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걸스 1 ,2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전쟁이 주는 상흔의 상처는 쉽게 가실 수가 없는,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행하지 말아야 할 모든 행위를 쏟아붓는 것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쟁이란 참혹함 속에 여성이나 노약자, 어린아이들이 당하는 고통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여인의 삶을 통해 더욱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독일의 히틀러가 저지른 행위는 지금도 독일 자체에서 반성과 그 이후의 실천행동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당시 그가 저지른 만행 때문에 한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영화나 생존자들의 수기, 저자들의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반발과 그 이후를 다룬 이야기 속에 진행되는 이 작품은 세 여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형식을 취한다.
특히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더욱 체감은 강하게 와 닿는다.
브로드웨이 배우이자 사교계 거물인 미국인 캐롤라인은 프랑스 영사관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여인이다.
한편 폴란드인 카샤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다 여성들만 수용하는 ‘라벤스브뤼크'(여성 집단 수용소)에 엄마와 언니까지 들어가게 되고, 여기에 여성 전문의인 독일인 헤르타는 이 수용소에 자원함으로써 히틀러의 일에 동조하게 된다.
세 여인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카샤의 일생은 실제 작가가 실존 인물의 생을 토대로 자료수집과 함께 그 당시 래빗이란 이름으로 불린 생체 실험 대상 여성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그녀가 당한 고통, 그 외의 주변 인물들이 겪었던 수치심과 고통에 대한 표현은 담담한 서술 때문에 오히려 더 아픔을 느끼게 한다.
단지 폴란드 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가 지난 뒤인 다음 날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막막함 뒤에 밀려오는 두려움, 그런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카샤로 하여금 복수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헤르타 또한 의사로서 지녀야 할 양심적인 행위 뒤에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생체실험에 동조하는 과정은 전쟁이 주는 영향력이 헤르타란 인물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마도 평생 지울 수 없는 도덕적인 양심에선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캐롤라인으로 인해 세 여인의 만남은 같은 전쟁을 치르고서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오는 삶을 다루었기 때문에 한 가지 목적에서 그려진 소설이 아닌 전쟁이 주는 다양한 인생의 길을 보인 작품이다.
용서란 말은 쉽게 하기도 어렵지만 자신의 인생을 괴롭혀 온 처절함의 생존 속에서 먼 훗날 그 당사자를 만났을 때 용서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책 속에서 보인 세 여인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양심적인 행위는 무엇이며 용서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