닌 실제 우리들의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초들과 울분, 그리고 북한의 권력체제의 그릇된 행위를 폭로하는 글이다.
까마귀와 백로로 별명 지어지는 성분 차이에서 오는 결혼의 세태로 인해 아내가 피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한 부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성분 계급에 따른 불이익과 그에 따른 차후 자신의 자식들까지 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지척 만 리’ 란 제목의 내용은 더욱 아프다.
여행 통행증이 발급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부모라도, 더군다나 병세의 악화로 시각을 다투는 입장에 놓인 노모를 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차에 오르는 아들의 기막힌 사연, 아이의 마르크스와 김일성 초상에 대한 겁먹음이 오히려 자식을 제대로 강하게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에 좌천당하고야 마는 한 가정의 몰락, 여기에 나머지 이야기들 모두는 현실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의 어둡고 침침하며, 숨 막히며 살아가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가끔 방송에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유행어가 있었고, 그런 부류의 세상의 요지경 같은 내용들을 볼 때면 웃어넘기자니 그렇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란 말 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들을 보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와는 확연히 다른 철저히 삶의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으면 자신의 의지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당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북한이라는 공간이 주는 암울함을 고발하고 있다.
“믿으려야 믿을 수 없고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울었네”-p 46
위의 문구가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구 소련 체제의 솔제니친과 비교하는 반디의 이 작품은 저자 자신이 스스로 겪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란 전체주의의 체제 안에서 자신의 미약하나마 필력이란 것을 통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울분과 고통을 내포한 글이 아닌가 싶다.
책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의 말이 아직도 잊지지 않는 책,
북녘당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 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 반디 –
‘작가의 말’
우리말의 생소한 단어가 새삼 분단이 가져온 느낌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는 책, 다시 한번 천천히 일독을 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