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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규칙

거짓말1

거짓말 규칙
조디 피코 지음, 엄일녀 옮김 / 포레 / 2017년 2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그것에 대한 이름들인 규칙, 예절, 관습처럼 내려오는 것들, 여기에 덧붙여 일반인들보다 약간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평범한 보통의 우리들과 어울리기 위해 별도의 규칙을 정해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도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대한 철칙을 세우고 생활한다는 것도 쉽게 가족 간에 맺어진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제이컵 헌트-

올해 18살로 고등학생이면서 3살 터울 아래인 동생 테오와 엄마 에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이다.

범죄를 다룬 [크라임 버스터스]란 드라마에 빠져서 모든 방송분을 제시간에 봐야만 하고 방송에 나오는 주인공과 대결해 누가 먼저 범인을 맞추는지에 대해 신경을 세우며, 옷장 안엔 무지개 색깔별로 옷을 진열해 놓고 목욕은 반드시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절차, 주황색에 대해 극도의 예민함을 보인다.

더군다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시, 허벅지에 손을 파닥거리면서 두들기고 발작을 일으킨다.

반면 쉽게 외울 수 없는 영화 대사, 평범한 지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광대한 과학과 범죄 수사에 대한 습득 지식들, 언어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 그렇다면 이런 제이컵은 천재?

 

천재는 천재이긴 하나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있고 타인과의 감정 교류를 이어가지 못하는, 오직 흑과 백만 있을 뿐인 소위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병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다.

 

한 예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테오가 할아버지는 과연 죽은 뒤에 어떻게 될까를 물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천국이나 평안한 안식처 같은 장소를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제이컵은 사실 그대로만 말한다.

시체가 부패되고 구더기와 여러 가지 미생물들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런 제이컵에게 싱글맘인 엄마 에마는 자신의 일생을 오로지 제이컵에게 쏟아부었고 이런 제이컵이 보다 원활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규칙’을 만든다.

 

1. 자기가 어지른 것은 자기가 치운다,

2. 거짓말하지 않는다.

3. 하루에 두 번 이를 닦는다.

4. 학교에 지각하지 않는다.

5. 형제를 돌본다. 내 형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충실히 엄마와의 약속이자 규칙을 지킨 제이컵, 자신의 대인 관계술을 가르친 제스와의 만남은 자신에게 엄마 외에 또 다른 친구이자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던 제스가 죽었다.

교수 집을 봐주기로 하면서 그 집을 방문했던 제이컵은 욕실에 누운 제스를 발견하게 됐고 동생 테오의 발자국을 보게 되면서 그는 규칙을 생각하게 된다.

즉 내 형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며, 틀림없이 동생이 제스를 죽였을 거란 짐작하에 사건의 흔적들을 지우고 제스의 거처를 경찰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실행에 옮긴다.

 

이쯤 되면 완전범죄의 전형적인 탄생, 더군다나 모든 죄의 전황이 제스의 남친으로 쏠리게 만들었음에도 제이컵은 거짓말하지 말라던 규칙에 따라 경찰이 물어보는 과정에서 시신을 옮긴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로’ 말한다.

 

책은 무척 두껍다.

벽돌의 무게와 맞먹을 만큼 무거운 782페이지를 자랑한다.

덕분에 책을 출, 퇴근길에 들고 다니면서 읽느라 엄청 힘들었다는 사실, 1.2부로 나눠서 출간했다면 이런 책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은 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전자책 출간은 필수라는 생각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제이컵, 테오, 에마, 그리고 제이컵을 변호하게 되는 올리버, 그리고 제이컵을 법에 의해 구속한 리치 경찰의 관점으로 이어 나간다.

 

누구보다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의 범위에 머문다면 분명 제이컵은 모든 부모들이 부러워할 기막히게 특출 난 천재에 속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이컵이 가진 재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충실히 따른다.

 

한 집안에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들의 생활은 그 사람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 머물러서 차도를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영원히 자신의 안에 머물면서 결코 타인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악한 행동을 보이진 않지만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교류를 못하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자식을 두었다면 부모의 가슴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 그 자체일 것이다.

 

책은 이미 제이컵이 제스의 시신을 옮겼다는 진술과 부검을 토대로 당연히 제이컵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법의 집행 절차를 보인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자 했으며 자신은 자폐증의 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 결코 자폐아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제이컵에게 가족들과 올리버는 거짓을 강요하게 된다.

