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4월월

운명과 분노

운명과 분오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태초에 아담과 이브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 금성과 화성에서 따로 온 사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두루 다루는 문제를 여전히 지닌 존재들이 아닌가 한다.

 

아담의 갈비뼈 덕에 여자 이브가 탄생했고 이후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 그 안에서의 심리변화와 부부로서의 삶에 있어서 다루는 가치들의 연속성은 지금도 많은 논의의 주제로써 다뤄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우선순위를 두었던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극찬했다고 하는 대목, 각종 문학계에서의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서였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서 들려준다.

첫 파트인 ‘운명’분은 남편인 로토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부분, 두 번째인 ‘분노’는 아내 마틸다의 시선으로 그려본 내용들이다.

 

첫 파트인 운명의 주인공 아담인 로토-

 

플로리다의 찌는듯한 태양을 벗 삼아 남부러울 것 없이 이루고자 한다면 이룰 수 있는 환경의 남자, 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훤칠한 그는 뭇 여성들을 마다하지 여성편력을 지닌 인기 있는 대학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그런 그가 22살 때 만난 마틸다 란 여인과의 함께 산 인생의 여정을 보여준다.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유명 배우로서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엄마로부터의 결혼 응원을 받지 못한 채 빈곤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내 마틸다의 헌신적인 노력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써놓은 희곡은 단번에 그를 인기 작가의 대열에 올려놓게 되고 그 이후 그들 부부는 어느 신혼부부들처럼 빈약했던 지하의 방에서 벗어나 지상으로의 집을 마련하게 되고 이후 그의 모든 작품들은 아내 마틸다에게 보임으로써 부부간의 응원과 충고를 바탕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그들 사이의 부부 관계는  20여 년의 부부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아내의 비밀을 알아버린 로토의 급작스런 죽음을 계기로 ‘운명’은 막을 내린다.

 

이후 두 번째의 ‘분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운명의 로토가 지극히 그가 선망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 속의 대사나 유사성에 비춘 듯한 설정처럼 보이는 장면들의 연속성을 실제 삶에 같이 투영시킴으로써 넘치는 은유적인 표현들, 자신이 아내의 첫 남자임을 의심치 않았던 결혼생활에 밝혀지는 아내의 비밀들은 읽는 내내 한편의 서사적인 서술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남자의 탄생서부터 유년기, 대학생활, 그리고 넘치는 결혼생활의 일률적인 묘사 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같이 견디며 읽어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는 현대적인 문학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서술방식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마틸다가 지닌 분노는 어디서부터 간직되어 왔는지에 대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그녀 나름대로 결혼 생활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지만 남편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단 사실에 대해서, 아니 더 오래전 유아기 시절부터 오렐리란 이름으로 불리던 그 시절부터 시작된 분노의 태고는 이후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로의 분노, 그 모든 것을 합쳐 보인듯하게 보인다.

 

책은 확실히 여러 가지 토론할 주제들을 던지게 한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 남자가 생각하는 대목이 여성인 마틸다가 바라보는 시각과는 현저히 달리 받아들이는 과정, 요즘에 흔한 말로 나를 만나기 이전의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비교한다면 분명 로토는 속이 좁은 남자로 비추어질 것은 분명 하나,  모든 여자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마틸다란 한 여자에게 올인할 정도의 사랑이었다면 분명 그가 느꼈을 거짓에 대한 배신감은 큰 충격과 함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로토의 실망

 

다만 말하지 않았을 뿐인 사실들, 그것이 현재의 결혼생활을 영위해오는 과정에서 마틸다  나름대로 남편 로토가 오늘날 인기 있는 작가로 서기까지 일심동체처럼 그의 원고를 다듬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조치를 취했던 모든 과정들이 인정받을 수없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볼 때 부부간의 신뢰란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인정받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녀는 내 인생의 운명이라고 여기며 살았던 한쪽이 진실을 알아버린 순간과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위해 그것을 굳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나은 결혼을 유지하려 했었던 여자의 관점을 통해 서로 다른 타인들이 만나 어떻게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 아래 그 모든 것을 덮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패러독스

 

 

결혼이란 제도로 묶인 두 남녀 간 두 주인공의 삶도 그렇지만 여기엔 주변의 인물들 또한 반전의 묘미를 주는 내용들도 또 다른 관점을 보이게 한다.

