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ㅣ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학창 시절 아름다운 말이 들어있는 시를 읽게 되면 공책에 정자체 글씨가 아닌 무늬 글씨로 메모를 해 둔 적이 있었고, 열심히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시’란 장르는 어떻게 보면 가장 짧은 말속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를 포함해서 드러내 놓기에 가장 쉽고도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길게 늘어놓은 문장들은 읽어나가면서 그 장소, 시기, 말속에 내포된 뜻을 이해하기 쉽지만 시란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하다는 것에서 더욱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배가되어 나오는 글귀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던 고(故) 장영희 교수가 쓴 신문의 칼럼을 생각났다.
그때도 무척 시를 사랑한다는 느낌과 함께 칼럼의 내용들은 시의적절하게 시를 포함시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병마에도 꾸준히 활동하시다 천국에 가셨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은 김점선 화백의 그림과 함께 엮어 출간이 됐다.
아쉽게도 이 책의 두 사람 모두 고인이 됐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투병 중이던 장영희 교수가 일 년 동안 연재한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을 부제로 사랑을 주제로 한 49편을 묶어 ‘생일’, 희망을 주제로 한 50편을 ‘축복’이라 분류를 했고 이것을 이번에 다시 묶어서 그림과 함께 산뜻하게 단장을 한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책 속의 여러 작가들의 시구들을 원본과 번역을 통해서 느껴가는 맛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세월 속에 쌓아 온 인생의 경험담과 자연에 대한 존경, 그리고 역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는 각기 다른 주제들의 시들은 여전히 이 계절에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좋아하는 시들은 여전히 고전처럼 내려온다는 사실과 더불어 90편이 넘는 시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두고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들이란 생각이 든다.
원본과 번역 그리고 그림, 뒤편에 어떻게 이 시를 읽어나감에 있어 더 좋은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글들이 가슴에 더욱 와 닿기에 시를 통해 이 봄날에 천천히 음미해 본다면 짧게만 지나가는 이 계절에 대한 기억을 더욱 소중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