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해 ㅣ 스토리콜렉터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믿고 읽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인 ‘미안하다고 말해’를 접했다.
전작들의 연작도 그렇지만 별개의 작품들도 강한 인상들을 지을 수 없었던 만큼 이번의 작품 또한 아프다는 말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의 단골 메뉴인 어린 소녀들을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행하는 인간말종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설가들이 그리는 내용들은 심히 마음의 불편함을 전달해준다.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로 시작되는 첫 구절은 강렬하다.
죽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의로 가출한 것도 아닌, 이곳이 어느 곳인지도 알지 못한 채 갇혀 있는 소녀 파이퍼는 친구인 태쉬와 같이 붙잡혀 있는 상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인 빙엄 축제에서 홀연히 사라진 두 소녀는 과연 누가, 왜 , 어디로 감금하고 지금까지 이들을 찾던 사람들을 조롱하듯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을까?
온 마을과 경찰들이 출동해서 이들을 찾지만 결국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한 소녀가 호수에 빠진 채 발견이 되고 그 근처의 집에선 부부가 화재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조 올로클린은 딸 찰리와 함께 지내기 위해 만나지만 이내 사건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소녀가 죽었단 사실, 부검을 통해 그녀는 태쉬로 밝혀지고 사건은 3년 전 실종 상태로 미결인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려놓는다.
책은 파이퍼가 들려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어서 조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경찰과는 달리 파헤치는 경위를 들려주는 것으로 엮어진다.
나이에 비해 성숙했던 태쉬와 이와 어울리는 파이퍼의 학교 생활과 그 나이에 부딪치는 질풍노도의 시기들은 한 번쯤는 거쳐가는 반항기를 그리지만 여기서 그리는 두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생활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인간에 의해 서서히 파멸되어가는 과정, 그 가운데서도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던 파이퍼의 피나는 탈출기가 조의 수사력과 맞물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 제목인 ‘미안하다고 말해’는 책 대화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 과연 누가 누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과 처절함, 긴박함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말인 동시에 정작 이런 일들을 빨리 해결해주지 못했던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정신 속에 빗나가 버린 정상을 넘어선 이상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의 구성을 잘 표현한 저자의 글은 기존 작품의 성향을 느끼게 해 주면서도 조 올로클린의 내면적인 외로움과 아버지로서 느끼는 딸에 대한 생각과 시선들과 행동들, 여기에 실종된 딸 또래의 소녀들을 생각하면서 범인의 프로파일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범인에 대한 확신을 헛발짚 게하는 구성의 과감성이 돋보이는 책, 덧붙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의 실체와의 대결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끝까지 범인을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만큼 파이퍼가 그리는 상황들은 읽는 내내 답답함과 남겨진 가족들의 해체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저질러지는 모든 일들의 상처가 안타까움을 전해주었기에 읽는 내내 분함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책에서는 우연히 들른 화재 장소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가하는 마을 사람들의 악마의 모습들을 표현한 장면들이 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지만 개개인들이 암묵적으로 협동해서 저지른다면 그 죄에 대한 인식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을 수 있게 한다는 심리들, 그 심리는 결국 애꿎은 한 인간을 죽게 만들었다는 설정은 인간이 지닌 또 다른 내면에 숨겨진 본모습들을 표현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모순적인 모습들을 부각함으로써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이 책 또한 결코 시원스러운 해결의 맛을 느낄 순 없었지만 그래도 파이퍼에게만은 적어도 ‘미안하다’란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들려주신 이야기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나 미드를 보는 듯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 있네요.
네.
이 작가의 작품들이 추리와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만큼 읽어보시면 아마도 좋아하시게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