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랑한 소년 ㅣ 스토리콜렉터 6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월
기다렸던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대머리에 찌근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며 마리화나를 달고 사는 남자, 자신의 아버지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대형 서점 체인에서 책을 훔치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남자 주인공, 그의 곁에는 다른 작품에서 수사활동을 했던 자비네가 있다.
5년 전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피트 판 론을 정신적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만 수용하고 있는 슈타인펠스 교도소에 넣은 슈나이더-
그런데 스위스 베른에서 다리 밑에 처참한 모습으로 매달린 시체를 조사하면서 죽은 대상이 슈나이더에 대해 불리한 결정을 내렸던 한 사람으로 밝혀진 유명인 사다.
이후 발견이 되는 사람들마다 모두 슈나이더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 뿐,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슈나이더의 억울함을 알고 누군가가 대신 해결사로 나선 것인가, 아니면 슈나이더를 궁지에 몰아넣을 심산으로 이런 살인을 벌인 것인가?
한편 심리 치료사 한나는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빈자리를 스스로 자처하며 들어간 곳이 슈타인펠스 교도소로 왜 그녀는 모두가 망설이는 이 곳을 택했을까?
사건의 진행은 10월 1일 이전인 9월 23일 경으로 되돌아가면서 한나가 교도소에서 범죄자들, 특히 피트 판 론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독자들에게 궁금증 유발을 일으킨다.
분명 현재의 죽은 시체의 양상 패턴을 보면 피트 판 론의 판박이 모습인데 그는 감옥에 있는 상태고, 그렇다면 모방범의 살인일까?
책은 피트 판 론과 슈나이더와의 관계, 우리가 재밌게 읽은 안데르센 동화를 기반으로 젊은 여인들을 참혹한 방식으로 죽여나가는 피트의 행동을 통해 그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인정받고 싶었던 희망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성향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낸다.
철저한 비상 두뇌로 인해 슈나이더와의 대결이자 그들의 뿌리칠 수 없는 긴박한 상황들은 독자들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는 점에서, 더욱이 자신이 피트를 죽여야만 했던 애절한 심정과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주인공의 삶은 추리 스릴러가 가진 재미와 함께 독자들도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피트 판 론이 제대로 성장했다면, 아니 그의 정신 상태가 제대로 보통의 사람들처럼 가지고 있었다면 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또 다른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삶을 포기할 만큼 살인을 통해 슈나이더와의 재대결을 원한 그의 계획은 끔찍하고 서슬 퍼런 긴장감을 보인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또 다른 살인의 행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정, 그에게 최선으로 다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를 구원해주지 못한 슈나이더의 아픈 부성애는 그가 차기 작품에서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행동을 보인 장면들을 통해 슈나이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연민을 갖게 한 작품이다.
그가 다시 등장할 소재는 무엇일지,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개인이 저지른 살인을 통해 아픔을 느끼고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들의 또 다른 복수와 이에 얽힌 다양한 연결 고리들은 이 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그리는 긴박감 조성과 추리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모두 그려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