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구리하라 유이치로 엮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2월
세계 문학 작품들 중엔 그 시대를 드러낸, 다시 재조명하거나 당시 건축물을 세우거나, 아니면 테마 문학여행이란 타이틀로 여행 자체도 한 작가의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문학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범주에 해당된다고도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많은 독자들을 갖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그것도 작품 속에 드러난 음악의 세계를 모두 모아본다면 그것 또한 독특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다시피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음악 애호가다.
각 작품마다 드러내는 그의 음악 사랑은 각 문학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 각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모르는 음악도 알게 되고 알고 있던 음악도 작가는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는지에 대한 기억으로 우리를 소환한다.
이 책은 구리하라 유이치로 외에 다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이 각기 파트를 나누어 그들만의 색채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작품 속에 드러난 음악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의 전분야를 1980년 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하루키의 작품은 이 책에서는 198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록, 팝 클래식, 재즈로 나눈다.
제목을 읽어만 봐도 익숙한 음악도 있고 문외한인 음악의 장르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음악 전문 책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싶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보충 설명식으로 해석을 하는 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읽다 보면 하나의 작품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저자가 음악에 대한 차용을 보다 넓게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한 예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오는 사례들이나, 비치보이스 음악이 등장할 때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의미의 사례, 재즈면 재즈, 록이면 록, 팝, 클래식에 대한 그의 음악 사랑은 결코 식을 줄을 모른다는 인상을 받는다.
독자들은 이 책 속에 담긴 음악 하나하나를 듣다 보면 작품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연히 다시 한번 그 작품에 손길이 가게 되는 그러면서 기존에는 단순히 머리속에 그려본 음악의 세계와 뮤지션만 그려봤다면 이 책은 모든 것을 함께 어울려 그려보게 된다는 이점을 지닌 책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데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책, 문학 테마 여행만이 아닌 문학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이드북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루키 연표와 ‘하루키 소설 전곡 리스트’ 수록은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별하게 다가올 보너스다.
저는 하루키의 책을 잘 안 읽습니다.
베스트 셀러라고 떠들어도 별 감흥이 안 와서요.
이 작가가 음악에도 조예가 깊군요.
어느 작품이나 자신과 맞는 작가의 작품이 있기 마련이죠.
이 작가 또한 호불호가 있는 분이라서 아마 읽어보지 않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참고로 마라톤과 음악, 와인에 대해서는 자신의 작품에 많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