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야기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책의 첫 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책들은 시선에서 일단 호기심을 일으키게 되고 그
내용을 읽다 보면 왜 이런 표지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때가 더러 있다.
눈 이야기로 다시 나온 책인 만큼 제목 자체도 원작 그대로이다.
처음 눈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는 자연의 현상인 눈(雪))을 생각했으나 저자가 뜻하는
바는 우리들의 눈(目 )이다.
내용은 눈이란 단어가 주는 폭넓은 생각을 드러낸다.
에로티즘의 거장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의 저자는 이 책에서 과감한 이야기를, 1.2부로
나뉘어서 그리고 있는데, 1부에서의 내용은 생각처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내용들이었다.
주인공인 16살의 ‘나’는 그 나이 때는 항상 호기심처럼 느끼게 되는 성적인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던 나 앞에 소녀 ‘시몬’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눈의 실체를 여러 가지
다양한 변주된 모습으로 각인을 시킨다.
달걀로, 소불알로, 다시 눈알로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들, <살로 소돔의 120일>이라는
것에 버전처럼 여겨지는 각 상황들은 읽어나가면서도 쉽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데, 특히 가학적이지 않은 도구인 접시를 이용해 오르가슴에 이르는 과정의
표현들은 성 도착 자들의 이상적이 아닌 듯한 모습들을 연상시킨다.
특히 이 책이 1927년도에 썼다고 하는데 지금의 성 개방시대에 비추어봐도 난해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는 데서 당시의 이 책의 영향은 크게 이슈가 되었을 것이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기엔 나와 소녀 시몬 외에 또 다른 제3의 인물인 마르셀을 동참시킴으로써 더욱 그
성에 대한 일탈적인 행위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습과 도덕적인 것을 논하는
인간들의 생활을 조롱하는 듯한 이들의 행보는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소녀 시몬이 눈이나 알에 집착하는 까닭이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가 맹인이었다는
사실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부터 시작해 마비된 몸으로 소변 활동에 지장을 받았던
아버지의 행동을 통해 눈동자가 허공에 매달리듯 뚜렷한 초점이 없는 가운데 일말의
흥분된 모습처럼 보인 것,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영화에서나 다른 책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배설의 쾌감과 성적인 배설 쾌감을 동일시하게 보았다는 저자의 눈길이 이미
저자는 이 모든 행위를 통해 인간과 짐승 간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식의 글을 통해
보여준 것은 아닐까?
프랑스라는 나라가 성에 대해서나 사생활에 대해선 고위 공직자도 선을 그어 생각하는
나라인 만큼 이 책이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는 이미 저자가 이 책을 쓴
시대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진 않았을 까도 생각이 될 만큼 책의 외설적인
표현이나 분위기는 우리네 정서와는 쉽게 동질감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책인 것
만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