 

왜?

제이컵이 정신적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에 따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야만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클 것이고 이것만이 오로지 제이컵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란 아이러니를 유발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오로지 거짓과 진실만이 있을 뿐이고 자신이 제스에게 한 행동에 대한 진실을 말하려 하는 제이컵의 심정, 동생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한 번도 식단에 넣을 수 없으며, 장애를 가진 형을 가졌단 사실을 알고 나면 주위의 친구가 없게 되는 상황, 오로지 제이컵, 제이컵, 제이컵…

엄마의 신경은 제이컵에게 쏠려 있기에 자신이 가족다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가정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의 행동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그 흔한 가정에서 아빠와 아들이 해 볼 수 있는 낚시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성장해 온 심경들이 구구절절 가슴을 파헤친다.

 

그렇다면 엄마는?

제이컵과 테오를 버린 남편 대신,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살아왔던 여린 그녀는 말한다.

제이컵이 있음으로 해서 보다 강해졌고 싸움도 잘하는  엄마가 됐지만 반대로 편파적인 인간으로 변해버렸단 사실, 특히

 

– 엄마가 된다는 건 시시포스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뜯어진 솔기를 꿰매고 돌아보면 또 다른 곳이 벌어져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이 삶은 딱 맞는 맞춤옷이 될 수 없을 것이다.  -p135

 

제이컵의 논리대로 따르자면 평범한 사람들이라 부르는 우리들이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제이컵 나름대로의 행동을 보인 것은 오히려 정학 감에 속하게 되고, 이는 제이컵이 보는 세상에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조치에 속한다.

 

책은 장애를 둔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의 포착을 무척 공들이고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문장 속 어느 한편에 독자들로 하여금 울컥하게 하는 심정, 그 외에 장애우에 대한 대우가 선진국답게 잘 이루어졌다는 미국이라 할 지라도 슈퍼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보는 시선들 속에 엄마 에마가 감당해야 하는 마음과 행동들은 우리들 현실의 이웃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제스가 결코 죽지 않길 바랬다는 제이컵의 진실이 담긴 증언은 그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우리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 네가 바로 범인이구나 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제이컵의 입장에선 자신과 소통을 했던 제스가 그렇게 죽지 않길 바랬다는 뜻으로 전달된 상황의 대화 소통의 부재로 인한 현상들은 과연 우리들은 ‘다름’이란 것을 정말로 관대하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여기에 덧붙여 법에서 다루는 한계 또한 파급의 효과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보인다.

제이컵처럼 정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심문을 위한 절차와 필요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치, 이러한 점을 악용하게 되는 정상적인 증인들의 위험천만적인 행동들이 나타날 현상들을 과연 법이란 체계는 이를 커버할 수 있기는 한가? 에 대한 고민도 해보게 되는 책이다.

 

오로지 거짓이 아닌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었고, 자신이 좋아한 범죄 드라마에 힌트를 얻어 경찰들로 하여금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게 하려 했던 행동들, 더군다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가족이니까, 우린 형제이기 때문에 테오를 위한 행동이 이렇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릴 적부터 거짓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던 우리들, 그렇다면 과연 제이컵처럼 테오가 저지른 일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정황을 우리들 가족들 한 사람이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부분들 중 하나인 가족애와 인간의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우치게 되는 책, 다름이 결코 틀린 것과 동의어가 아닌 하나의  일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하는 줄을 모르고 매번 거절만 당해왔던 제이컵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보이진 않을까?

 

책의 뒤편에서 다루는 ‘마이 브러더스 키퍼’는 제이컵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부분들을 다룬 것으로서  읽으면서 저자의 탁월한 글의 흐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하고 있어서 여전히 책을 덮으면서도 오랫동안 생각에 생각을 던져준 책이었다.

 

고루고루 균등하게 펼쳐지는 각 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려진 글의 맥락으로 인해 우리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왔던 것이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이제라도 눈을 돌려 제이컵 같은 사람들에게도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별점 다섯 개를 그다지 주진 않지만 흡입력이 좋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던 책이라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조선왕조 여인실록

조선왕조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조선왕조 500년이란 흔한 말속에는 격동의 모든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들이 무엇을 배우고 깨우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안내서 같기도 하고 교훈적인 면들이 많다.

