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3월 27일

나 여기 있어요.

나여기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봄기운이 여기저기서 유혹을 하는 계절이다.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게 만드는 계절, 겨울 내내 움츠렸던 기운을 몰아내고픈 이러한 유혹들 가운데 ‘사랑’의 기운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연령대를 떠나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갖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세상사에는 눈으로 봐도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고 이는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을 경험하게 될 때, 그런 가운데서 특히 사랑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이러한 것으로 느낄 때 더욱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엘자-

얼음 산 등반을 직업으로 가진 그녀는 등반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지 6주에 접어든다.

아쉽게도 자신이 깨어났다는 의사표현 조차 허용되지 않는 신체의 불합리적인 정지는 오로지 그녀의 뇌 속에서만 이러한 사실들만 가능하게 할 뿐, 의사, 부모, 여동생은 물론 동료들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청각에 의지해 현재의 자신의 상태를 짐작하게 되고 의사들마저도 희망에 대한 끈마저 저버리려 한다.

 

티오-

동거하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마음의 상태를 추스르기도 전에 술에 만취되어 음주운전 사고로 두 소녀를 사망하게 한 동생 때문에 병원을 오고 가는 환경생태에 관한 직업을 가진 남자다.

잘못 들어선 병원 길로 인해 엘자가 누워 있는 병실에 오게 되고 그 후 그는 자신이 모든 사람들로부터의 시선을 피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엘자의 병실을 드나들게 된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엘자, 그녀 앞에서 자신의 모든 감정들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왠지 모르게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듣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이는 엘자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자신이 티오란 남자에 대해 느끼는 부분들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

 

세상에 이런 일들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이 책은 확실이 이 계절에 딱 맞는 로맨스 소설이다.

모든 사람들이 안 된다고 했을 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세상의 믿어지지 않는 일들을 보면 이 소설은 그런 맥락에 속하지만 특이하게도 의사들조차 생명의 연장에 대해 포기를 하고 있었던 시점에 일어난 일련의 엘자의 마지막 몸부림은 티오로 인해 그 작은 미세함을 느껴가는 과정을 통해 새삼 ‘사랑’이란 그 어떤 역경과 시련들을 모두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엘자가 생각하는 모든 느낌들과 말들이 오로지 그녀의 잠재된 뇌 속에서 나오는 독백 형식처럼 독자들에게 들려온다.

티오란 남자에 대한 호기심, 그가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자신 또한 그의 존재를 느껴가는지를 육체적인 몸동작이 없는 텔레파시처럼 느껴가는 과정, 그리고 이 소설엔 생명 연장장치에 대한 소재를 같이 다룬다.

그녀가 결코 겉으론 자신이 깨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나누는 대화나 부모들에게 생명 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말들, 부모들조차 긴 병간호에 지치고 차도가 없는 자식의 앞 날에 있어서 과연 어느 결정이 옳은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장면들은 ‘사랑’이란 로맨스 말고도 생명존중에 대한 시각을 다시 달리 보게 만든다.

 

이 책이 허구의 소설이란 것만 빼면 실제로 엘자처럼 있는 상태의 환자들 중 의식은 있으나 표현 조자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면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남은 자들은 이러한 여건을 견디고 포기를 하지 말아야 할지, 포기를 해 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게 될 것 같은 착잡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나여기1

 

엘자가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깨어났음을 알리려 애를 쓰는 과정들은 저자의 정밀한 관찰을 거친 것처럼 보이는 섬세한 부분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 생각들을 따라가게 만들고 티오와 티오의 동생이 나누는 대화는 진정한 ‘사랑’을 느껴가는 형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대화들 또한 세상에서는 여전히 ‘사랑’이 존재해야 하고 ‘사랑’이 있음으로 해서 엘자와 티오의 사랑도 행복을 이루게 되는 것은 아닌지를 느끼게 해 준다.

 

남들이 모두 안 된다고 했을 때, 단 0.000000000…. 1%의 희망만 있다면 포기를 하지 않는 사랑의 힘.

 

“나, 여기에 있어요!’라고 표현한 그녀와 그녀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티오

바로 그것이 엘자와 티오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부분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닐까?

살랑살랑 봄바람이 낮에는 여지없이 바깥나들이를 생각하게 하는 이때, 이런 사랑스러운 책 한 권을 통해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