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좀 특이한 가족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보통의 가족들로 인식되는 구성원, 할머니, 아버지, 엄마, 이모, 그리고 10살 난 쇼타가 바로 가족 구성원이다.
이들은 좀 남다르다.
좀도둑을 밥 먹듯 하는 집안, 아빠와 아들은 이인 일조가 되어 수요일마다 마트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기회로 생필품을 슬쩍한다.
할머니는 어떤가?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실제 이들 가족의 큰 도움이 되지만 이마저도 파친코에 몰빵 하면 그야말로 도루묵이다.
세탁공장에 다니다 잘린 엄마, 가명으로 유흥업소에 다니는 이모,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집에서 매 맞고 사는 유리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결심으로 유괴가 아닌 불행한 집 안에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판단으로 암묵적인 동의하에 새 가족이 된 그들은 여전히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들을 보이진 않는다.
일드나 일영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원작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화해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리나라의 영화 수상작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했었다.
통념상 가족이라 하면 혈연집단으로 맺어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위의 가족들은 면밀히 파헤치자면 서로의 연관 관계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가족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틈틈이 할머니의 연금을 어디다 숨겼는지에 대한 연구를 그치질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든가, 아들과 함께 좀도둑질을 행하는 것을 볼 때면 혈연이기 전에 타인들이 필요에 의해 가족이란 허울로 맺어진 것임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의 가슴속에 하나씩 갖고 있는 가족이란 의미에는 남다른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아서.. 각기 저마다의 숨겨진 사연들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장면들은 유리의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쇼타의 다른 방황을 그려내고, 이는 곧 다른 결과물로 번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꼭 혈연으로 맺어져야만 가족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진 책, 책 속에는 현재 이러한 혈연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더 가족 같은 끈끈한 애정으로 맺어진 가족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될 때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비록 그들의 관계가 깨어졌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쇼타를 생각하는 마음, 엄마가 유리를 생각하던 마음, 할머니가 유리와 아키에 대해 생각했던 마음들은 타인의 눈에 비쳐볼 때 정상적이진 않았을진 몰라도 적어도 그들에겐 나름대로 가족유대란 것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준 의미였다고 생각된다.
철부지처럼 굴어도 밉지 않은 아빠, 그런 아빠를 보면서도 남편으로서 이해하는 엄마, 할머니, 이모, 쇼타, 유리가 생각한 가족은 자신들의 아픈 마음을 서로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며 살아갔던 그 시절의 모습들을 그리워한 것은 아니었을지….
따뜻하고 유쾌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시린 마음을 갖게 한 감동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