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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로브

로즈
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우리나라와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닮은 점이 참 많다.

지형적인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과 고통, 그 안에서 피어난  문학 대가들의 작품들을 접하노라면 먼 곳에 위치한 곳일지라도 가깝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유명 가수들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영국 팝의 냄새도 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아일랜드만의 냄새를 드러낸 가수들의 아일랜드 만의 한(恨) 서린 노래도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작가가 그려낸 소설은 아일랜드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한 시대를 살아낸 한 여인의 삶에 대한 모습의 잔영이 매끄럽게 다가온다.

 

로잔느 라 불리는 여인,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하지만 대충 100세가 넘은 것으로  파악이 되는 그녀다.

 

나이에 비해 여전히 기품을 잃지 않는 그녀, 그런데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정신병원의 낙후된 시설로 인해 곧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와중에 환자들 중에 정말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온 환자인지, 아니면 시대나 타인들의 뜻에 따라 정신이 말짱함에도 갇혀 있는 사람인지를 구분해 ‘자유’와 ‘격리’ 란 판단을 해야만 하는 가운데 그녀의 주치의인 그린 박사는 로잔느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녀를 진찰하면서 그녀의 과거를 들춰보게 된다.

 

사실 아일랜드란 나라는 역사적으로 세계대전이나 내전 반발, 대기근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고난을 이겨낸 나라들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러한 글을 통해서 접해보는 역사 속에 그 시대를 살아갔던 로잔느라는 여인의 증언과 그린 박사의 비망록이 서로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보이는 글들의 흐름은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부쩍 키우게 한다.

 

책의 내용상 아일랜드의 역사를 알고서 읽는다면 훨씬 로잔느가 겪어온 인생의 이야기와 그린 박사의 현재의 아내를 잃은 비통함과 애도에 이르기까지의 개인적인 역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무엇이 로잔느라는 여인을 이런 곳에 가두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증언’이란 로잔나의 부문과 ‘비망록’이라고 붙여진 그린 박사 부분이다.

 

왜 로잔느는 ‘증언’이고 그린 박사는 ‘비망록’이라고 구별해 작가는 글의 구성을 했을까?

 

아일랜드의 상처를 담고 살아간 로잔느의 비밀스러운 진실은 그 시대를 누구보다 처절하게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고 이런 로잔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배우자를 잃은 슬픔과 후회, 그리고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뒤의 반전의 묘미를 꼭 기억하기 위해 구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는 그녀의 아픈 과거와 그녀가 진실이라고 붙든 삶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를  관통하고 있는 ‘역사’란 이름의  태풍의 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사실들, 그럼에도 저자는 역사란 결코 진실로 믿을 수 있는 것인가를 되물으면서  이러한 것에 비유를 로잔느의 기억과 대비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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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들을 정말로 죽였을까?

그녀가 박사 몰래 적기 시작한 증언의 일부분인 진실과 그녀의 전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신부가 적어놓은 글의 진실 중 어느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를 독자들은 혼동이 오기 쉬울 만큼 저자의 글을 통해  진실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그 시대의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 성직자들의 고압적인 자세, 인간 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일부 환자들을 천대시했던 행정들과 그 안에서 행해졌던 모든 패악적인 행동들,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겪어오며 살아낸 로잔느라는 여인의 삶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책도 그렇지만 커다란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초는 남달리 받아들이게 된다.

영웅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요구와 침묵, 그리고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진실의 한 꺼풀 벗겨낸  그 모든 정황들을 로잔느는 꿋꿋이 견뎌내 살아냈다는 사실, 이미 모든 이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이것마저도 삶의 한 연장선으로 생각했던 그녀의 삶이 가시 많은 장미, 그중에서도 그녀가 제일 아꼈던 장미의 한 종류처럼 고고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저자가 그려놓은  아일랜드의 풍경과  아름다운 말들의  비유는  아일랜드를 방문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만드는 유난히 돋보인 책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상영이 되고 있다는데,  원작과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