 

비단 조선뿐만이 아닌 한국의 역사란 태동서부터 시작되는 ‘역사’란 말이 의미하는 바는 저자들이 말했듯이 우리들의 거울이며, 이 거울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떤 정책과 삶을 통해 평화로운 역사를 이루어나갈지에 대한 여러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존 출간됐던 많은 조선의 역사, 특히 남성 중심적인 역사적인 활동 범위를 벗어나 여인들, 그것도 금수저 격인 왕비나 후궁이나 규수들의 전형적인 여인들의 삶에서 탈피한 이미 알고 있거나 몰랐던 부분들까지 현대적인 관점에서 다룬 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책의 저자들은 현직 고등학교 역사교사 4분이 편찬한 책이다.

역사 속에서 이미 알고 있던 것에서 벗어나 교육적인 암기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왜’란 물음에 접근한 방식이라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의 내용들과 함께 현재를 중심으로 당시의 여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깝게 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대표적으로 어을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을 다룬다.

 

시대적인 순으로 각기 다른 선생님들이 다룬 내용들이라 연차적으로 무난히 흐름에 편승할 수 있는 글의 시대 순과 함께  이 여인들의 삶에 있어서 사회적인 분위기와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을 어떤 식으로 이루며 살아갔는지에 대한 조명은 양반 사대부의  부인으로서 살다가 근친상간과 계급의 허울을 던져버리고 노비에 이르기까지 두루 모든 남성들을 섭렵했던 어을우동의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에 대한 과정들로 시작되는 책의 시작은  자신을 가두었던 사회적인 반 감정에 이은 뭇 남성들에 대한 여성으로서, 여기에 덧붙여 자신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삶의 주도권자로 살아간 어을우동이란 여인의 삶에 조명한 글들 외에 우리가 전형적인 현모양처란 이미지로 각인된 신사임당의 출생과 자녀들의 교육과 삶에 뒤에 가려진 현모양처란 수식어가 사실은 정치적인 이익에 앞세운 대표적인 케이스로 남는 과정을 보인다.

 

어을우동이 뭇 남성들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회통념상으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통해 자신만이 가진 인생을 살다 간 여성이었다면  황진이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자긍심을 가지고 뭇 여성들을 대했던 남성들을 통쾌하게 무릎을 꿇게 했던 기생으로서의 자격심과 시와 그림을 사랑했던 여인으로서의 자신의 모든 것을 통해 교류를 하고자 했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보임으로써 또 다른 조선이란 틀에 갇혀 살다 갔던 여인들의 모습들을 보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한류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허난설헌, 비선 실세의 전형적인 모범을 보인 김개시와 선조, 광해군과의 이야기는 한편의 인생역정을 보는 듯도 하고, 이어 기생에서 탈피해 섬에 사는 어려움을 이기고 조정에게까지 가서 정조를 알현한 김만덕이란 제주 객주 여성인의 삶 또한 제주도의 풍경처럼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처럼 조선이란 유교사상과 성리학에 입각한 한 나라의 체제 안에서 여성들, 자신들이 가진 여성으로서 참아내기 힘들었던 과정들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인생을 자신의 주도하에 살다 간 여인들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들여다본 역사는 지금이나 그 때나 여전히 비슷한 양상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례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뒤의 후세들이 지금의 역사를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대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정치나 교육, 생활의 일반적인 것들을 다루고 실행하면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역사로 가는 토대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의 구성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당시의 시대상을 먼저 알려주고 시작하는 글이 있기에 한 여성에 대한 삶을 조명해 볼 때 그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 그녀들이 왜 이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훨씬 받아들이기 쉽게 하고 있으며 당시에는 어떤 점들이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시대의 의식과 흐름에 따라 역사적인 평가는 달라짐을 보여준 글들의 예시는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례로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지금에서는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다루어진다는 점)

 

 

굵고 큰 사건들 뒤에는 이렇게 여인들의 삶이 함께 들어가 있는 역사, 더 크게도 와 닿기도 하고 작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삶의 척도에 있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 간 조선왕조 500년 역사란 말속에 그녀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들은 책이었다.

 

보너스로 뒤 편에 또 다른 여인들을 간략하게 적은 글 또한 인상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