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4월 22일

교단 X

교단교단 X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종교라는 것은 믿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과 정화를 준다.

내적인 고통과 심신의 모든 것들을 감싸 안으며 진리와 성실한 자세로서의 종교인들을 보면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모든 것들의 현상이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이 문제이기에 비단 종교만이 아닌 여러 가지 일들을 비추어보면 중도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자세란 생각이 들게 한다.

 

기존의 작품들을 통해 저자만의 생각을 선명한 색깔처럼 드러낸 작가답게 이번에 접한 작품 또한 종교와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년 전 그 유명했던 옴 진리교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은 과연 선과 악의 한계와 그 뚜렷한 경계선은 무엇인지를 연신 묻게 된다.

 

작은 일 하나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이단 종교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한때 자신과 사귀던 여자, 다치바나 료코가 어느 날 자살을 예고하고 사라진 것에 대해  나라자키는 수소문 끝에 그녀가 잠시 몸담았던 종교 단체를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아마추어 사상가로 소개한 마쓰오 쇼타로가 이끄는 단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의 입을 통해 자신이 찾던 그녀가 옴진리교 사건처럼 극단적 종교 단체인 ‘교단 X’의 신자임을 알게 된다.

 

여기서 책의 내용은 철학과 우주의 탄생, 과학, 석가의 탄생과 불교에 대한 이론서부터 각기 다양한 여러 주제를 강연한 테이프를 듣게 되는 나라자키를 통해 극단적인 종교가 어떻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엔 커다란 문제로까지 번지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교단 X에  모인 사람들의 특징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입한다는 점, 이는 결국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도 아무런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과 그에 따른 불합리로만 생각된 한계 때문에 오로지 성적 탐닉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구원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치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는 읽는 동안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감정들, 즉 선의의 기쁨이나 동정의 아픈 감정을 배제당한 채 교주 사와타리에 의해 조종당하는 듯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인다.

 

악과 선의 차이는 과연 있는 것인가 조차도 모호하게 할 만큼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결함을 파고들어 지배하는 악과 그 속으로 들어가 그 밑바닥까지 살펴보려 한 나카무라 후리노리의 글은 여전히 어떤 뚜렷한 확신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결국 나 자신의 어떤 확고한 의지에 의해서 결정지어질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책은 시종 어둡고 음침하며 불쾌함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가운데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이단 종교단체들의 행동과 말로 세뇌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답답함마저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절대적인 악도 선도 없다는 말이 생각날 만큼 묘사 자체도 섬뜩하고, 저자가 그리는 이 세계가 비단 허구로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야

보노보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유명 만화 캐릭터로도 알려진 보노보노와 그의 주위 친구들을 보면 만화로써 접하긴 해도 등장 동물들의 행동과 말들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활자체로만 엮인 책이 아닌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작가의 말처럼 일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한두 가지씩을 가지고 있는 단점 내지는 장점들, 그리고 이에 더 나아가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게 되는 따뜻한 글로 가득한 책, 바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란 책이다.

 

방송작가이면서 그 스스로도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와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이고 그 해결방안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읽다 보면 나 스스로도 바로 이런 부분에선 같은 행동과 말들을 했었다는, 그때는 미처 나 자신의 마음만 돌볼 줄 알았지, 상대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반성들을 하게 되며 이에 걸맞은 각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나 주변의 환경들을 통해 보다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보노1

 

아기 해달인 보노보노와 보노보노의 아빠, 너부리, 다람쥐 포로리, 사막여우 홰내기, 프레리가 등장 동물로 나오지만 여기엔 각자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금방 화해하고 무심코 던진 물음에 담긴 철학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 답변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속 시원함을 전달해주기까지 한다.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에 더 나아가서 연애,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들과 이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실망하지 말 것들, 미움받을 용기를 담은 내용들을 접하게 되면 보노보노처럼 일부분 소심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게 됨을, 더군다나 나도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위로의 책이다.

 

보노2

 

보노보노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혹은 포로리 아빠와 포로리가 나눈 대화는 가슴 한편에 뭉클함을 전달해주기까지 한다.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어기는 거 아냐.

 

포로리            어긴 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예요.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거 아냐

                     젊은이들한테는 다음 달, 내년도 있겠지만

                     노인네들에게는 지금뿐이라고.

 

 

문득 가족들의 얼굴 중 엄마를 보면서 느끼는 같은 여자로서 조금씩 이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느껴가는 저자의 글들도 그렇고, 아빠에 대한 가장으로서 느꼈을 부분들의 이해, 친구와의 관계,,,,. 어쩌면 우리들 모두는 이런 모자람을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소심한 보노보노의 입을 통해 성장해갈 기회를 찾아가는 것을 아닐는지….

 

 

동화처럼 따뜻한 색채감이 함께 어우러진 그림들과 작은 만화 챕터들은 글을 읽어나가면서 작은 미소를 함께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양념으로 톡톡한 자리를 차지한다.

 

서툰 어른들, 그들도 여전히 삶에 대한 나만의 정확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조금이나마 터득할 수 있게 해 주는 이 에세이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