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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로제나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북유럽권의 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니 이제는 영. 미 문학권의 작가 이름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익숙함과 함께 그들이 묘사하는 장면 하나하나에도 이국적인 냄새를 맡으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이미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내고 있는 영. 미권의 작가들 외에도 북유럽권의 이러한 장르들, 특히 경찰 소설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새롭게 첫 발을 내디딘 작가는 누구였을까?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이러한 의문점을 두지 않았던 것은 독자로서 이러한 장르에 워낙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된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시리즈를 대한 느낌은 사뭇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요 네스뵈, 헨닝 망켈…

이들이 추종하고 모방하면서 독자적인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해내며 시리즈로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한 두 저자의 글은 읽으면서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할만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스웨덴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관광지 예타 운하에서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나체로 성폭행과 폭력의 흔적이 있는 상태로 발견이 된 이 여성의 신원을 밝혀내기까지 경찰들은 당시 운하를 오고 가는 모든 배들을 조사하지만 뚜렷한 그 어떤 실마리조차도 건져내지 못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는 사건 현장인 모탈리로 가게 되고 그는 동료들과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건 해결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답답함만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그녀의 신원은 미국으로부터 날아오게 되면서 활기를 찾게 되고  그녀의 이름이  로재나 란 사실, 직업은  사서로 일하는 여성임이 밝혀진다.

 

이 책이 나온 연대는 1965년 소설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읽으면서 마치 과거로의 회귀를 한 듯한 착각 내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사건에 대한 모종의 추리를 하게 하는 장치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읽으면서 이 장면에선 요즘엔 이 장치를 이용하면 훨씬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답답함마저 들게 하는 여건들, 가령 미국에서 보내오는 편지와 사진들을 항공을 이용해 기다려 받아야 하고 사진 현상도 기다려야 하고 배에 탑승한 승객들의 신원조회를 통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받아와 다시 현상해서 동료들과 보고 의논을 하고, 타자기에 종이를 말아 타닥타닥 경위서를 써야 하는 절차들이 당시의 경찰들의 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게 그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는 왜 죽어야만 했는지, 누군가 같이 여행 와서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찰들의 수사는 진전이 보일 듯 말듯한 시간과의 내기에서 누가 이기느냐 같은 경쟁 심리마저 느끼게 한다.

 

소설의 패턴은 지금의 우리가 읽고 있는 추리 스릴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이것이 기존의 정적인 형사 내지는 경찰 출신 한 사람에 의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아닌 경찰 소설 말 그대로 같은 동료들의 분업된 조사와 토론, 그리고 죽은 사람이 묵었던 배를 중심으로  범인을 추적해 좁혀 들어가는 방식들이 시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갈 뿐, 모든 것의 패턴이 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는 과정이 왜 이 소설이 경찰 소설로써의 원점이 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두 저자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기존의 한 사람의 능동적인 활약이 아닌 동료란 의식에서 합심해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들, 여기에 개인적인 마르틴이란 인물의 가정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분위기까지 그리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사건에만 치중해 그 중심으로 돌아가 글의 구성을 이뤘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가장으로서 느끼는 경제적인 압박감, 샐러리맨으로서 느끼는 집에 대한 생각, 마치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해 주듯 도심의 중심지에서 살고 싶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는 바람에 도심 근교에서 생활하는 모습,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시간은 모형조립을 하는 시간들이란 사실까지, 저자들은 정적인 주인공보다는 당시 사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사내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 네스뵈가 창조해 낸 인물 해리 홀레 시리즈 생각이 많이 났다.

알코올 중독자에다 사랑에 아파하는 한 남자의 외로운 모습을 부각한 요 네스뵈는 정말로 이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창작인물에 대해 생명을 불어넣는데 많은 참고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

 

2012년 요 네스뵈의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다.

 

– “1970년대 이래 마이 셰발과 발뢰는 스칸디나비아 범죄소설의 대부모(God parents)였습니다.

그들은 간이매점에서 팔던 스칸디나비아의 범죄소설을 번듯한 서점에서 팔게 만들었습니다.”

 

사건의 범인을 잡기까지의 과정도 지금 생각해 보면 평범한 속임수에 그칠 수 있는 소재일 수 있으나 출간 당시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단 사실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차후 계속 출간되는 시리즈를 기대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