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재구성….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판결

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평범한 사람들이야 평생에 갈까 말까 한 법원이란 곳-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죄는 짓지 않았지만 왠지 꺼림칙하게 다가오는 곳이 바로 법원이다.

 

간단한 민사 재판부터 묵직한 주제까지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도 없는 판결을 내려야만 하는 곳이 바로 법원, 그중에서 판사란 직책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 책임감이 막중할 것이다.

 

이 책은 얼마 전까지 현직 부장판사를  지냈고 지금은 변호사로서 다시 법에 관한 일을 하는 동시에 전문 작가로서 거듭나고 있는 도진기 님의 신작이다.

 

 

“사법부의 결정은 따라야 한다. 이건 우리 사회의 질서이다. 하지만 판결 안의 추론 과정마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늘 옳다는 보장이 없고, 얼마든지 헤집어 볼 수 있다. 유전무죄 비판과 진영 논리들 때문에 오히려 면책되었던 판결의 ‘내부’를 짚어보려는 것이다. 그래야 판결이 졸지 않고, 외곬 논리는 도태된다.” -P7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는 이 문장을 통해 저자가 그동안 판사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그렇다고 아주 일반인은 아닌 법원을 벗어난 일반인으로서) 들여다본 판결 논리에 대해 저자만의 해석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준 논픽션이다.

 

실제로 한 판결만 빼고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의 판결문을 모두 읽어본 노력과 나름대로 논리 정연하게 재 해석한 글들은 딱딱한 논픽션이란 이미지를 거두어버린다.

 

총 3개의 큰 가지를 통해 판결 사안을 다룬 내용들은 얼마 전에 끝난 사건부터 합리적 의심의 정황 때문에 무죄로 풀려난 사건들까지 다양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 사건의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시 재입국 소환해서 범인으로 결정 지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실제 법 이름까지 만들어내게 한 공소시효와 태완이 법, 얼마 전 읽은 ‘합리적 의심’의 소재가 된 낙지사건, 이제는 간통이 폐지가 됐지만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까지의 이야기….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겨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그려낸 법원 판결의 이야기라 단순히 읽고만 그치기에는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중에서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정당방위’에 대한 부분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도 프로파일러 교수분이 나오셔서 정당방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상황에 대한 의미를 듣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기억이 났다.

 

정당방위

 

 

 

법이란 것이 창과 방패의 개념을 모두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막상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에선 이 두 부분들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기에 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시대의 흐름과 다양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해 준다.

 

민감한 사건의 경우 생각하던 형량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판결이 났을 경우엔 보통의 우리들조차도 어리둥절하게 되지만 이 책을 통해 판결의 근원적인 배경과 논리, 법 안에서 최대한 할 수밖에 없는 선고의 개념과 선고를 내리는 판사들의 고심은 무거운 책임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해 준다.

 

특히 합리적 의심에 해당되는 경우엔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기에….

 

 

이 외에도 예술과 외설이냐의 결정을 지었던 즐거운 사라 사건이나 가수 조영남의 그림 사건,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일련의 사건들까지, 알고 보면 법 안에서 해결해야 만 하는 사건들의 다양성도 많고 그런 가운데 판사란 직책을 벗어놓고 보면 분명 물증은 없으나 범인임을 확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도 증거가 우선시 되는 사건의 법 체계상 법이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판결을 내려야만 하는 직업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완벽에 가가운 증거 확보와 단서로 인해 누군가는 범인으로, 누군가는 무죄로 판명하는 종이 한 장의 차이는 실로 어마 무시하게 다가오게 만들기에 법이 완벽하게 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현직에서 느낀 점을 토대로 우리나라 법 현실을 다룬 점들 가운데 판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엔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재판

 

의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듯 판사들도 자신들이 내린 판결로 인해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억울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에 사건 하나를 맡게 되더라도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제시한 점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자 나름대로 판결 논리에 대한 다른 시각의 재해석을 제시한 글들은 소설적 재미와 함께 저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뒤 편의 이야기들도 하나의 읽는 재미를 준다.

 

항상 딱딱한 법률책만 끼고 있을 것만 같은 저자에게 이런 반전(???)이^^

 

재미와 흥미, 그리고 사실에 입각한 냉철한 분석까지 고루 갖춘 책, 읽어보길 권한다.

 

 

판결의 재구성….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저도 개인적인 일로는 법정에 서 본적이 없습니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 근무할때 음주운전면허 취소자들이 그 취소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걸어서 원고측으로 법정에 몇번 나갔습니다.
    그쪽 변호사와 싸움도 하고…..
    문제는 음주운전면허취소자들의 소송이 대부분 승소를 했지요.
    음주운전 적발해서 면허취소시킨 경찰은 패소하고요,.

    판사들의 판결,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분의 책 서점에 나가면
    구입해서 읽어 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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