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중국 문화권에서 주는 느낌을 확연히 달라 보이게 만든 작품-
바로 찬호께이 작가의 작품이다.
추리 소설의 묘미와 함께 또 다른 두려움과 염려, 실제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홍콩이란 이미지는 동양 속의 서양의 모습을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지명도나 음식들도 그 나름대로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인 배경이 주는 의미는 실제 같은 중국권 내에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모습들을 갖추고 있다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열다섯 살 여중생인 샤오윈이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비방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다.
조 부 때부터 중국에서 건너와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건너온 홍콩이지만 부모도 모두 돌아가시고 언니인 아이와 함께 살아가던 샤오윈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경찰로부터 일단 자살이란 판명을 받았지만 언니 아이는 이에 동의를 할 수없게 되고 사설탐정을 통해 익명의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자가 누구인지를 추적해 달라며 사건 의뢰를 하게 된다.
하지만 탐정은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며 또 다른 사람을 추천해 주는데, 신비에 싸인 의문의 해커인 아녜다.
처음에는 고사했던 아녜는 사건 자체에 흥미가 있다며 사건을 받아들이는데, 도대체 샤오윈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누구일까?
책은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의 재미를 선사한다.
누구나 인터넷이란 정보의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현시대이지만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의 정보가 타인에 의해 읽히고 관찰된다면?,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을 기초로 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어진다면 과연 이 모든 것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책의 사건의 해결을 추적해가는 진행을 읽으면서 두려움조차 느껴지게 만든다.
책은 복수에 불타는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범인의 행방과 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나서의 아이의 심경변화, 복수를 통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하고 난 뒤에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느끼게 만든다.
책은 “그 사람이 접하는 정보를 통제할 수 있으면 생각과 감정도 통제할 수 있는”(548p) 문장처럼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오로지 한 개인의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무차별 인터넷 게시판 익명성을 이용한 댓글을 이용한 공격의 사례를 통해 실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편리하고 세상의 주류의 흐름에 사용빈도 수가 많은 스마트 폰 안에 숨겨진 비밀, 각종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발판 삼아 공격의 실마리를 다지는 행태 속에 벌어지는 사건의 흐름은 자살한 동생의 존재와 그 동생의 죽음을 이끌었던 범인의 환경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갔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아이의 마음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책은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마음과 그 마음이 어떻게 동요되고 행동에 옮겨지는가를 사건 속에 그린 작가의 필치를 통해 인물들 하나하나의 개성이 뚜렷한 묘사를 읽으면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홍콩으로 이주해 온 중국 본토인들, 그들의 삶을 읽노라면 우리들의 어려웠던 시기를 느낄 만큼 많이 닮았다는 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잘 살아가기 위해 애를 썼지만 본의 아니게 불의의 생활로 마감해야 했던 아이의 조부모나 부모들의 생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의 학업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했던 아이의 환경과 비밀에 쌓인 아녜의 모습들은 대조되면서도 묘한 콤비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인터넷이란 정보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현대의 홍콩인들의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어 썼다는 이 작품은 비단 홍콩만이 아닌 촘촘히 이어진 그늘망 안에서 한 발만 달리 다가서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인연처럼 좀체 헤어 나올 수 없는 세계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궁지에 몰린 인간들의 모습이 어떻게 자신들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고 공격하는지에 대한 ‘악’의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작품이란 점, 사람을 죽이는 것은 흉기가 아니라 악의란 문구가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