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3월 17일

생일 그리고 축복

생일축복표지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학창 시절 아름다운 말이 들어있는 시를 읽게 되면 공책에 정자체 글씨가 아닌 무늬 글씨로 메모를 해 둔 적이 있었고, 열심히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시’란 장르는 어떻게 보면 가장 짧은 말속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를 포함해서 드러내 놓기에 가장 쉽고도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길게 늘어놓은 문장들은 읽어나가면서 그 장소, 시기, 말속에 내포된 뜻을 이해하기 쉽지만 시란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하다는 것에서 더욱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배가되어 나오는 글귀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던 고(故) 장영희 교수가 쓴 신문의 칼럼을 생각났다.

그때도 무척 시를 사랑한다는 느낌과 함께 칼럼의 내용들은 시의적절하게 시를 포함시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병마에도 꾸준히 활동하시다 천국에 가셨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은 김점선 화백의 그림과 함께 엮어 출간이 됐다.

아쉽게도 이 책의 두 사람 모두 고인이 됐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투병 중이던 장영희 교수가 일 년 동안 연재한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을 부제로 사랑을 주제로 한 49편을 묶어 ‘생일’, 희망을 주제로 한 50편을  ‘축복’이라 분류를 했고 이것을 이번에 다시 묶어서 그림과 함께 산뜻하게 단장을 한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시1

 

책 속의 여러 작가들의 시구들을 원본과 번역을 통해서 느껴가는 맛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세월 속에 쌓아 온 인생의 경험담과 자연에 대한 존경, 그리고 역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는 각기 다른 주제들의 시들은 여전히 이 계절에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시2

시3

 

좋아하는 시들은 여전히 고전처럼 내려온다는 사실과 더불어 90편이 넘는 시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두고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들이란 생각이 든다.

원본과 번역 그리고 그림, 뒤편에 어떻게 이 시를 읽어나감에 있어 더 좋은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글들이 가슴에 더욱 와 닿기에 시를 통해 이 봄날에 천천히 음미해 본다면 짧게만 지나가는 이 계절에 대한 기억을 더욱 소중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토리노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얼마 전 동계 스포츠 종목인 쇼트랙은 물론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를 TV에서 방영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세계 빙상대회 월드시리즈~~ 몇 차…

이런 식으로 경기 운영방식을 각기 다른 나라에서 치르며 최종 개인 순위를 다루는 것 같은데, 사실 하계 올림픽만큼 동계에서 다뤄지는 종목은 그저 위의 종목과 피겨, 크로스컨트리, 영화 국가대표에서 나오던 점프, 알파인 스키, 김연아로 인해 더욱 보게 되는 피겨 정도다.

스노보드도 있었지..

 

피겨

 

운동이란 관심 있게 보다 보면 그 나름대로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경기 해설 방식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와 콤비를 이루며 열성을 쏟아 해설과 진행을 이어나가는 것을 듣는 입장에선 종목마다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이처럼 에세이를 통해서 재미와 맛깔스러운  글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재밌겠단 생각이 든다.

 

스케텔톤

 

워낙에 다작가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인지라 그가 내놓은 에세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연히 책을 집어 들면서 같은 나라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시드니’와도 비교해 보게 되는 책이고 계절상 정 반대의 대회를 겪으면서 쓴 글들이라 작가들의 특성과 나름대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도 느끼게 된다.

 

책은 처음에 작가가 기르는 애묘  유메 키치와 함께 2006년에 올린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이탈리아 토니노에 달려가 경기 관전과 그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있는 운동에 대한 지식과 응원,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루지

 

주된 등장의 흐름은 애묘이기에 책의 느낌은 말하는 동물로 주인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작가의 직업을 떠나 운동 경기를 관전하고 즐겨하는 운동 마니아로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책의 전반부는 일본의 동계 스포츠의 현황이나 유명 선수에 대한 애정을 그리고 있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관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기 개인들이 좋아하는 운동들이 있다 보니 무라카미의 경우엔 본인 자신도 마라톤을 즐겨하듯이 글에서도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그리고 있는 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스키점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은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듯한 인상을 준다.

 

응원

 

하긴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동계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보니 내년에 열리는 우리나라 동계 올림픽인 평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책의 글 내용 중 한국의 한 곳에만 편중된 운동 육성에 대한 글은 고루 평준화된 운동 지원의 방식도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리라~ 하는 생각을 심어준다.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이야기들의 구성은 저자만이 간직한 운동에 대한 박식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이번에 다시 한번 동계 종목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