 

로토의 엄마가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던 배경과 그 이후에 드러나는 새로운 비밀들, 로토의 친구 콜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이어서 마틸다와의 경쟁처럼 보이는 심리와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는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드러내는 과정들이 모두 한데 엮여서 진행되기에 이 책은 부부라는 이름의 두 남녀가 겪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관점과 그 이후에 수용하는 자세의 결과, 또 다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부부란 영원한 사랑 이외에도 끈끈한 결속인 공동체라는 동지애를 같이 껴안고 가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 운명 파트에는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연극적인 대사와 로토가 쓴 희곡의 대본들이 나오고 공동작업을 하는 음악가와의 관계를 두고 벌이는 부부간의 긴장감들을 넘기고 나면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되고 이후 분노에 이르게 되면 로토가 벌인 잔치에 마틸다가 그 잔치에 들어감으로써 전혀 다른 관점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후반부는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어 이어진다.

 

저자가 그리는 두 남녀 간의 인생의 흐름을 통해 부부란 과연 어떤 관계인가?, 때론 진실을 말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마틸다처럼 거짓으로 둘러싸인 인생이 한순간에 파도가 일 만큼 거짓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적어도 그녀가 로토에 대한 사랑만은 진실이었다는 믿음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머릿속에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게 한 책이다.

 

난쟁이 백작 주주

난장이주주

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난쟁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요?

 

내 경우엔 첫 번째로 연상되는 것은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는 인물, 두 번째는 곡마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세 번째는 영화나 책 속에서 재주와 비상한 용기를 보여줌으로써 주인공과 함께 여정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아주 정 반대로 나쁜 이미지로 모든 악을 행하는 인물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폴란드의 유명한 난쟁이 백작 유제프 보루브와스키(1739~1837)의 회고 록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한 역사 실물 소설이다.

 

98세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가 살아낸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끝까지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던 사람, 백작임에도 불구하고 광대, 연주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생애는 한편의 실제 인생이 아닌 드라마처럼 다가오게 한다.

 

태생 자체는 높은 폴란드의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어머니는 집안 형편상 아들을 다른 귀족 집에 입양을 시킨다.

 

100센티미터도 안 되는 그의 아담한 신체 사이즈로 인해 입양된 집의 귀부인은 그의 본 이름 대신에 불러준 이름이자 별명이 되어버린 것이 바로 ‘주주’

프랑스 말로 장난감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은 귀족들에게 재주를 부리는 광대로 살아가게 되지만 어떻게 보면 어른의 모습을 지닌 성인보다도 더 완벽한 비율을 지닌, 그저 키만 작을 뿐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겉모습만 보고 장난감이라고 놀리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뛰어난 언어 능력과 춤을 통해 귀족과 서민들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처신을 하게 된다.

 

 

역사적인 실존 인물을 다룰 때는 실제 인물의 동선과 그에 따른 삶에 대한 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어필이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주주란 이름을 가진 한 작은 소형 인간이라고 불리는 난쟁이의 삶을 통해 당시나 지금이나 자신보다 뒤처진 사람들을 대하는 시선들의 오만함, 그들이 느끼는 우월감 속에는 과연 주주만큼이나 비범하고 영리하며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타인이 지닌 생각이나 행동을 무슨 잘못되고 이상하다는 식의 잣대를 내세운 당시의 사고방식들은 여전히 지금도 진행 중이란 사실을 주주란 인물의 인생을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과정들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들 인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 개의 인격을 분리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주주의 삶은 필사의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 더군다나 신체만 작을 뿐이지 그도 사랑의 감정을 느낄 줄 아는 한 보통의 인간임을 생각할 때 그가 살아온 전 생애에서의 이런 감정조차도 쉽게 이루어낼 수 없었던 안타까움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느낌이 쉽게 잊히질 않게 한다.

 

 

 

당대의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5세와 16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실존 인물들의 등장과 그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갔던 주주 백작-

 

난쟁이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98세라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회고록 조차도 끝내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3번의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가난했다니 사람들의 시선과 외면, 멸시를 고스란히 받아가며 꿋꿋이 살아간 그의 삶 자체가 위대해 보인단 생각이 들게 한다.

 

죽음보다는 가난을 더 두려워했던 주주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후세에 그의 회고록이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살다 간 한 소박한 인간이자 , 보통의 일반인들보다 더 강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란 생각을 해 보며, 아마도 이 책의 발간을 통해 지하에서나마 위안을 받지 않을까 하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게 한 책이다.

