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풀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서정적인 감각의 표현을 잘 그리는 작가란 생각을 하는데, 이번의 작품은 거기에 추리라는 것을 더해 넣어 또 다른 감각을 느껴보게 했다.

 

오바타 겐야는 미국인과 결혼 후 미국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고모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일본 여행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생을 마감한 고모는 겐야에게 뜻밖의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다.

 

400억이 넘는 막대한 금액의 유산, 그런데 고모의 유언장에는 어린 시절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는 고모의 딸 레일라를 찾게 된다면 유산의 70%를 주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레일라는 살아있다는 말인가? 곧 사설탐정을 고용한 겐야는 이후 레일라가 실제로 존재하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하 추적과 함께 고모가 살았던 대 저택에 머물면서 그 주위의 식물과 바다 풍경을 함께 느껴가는 생활을 시작한다.

 

책은 겐야의 시점으로 진행이 되면서 고모가 살았던 저택에서의 풀꽃들, 식물들, 고모의 저택에서 친분을 쌓아가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 폭의 서정적인 감상을 느끼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알고 있는 레일라의 실종사건, 그 사건의 진실 속에 감춰진 고모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를 연신 탐구해가는 겐야를 통해 독자들은 정말 레일라는 살아있는지, 아니면 그저 허상에 불과한 사실이었는지에 대한 추리를 함께 하게 된다.

 

천륜이라 불리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그 안에서 밝힐 수 없는 비밀을 더 이상 좌지 할 수없었던 고모의 선택은 그 이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으로 나뉘어 버린 안타깝고 쓸쓸한 한 인간의 여생을 보는 듯하다.

 

종반부에 이르러서 밝혀지는 진실의 충격은 어머!라는 말을 내뱉게 하는,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를 이해할 수 있는 고모의 생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곳곳에 뿌려놓은 듯한 사건 해결 실마리에 필요한 작은 단서들, 안에서 펼쳐지는 비극적 비밀을 끝내 감춘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고모의 인생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긴박한 스릴의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획기적인 결정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가운데 조용한 풀꽃들의 움직임과 고모의 연관성이 쉽게 떠나질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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