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평전
박현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조선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여러 왕들 중에서 세종대왕과 정조만큼 서로 비교가 되면서 그들이 다스렸던 시대를 통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왕들도 없을 것 같다.
서로가 다른 시대, 다른 처지에서 왕이란 신분에 올랐던 만큼 ‘왕’이란 보위에 오르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도자로서의 활동들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연구하고 출간한 책들을 통해 다룬 내용들은 물론 기타 다른 책들의 연구를 통해 정조의 여러 다방면에 걸친 연구를 다룬 책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효장 세자의 아들로 입적한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 밑에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봤고 그 이후 정치란 어떤 것인지, 외척의 행동과 말들, 영조의 끊임없는 시험과 신뢰 쌓기를 통해 군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일찍이 깨달은 왕이었다
책의 구성은 총 9장으로 나뉘어서 정조의 삶과 정치적, 군사적, 문화적, 경제적인 모든 주요 부분들을 다뤘다.
부제인 ‘말안장 위의 군주’란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조가 왕에 오르기까지, 오르면서도 여전히 탄탄한 자신의 세력을 만들고 유지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자 견제 격인 노론의 반격을 막으면서 정치 실현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를 대변한 말이다.
영조는 자신을 왕으로 이끌어 준 노론의 세력을 무시하지 못했고 그런 영향 때문이라도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그런 영향 이후 정조에게 당부했던 복수의 마음을 가지지 말 것을 부탁했다는 사실은 이미 자신이 파란만장한 정치의 세계가 어떤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피 바람이 몰고 올 후 폭풍을 예감한 듯 그런 약속을 받았을 것이다.
책 속에서의 정조는 이미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되 자신의 손을 거치는 것이 아닌 주위의 의견이 스스로 나오게끔 만드는 분위기 조성을 통해 자신의 분명하고 확실한 정치 실행을 관철시킨 왕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생애 전부를 관통해 온 군주의 자리와 정치가의 생명력, 거기에 따른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재상 권 강화를 비롯해 더 이상의 복수는 없을 것이란 확실한 본보기의 처벌, 당파 세력에 치우치지 않는 지금의 싱크 탱크 격이었던 규장각 설치와 운용을 통해 인재를 등용했다는 점, 신해통공이란 경제 개혁을 처리하고 군제 개혁에 이르는 과정들이 개혁 군주답게 조선이라는 국가 경영과 그에 걸맞은 리더십의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펼친다.
또한 수원화성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거슬리면서까지 무자비 건설을 피해야 한다는 점과 지금의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았던 진보의 왕이었단 사실이 할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뜻대로 효를 이룬 지혜로운 왕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인간은 없기에 정조가 언관의 권한을 축소했다는 점과 사대교린의 정책에 맞물려 세계정세의 변화를 일찍이 감지했으면서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사실은 후대의 세도정치가들의 정권 잡기로 이어진 또 다른 조선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제시하는 저자의 글은 의미심장하다.
지금도 정조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다.
특히 현명한 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으되 그의 통치 기간을 통틀어 개인적인 삶에서 볼 때는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안전한 보위를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탐구하고 경연을 통해 신하들과의 교류 쌓기, 이상적인 민생 안정 정치를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터득했던 리더로서의 자질을 쉼 없이 생각했던 왕이란 사실은 그의 이른 죽음이 다시 안타깝게 다가온다.
정권을 이어받은 왕으로서 우선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리더, 혁신적인 개혁과정을 수행함에 있어 모든 정적들과의 교류와 설득, 의견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를 연구했던 왕,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