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4월 21일

뭉클

뭉클

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보통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들을 만나게 되면 메모를 해놓는다.

가끔 잊고 있다가 눈에 띄어 읽게 될 때의 그 희열감은 아! 그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감정이 기억이 나고, 이내 나 자신에게 잘 적어놓았다는 자화자찬(?)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을 부려보자면 좋은 글들을 한데 모아서 두고두고 읽는다면 메모 걱정도 없을뿐더러 소장하는 가치 면에서도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 뭉클은 정말 가슴의 한 구석이 뭉클해지는 감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메모는 말할 것도 없고요~)

 

시인 신경림 님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들이란 책으로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거나 자신이 스스로 기억해 낸 글들을 추려서 낸 책이라서 그런지 연대의 폭과 작가의 구성도 오밀조밀 폭이 넓게 다뤄진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반드시 읽어야 할 한국 현대사 소설의 고전이 되다시피 한 근대 작가들의 글은 물론이고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작가들의 이름들을 통해 때론 계절에 맞는 감성을 같이 느껴가며 읽을 수 있고, 때로는 문득 생각나는 어떤 한 인물을 동시에 떠올리며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게 하는 솔직함이 묻어나는 글들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과 반성도 해보게 되는 책의 내용들은 조용한 이 봄날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근대 작가들이 쓴 글들을 통해 생소하면서도 문득 어디선가 들어봤을 단어들, 그러고 보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내용 중에 일부분이었던 ‘부담’이란 단어라든지,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들을 통해 요즘의 신세대들의  화끈하고 솔직한 고백이 아닌 ‘연서’라는 말이 정말 어울릴 듯한 이중섭 화가와 박인환 작가의 편지들은 섬섬이 적신 옷에 듬뿍 담긴 채취를 연상하게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런가 하면 김수환 추기경 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권정생 작가의 형에 대한 기억, 정채봉 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김용택 님의 구수한 정경이 도드라져 보이는 내용들 속에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다른 분들의 내용들과 더불어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끼게 해 준 글들이 아닌가 싶다.

 

 

 

-신발을 신는 것은

 

 

신발을 신는 것은

삶을 신는 것이겠지

나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건너간 내 친구는

얼마나 신발이 신고 싶을까

살아서 다시 신는 나의 신발은

오늘도 희망을 재촉한다.

                                – 이해인

 

 

뭉클2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글귀가 생각나게 할 만큼 거리의 꽃들의 생동감 있는 생명체의 향연, 그리고 이름도 모르지만 개천가에 자신의 생명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끈기 있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되는 요즘,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감사와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을 생각하게 하는 터라 한 번쯤 읽어보면 이 가는 봄날에 대한 추억을 고이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속임수

속임수

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저자의 기존 작품들에 이은 또 하나의 심리 스릴과 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색다른 이야기를 던져준 작품, 속임수다.

 

속임수라고 하면 어떤 대상을 두고 속이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이 재미 삼아, 장난 삼아, 웃고자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한순간의 실수를 모면하기 위해 벌인 결정이 커다란 결과물을 낳게 된다면 속임수라는 말에도 책임감을 지울 수는 없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는 은퇴한 명망 높은  형사 리처드 린빌이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침입한 한 사람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자신을 전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임에도 그 범인은 리처드를 상당히 잘 알고 있다는 듯 일순간의 망설임 없이 살해를 하고, 리처드의 딸 역시 런던 경찰국에 몸담고 있던 터라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의 사건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된다.

 

한편 프리랜서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스 크레인은 의사로부터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받고 입양한 아들과 아내, 이렇게 셋이서 모든 통신 장치가 터지지 않는 외딴 별장으로 떠난다.

 

책은 두 가지 사건을 교차하며 보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누가 리처드를 살해하고 연이어서 전혀 듣지도 못했던 멜리사 쿠퍼라는 여인의 죽음, 그리고 사건의 핵심고리를 쥐고 있던 리처드의 짝꿍 동료였던 노먼까지 살해당하는 일련의 과정을 전혀 짐작조차 못하게 그리는 과정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입양아 새미의 생모와 그의 남자 친구인 닐의 등장으로 인해 외진 곳, 창고에 갇혀 있게 된 조나스 가족과 케이트의 아버지 사건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결고리의 틈새를 찾아보려는 독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케이트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뜻밖의 모습들을 보이는 과정들이 저자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살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속내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생활한다고 믿고 살지만 과연 내가 상대를 정말로 얼마만큼 잘 안다고 확실할 수 있을까?를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아픈 엄마를 끔찍이 간호하고 자신에게 좋은 아빠이자 직업세계에선 그 누구도 아빠의 말이라면 거역하지 못하고 수긍하게 만들었던 리처드 린빌의 비밀, 한 순간에 결정지어진 전화 한 통화와 그 이후에 수습된 결과는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가고 결코 제삼자의 입장이라도 인정받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결과물을 낳는다.

 

범인의 말에서도 알 수 있고. 다른 작가들이 다루는 이런 류의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에 남겨진 자들의 상처는 그 누구에게 보상과 위로를 받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를 이 책 또한 다루고 있다.

 

가해자는 멀쩡하고 피해자인 가족들의 풍비박살난 해체의 수순과 마음의 상처들, 정상적인 절차라면 당연히 가해자도 마음의 짐을 가지고 법에 따를 절차를 통해서 죄를 받아야 하지만 자신이 가진 직위를 이용하고 무마하려 했던 그 결정으로 인해 단란했던 한 가정이 파괴된 결과물을 가져왔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을 울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리 가족이 평생 그 사건이

남긴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분하지도 않아?

누나 역시 나처럼 그 사건이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잖아

피해자는 매일이다시피 비극의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범인이 굳이 위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밝혀지는 범행의 실체를 통해 독자들은 한순간 가슴이 쿵하는 느낌을 받게 되며, 하나의 작은 구멍을 메우기 위한다는 것이 결과론적으로 메울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트라우마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중적인 현혹으로 글의 장치를 보임으로써 이 책의 속임수에 대한 진실의 실체를 빨리 보고자 하려는 부추김을 내세운다.

 

사회적인 현상과 개인마다 지닌 양심에 걸림돌 되는 미지의 결정적인 순간들, 최상의 아빠로서 알고 있었던 아빠의 모습 속에 가려진 속임수라는 장치가 어떤 결과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케이트뿐만이 아니라 사건의 피해자였던 피해 가족들의 아픈 마음과 그 해결의 완결선을 봉합하지 못했던 아빠의 진실에 가려진 무능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린 결정의 파국을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기존의 느낌대로 심리와 그 상황에 맞춰서 그린 책이란 점, 한 가지 사건 외에 이와 관련된 주변부의 사람들이 입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도 비슷한 맥락을 보이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것임을 깨닫게 해 준 책이란 점에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