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책을 읽을 때 계절과도 딱 들어맞는 책을 읽게 된다면 내 경우에는 느낌이 훨씬 오래간다.
비단 책 속 들어있는 구절구절마다 내 경험과 매치되는 경우를 통해서도 그렇지만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같은 장소 아래 같은 하늘이나 바다, 산, 꽃을 보더라도 느낌이 서로 달리 받아들여진다면 그 각자의 고유 영역 속에서 타인이 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자 여행작가, 사진가인 최갑수 작가가 그려낸 사랑에 관한 문장과 그에 곁들인 유명인들의 짤막한 문구들은 이 책에 대한 소장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전체적인 카테고리 자체도 Ⅰ 그래서, Ⅱ 그리고, Ⅲ 그러나, Ⅳ 그래도….
이처럼 사랑에 대한 단상을 유연한 흐름 속에 간간이 여행을 통해서도, 그냥 길거리 지나치는 자전거 타고 가는 행인을 통해서도, 작가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우리들에게 그 흐름을 이어준다는 점이 가장 깊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초기의 애틋한 감정에서 서서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채취처럼 물들어가는 과정, 그런 연속성 속에서도 시간이 주는 흐름에 묻혀가는 사랑에 대한 농익은 냄새들은 저자의 글로 인해 바로 읽어버리게 하지 않는 희소성을 준다고나 할까?
때문에 책을 처음 받아 고서는 취침 전에 한 부분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던 탓에 아쉽기도 하고 좀 더 내 가까이에서 그 감정의 연장선을 두고두고 아끼고 싶게 한 책이었다.
포스트가 여기저기 붙어버릴 만큼 지저분해지는 책,
과연 너는 어느 글을 내게 권해주겠니? 하고 묻는다면 글쎄, 쉽게 딱 이 부분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과일로 치면 씨까지 모조리 먹게 되고 먹고 난 후의 빈 손만 바라보게 되는 허망함을 지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말 좋다, 좋다, 좋다를 연발하게 만든 책이다.
혼자만의 사랑처럼 되뇌는 고백서의 양상을 띤 사랑, 당신과 나의 만남 이후 홀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당신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단상을 느껴가는 글들은 여러 나라를 취재하거나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단조로움 속에 고독과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긴 인생길에 동반되는 사랑, 흔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랑의 느낌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에 이은 또 하나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
정말 넘치도록 아름다운 글과 사진,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에 이 책을 여전히 곁에 끼고 다시 한번 읽어나간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은 없다.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귀찮고 피곤할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지금이 행복하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주름살을 하나둘씩 챙겨가며 죽음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래도 꼭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고르라면 이십 년 전 당신을 만난 날, 그 하루를 선택하겠다.
온 세상이 환한 빛으로 휩싸였던 그날. 우리 아직 젊어서 서로의 살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시절. 몰락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이 삶에서 그래서 기억의 서랍에 아껴두고 꺼내보는 것이라면 당신을 만난 첫날. 어쩌면 그 기억으로 여기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p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