로재나

로제나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북유럽권의 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니 이제는 영. 미 문학권의 작가 이름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익숙함과 함께 그들이 묘사하는 장면 하나하나에도 이국적인 냄새를 맡으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이미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내고 있는 영. 미권의 작가들 외에도 북유럽권의 이러한 장르들, 특히 경찰 소설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새롭게 첫 발을 내디딘 작가는 누구였을까?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이러한 의문점을 두지 않았던 것은 독자로서 이러한 장르에 워낙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된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시리즈를 대한 느낌은 사뭇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요 네스뵈, 헨닝 망켈…

이들이 추종하고 모방하면서 독자적인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해내며 시리즈로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한 두 저자의 글은 읽으면서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할만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스웨덴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관광지 예타 운하에서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나체로 성폭행과 폭력의 흔적이 있는 상태로 발견이 된 이 여성의 신원을 밝혀내기까지 경찰들은 당시 운하를 오고 가는 모든 배들을 조사하지만 뚜렷한 그 어떤 실마리조차도 건져내지 못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는 사건 현장인 모탈리로 가게 되고 그는 동료들과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건 해결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답답함만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그녀의 신원은 미국으로부터 날아오게 되면서 활기를 찾게 되고  그녀의 이름이  로재나 란 사실, 직업은  사서로 일하는 여성임이 밝혀진다.

 

이 책이 나온 연대는 1965년 소설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읽으면서 마치 과거로의 회귀를 한 듯한 착각 내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사건에 대한 모종의 추리를 하게 하는 장치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읽으면서 이 장면에선 요즘엔 이 장치를 이용하면 훨씬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답답함마저 들게 하는 여건들, 가령 미국에서 보내오는 편지와 사진들을 항공을 이용해 기다려 받아야 하고 사진 현상도 기다려야 하고 배에 탑승한 승객들의 신원조회를 통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받아와 다시 현상해서 동료들과 보고 의논을 하고, 타자기에 종이를 말아 타닥타닥 경위서를 써야 하는 절차들이 당시의 경찰들의 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게 그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는 왜 죽어야만 했는지, 누군가 같이 여행 와서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찰들의 수사는 진전이 보일 듯 말듯한 시간과의 내기에서 누가 이기느냐 같은 경쟁 심리마저 느끼게 한다.

 

소설의 패턴은 지금의 우리가 읽고 있는 추리 스릴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이것이 기존의 정적인 형사 내지는 경찰 출신 한 사람에 의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아닌 경찰 소설 말 그대로 같은 동료들의 분업된 조사와 토론, 그리고 죽은 사람이 묵었던 배를 중심으로  범인을 추적해 좁혀 들어가는 방식들이 시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갈 뿐, 모든 것의 패턴이 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는 과정이 왜 이 소설이 경찰 소설로써의 원점이 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두 저자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기존의 한 사람의 능동적인 활약이 아닌 동료란 의식에서 합심해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들, 여기에 개인적인 마르틴이란 인물의 가정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분위기까지 그리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사건에만 치중해 그 중심으로 돌아가 글의 구성을 이뤘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가장으로서 느끼는 경제적인 압박감, 샐러리맨으로서 느끼는 집에 대한 생각, 마치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해 주듯 도심의 중심지에서 살고 싶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는 바람에 도심 근교에서 생활하는 모습,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시간은 모형조립을 하는 시간들이란 사실까지, 저자들은 정적인 주인공보다는 당시 사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사내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 네스뵈가 창조해 낸 인물 해리 홀레 시리즈 생각이 많이 났다.

알코올 중독자에다 사랑에 아파하는 한 남자의 외로운 모습을 부각한 요 네스뵈는 정말로 이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창작인물에 대해 생명을 불어넣는데 많은 참고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

 

2012년 요 네스뵈의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다.

 

– “1970년대 이래 마이 셰발과 발뢰는 스칸디나비아 범죄소설의 대부모(God parents)였습니다.

그들은 간이매점에서 팔던 스칸디나비아의 범죄소설을 번듯한 서점에서 팔게 만들었습니다.”

 

사건의 범인을 잡기까지의 과정도 지금 생각해 보면 평범한 속임수에 그칠 수 있는 소재일 수 있으나 출간 당시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단 사실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차후 계속 출간되는 시리즈를 기대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밤베르크의 늑대인간

사형5

밤베르크의 늑대인간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5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4부에 이은 5부의 새로운 이야기

 

배경은 중세시대 중에서도 마녀사냥이 휩쓸고 간 뒤의 모습들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퀴슬 가의 모험이 펼쳐진다.

 

 

 

오래전 헤어졌던 퀴슬의 남동생 바르콜로메우스가 밤베르크에서 사형 집행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재혼을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이어 초대도 받게 되면서 시작이 된다.

