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책을 읽으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책도 나와 인연이 있기에 읽게 된다는 것. 여러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책들도 그렇고 우연하게 손에 넣은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감동을 주었던 책들은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다.
바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는 마침 프랑스 문학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라 도서관에서 우연히 프랑스 문학 코너에 눈을 돌리다 읽게 된 책이다.
도서관이란 곳이 최신 작품을 우선시해서 바로 눈길이 쉽게 가기 쉬운 곳에 자리를 비치해 놓는 책들이 있는 것을 먼저 찾아 읽게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엔 맨 밑 코너 속에 있었다.
당시의 제목은 ‘꾸르제트 이야기’로 나왔다.
책은 두꺼웠지만 정말 의외적으로 빨리 읽었다는 기억, 그 후에 소장하려고 찾아보니 절판이란다.
정말 아쉬움을 갖던 차에 이번에 새로 제목과 표지도 더욱 예쁘게 나오는 바람에 정말 흥분을 감출 수가 없게 한 책이다.
꾸르제뜨-
호박 덩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말, 당연히 엄마는 꾸르제뜨라 부르며 같이 살아간다.
그런데 아빠는 없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는 영계를 찾아 집을 나갔단다.
일은 하지 않고 매일 맥주 마시며 TV만 보던 엄마, 어느 날 본의 아니게 옷장 속에서 권총 하나를 발견한 꾸르제뜨는 엄마를 죽이게 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연을 지닌 친구들과의 만남은 가슴이 찡해오면서도 예외 없이 그 나이에 맞는 솔직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독자들을 웃기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훈훈한 장면들을 많이 보인다.
*****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바로그 나이와 밤이면 빼서 물 잔속에 담가 두는 틀니를 제외하면 아이들하고 비슷하다.
그들은 우리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마찬가지로 잘 먹지 못한다.
시몽도 얘기 하기를, 나이란 고무줄과 같아서 아이들과 노인들이 그 양쪽 끄트머리를 붙잡고 잡아당기다 보면 결국 탁하고 고무줄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 건 노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이 죽는다고 한다.
***** 사람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고 모를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 어른들 세상이 대답 없는 물음표로 그득한 것은 그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머릿속에 꼼꼼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 얼굴은 보면 말해지지 않는 온갖 질문들이 불행이나 슬픔의 표정을 통해 익힌다.
***** 얼굴에 파인 주름이라는 것도 한 번도 열어보지 못지않은 질문 상자 속을 지나가는 시간이 대신 가득 채운 모양일 뿐이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들은 어쩌면 이해할 수도 없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성을 보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해 돌아오는 답들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각기 개성이 다른 아이들의 등장은 이 책에서 꾸르제뜨와 함께 모이면서 다양한 행동과 결과물을 낳고, 저자가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글을 쓴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간결하고 어른들이 느낄 만한 공감대를 형성해서 글을 썼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처럼 꾸르제뜨란 아이의 천성이 낙천적이고 천덕꾸러기인 신세지만 그런 역경 가운데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른들과 청소년들이 같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하늘을 미워한 아이로서 자란 꾸르제뜨가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삶에 흠뻑 빠지다 삶에 대한 새로움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성장 소설로서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다시 한번 읽으면서 즐거움과 슬픔, 코 끝이 찡해짐을 느끼면서 읽은 행복함을 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주위에 추천을 해줬던 책이기에 이번에 새로 개정이 되어 나온 책인 만큼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같이 보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