 

 

 

사실 자신의 아들이 그곳에서 동생 밑에서 일하는 도제 형식으로 일을 배워나가고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방문을 하기로 했던 것-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그들을 잠시도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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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을 떠나는 와중에 사체를 만나고 유언비어처럼 퍼지는 그곳에 늑대인간이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특히 퀴슬의 어린 딸 바르바나까지 연관이 되고 보니 퀴슬과 그의 동생 바르콜로메우스까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은 여러 사람들이 느끼는 형식으로 서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한 사람의 서술에 이어 다른 사람의 서술을 같이 통합해서 이해를 함으로써 각기 독립되어 펼쳐지는 사건들의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완성 작을 그려 볼 수 있는 형태의 글로 마무리를 짓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 할 수는 있으나 나중에 결과물이 합쳐지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편의 완결을 깨끗하게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세 하면 떠오는 말이 종교재판, 마녀사냥을 생각나게 하듯이 책의 배경이 되는 마녀사냥은 우리가 중세시대를 배우면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들이다.

 

 

 

특히 이 마을에 40년 전에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된 사람들도 마녀사냥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런 당시의 묘사는 여전히 암울했던 역사 속의 희생처럼 살다 간 진혼곡처럼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특히 출판사 소개에 나오는 소설의 배경인 독일 밤베르크 시에서는 1623~1633년 사이 900명이 마녀사냥으로 처형당했다. 당시 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휩쓴 마녀사냥의 광기 중에서도 밤베르크의 처형 규모는 손에 꼽을 정도로 컸고 가장 야만적인 처형이 벌어진 곳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혼자 사는 노파, 농민 등 하층민이 마녀로 지목되어 처형당하다가, 점차 도시 전체가 광기에 사로잡혀 시장과 시의원, 심지어는 주교의 재상도 마녀로 지목 당해 고문당하고 처형되었다(주경철 교수의 『마녀』(생각의 힘) 참고).

 

 

 

그렇다면 책의 제목인 늑대인간은 과연 실존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마녀사냥에 이은또 다른 광기처럼 번지는 또 다른 악행일까?

 

 

 

존재한다면, 왜, 무슨 이유가 있어 이렇게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고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일 까?를 물어가면서 읽게 되는 책이기에 저자의 당시 시대상의 표현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중세를 휩쓸었던 한 부분인 마녀사냥이란 소재를 주제로 계급적인 차별과 무분별하게 남발했던 죽음이란 소재를 이용한 만큼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 그 가운데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망각을 달고 살았던 부끄러운 한 시대를 조명해 보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가 싶다.

 

 

 

 

퀴슬이란 가문의 사람들의 활약상은 여전히 당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계급에 처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때문에 자신들이 갇혀있는 계급을 탈피해 사건의 추리를 해나가는 그들의 시원한 다음 활약을 기대해 보게 되는 책,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본다.

중독된 순례자들

사형4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사형집행인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의 4부가 출간이 됐다.

 

그동안 3부작에 이르는 소위 우리나라로 치면 망나니란 직업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비슷한 형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퀴슬이란 인물이 주인공으로 3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에 휩싸이면서 열심히 사건 해결을 하던 이야기들에 이어서 4부는 그의 자손들의 번창과 함께 또 다른 사건을 들려준다.

 

 

 

4부에서는 어느덧 퀴슬의 딸 막달레나와 의사 지몬의 결혼으로 인해 두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이 아이들이 역병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회복한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로 안덱스 수도원으로 순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오늘날로 말하면 자동차와 기차, 그 밖에 타 수단들을 사용해가며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할 수도 있었던 수도원의 여정이 말 그대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탓에 그들이 가는 길은 험난하고 멀다.

 

 

 

순례지에서의 기도를 올리고 감사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날씨나 늑대의 출현, 도둑들의 판이치는 과정은 무사히 도착하기까지의 시련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무사히 도착했지만 수련 수도사의 익사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퀴슬 가 –

 

 

특히 수도사의 죽음이 익사가 아닌 살인이라고 느낀 지몬은 이후 더욱 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뒤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사건, 미스터리 자동인형, 가정 섬뜩했던 수도원의 비밀과 수도사들의 수상한 행동들을 독자들에게 보임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은 중세시대의 느낌을 만끽하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수도사와 수도원이 나온 탓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많이 연상되는 책이기도 하고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 그리고 계급적인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허울만 좋은 귀족들이 생활상, 종교의 힘이 인간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성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그 당시의 모습들을 통해 살인사건이란 소재를 통해 저자는 실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안덱스란 장소를 통해 자세하게 독자들로 하여금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사실 연작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책이기에 3부까지 모두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 데는 무리가 없는 책, 실제 저자 가문이 사형집행인 가문이란 점이 흥미를 끌게 할 만큼 저자는 자신의 조상들이 행해오던 모습들과 그 중심에 선 퀴슬 가의 사람들을 통해 법과 신이란 존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각기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암울했던 중세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책 중반부를 넘어서기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터지는 사건들과 퀴슬의 아내 안나의 아픈 병세까지 곁들여지는 이야기 진행은 중세를 중심으로 역사 속에 살인사건이란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 흥미를 끌만큼 책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