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6월 12일

올드스쿨

올드스쿨올드 스쿨
토바이어스 울프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인 토바이어스 울프의 작품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1960년대  닉슨이 물러나고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오른 이 시대에 화자의 중심으로 그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학생으로 사립학교에 들어간 화자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환경에서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자신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것 외에 스스로의 자립으로 성취를 이룬 것만 인정한다는 동의하에 이루어진 선의의 경쟁은 이 책의 초반에 등장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그런 가운데 화자가 활동하고 있는 문학 클럽활동인 문학잡지 <트루바두르>는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나 투고를 할 수 있고 채택이 된다면 그것 또한 자랑거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학교의 전통이자 자랑거리라면 유명 작가를 초청해서 작가가 여러 글들 중 선택해 뽑힌 학생과 면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미 교장과도 친분이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경연은 화자의 동급생이자 문학잡지 <트루바두르> 편집장 조지 켈로그가 뽑히는 영예를 안는다.

 

이후 화자는 다음 초청 인사인 아인 랜드의 작품에 빠져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에 벗어나 작품에 흠뻑 빠져 작가의 글 속에 녹아 담긴 그 모든 것에 대해 완벽함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나 이마저도 허구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바탕 위에 드디어 헤밍웨이가 초청인사로 오게 되는  과정들은 그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은 정도의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한편 화자는 5년 전 여학교의 여학생이 쓴 글을 읽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같은 제목의 글을 써서 드디어 뽑히게 되지만 이는 곧 표절이란 이름으로 발각이 되면서 퇴학과 유명 대학마저 입학을 할 수 없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이리저리 떠돌던  생활의 연속,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화자는 모교였던 학교로부터 초청 인사이자 선배의 자격으로 강연을 해 줄 것을 부탁받게 되는데…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뒤편의 해설을 읽어보니 화자와 저자의 삶이 너무도 많이 닮아있다.

그것이 문학이란 토대 위에서 보이는 진실과 허구의 적절한 묘사와 긴장감을 유도한다고도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만큼 화자가 갖춘 환경들이 자서전처럼 비친다.

 

 

 

이를테면 유대인이지만 가톨릭교도처럼 생활하는 모습들,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들었던 흥얼거림이 나치 행진곡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홀로코스트를 격은 학교 수위 앞에서 무심코 콧노래로 흥얼거린 사건의 진행은 미국 내에서 존재하는 유대인들이 갖는 의식들과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들, 같은 가까운 학우 사이라도 같은 유대인이지만 결코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다는 식의 의식들은 특히 사립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의식 내지는 자신의 혈연 뿌리에 대한 인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읽으면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클럽 활동이 연상되기도 하고 리플리처럼 자신의 환경을 다른 동경의 대상인 환경 속으로 들어가고자 애를 쓰는 계급의 불합리함 들을 함께 느껴 볼 수도 있었던 책이었다.

 

 

 

문학에 대한 애정이자 고해 형식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저자의 삶이 투영된 부분들이 많은 만큼 청춘의 한 시대를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처음 접한 작품이지만 느낌이 좋은 책, 앞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나이트 워치

나이트워치

나이트 워치/  세라 워터스 저/엄일녀 역
문학동네 | 2019년 05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쓴 3부작 <벨벳 애무하기>, <끌림>, <핑거 스미스>를 잇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났다.

 

 

전작이 빅토리아 시대를 관통했던 레즈비언들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시대를 훌쩍 넘어 1940년대를 무대로 삼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는 많지만 특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다룬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같은 맥락이되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소설은  3인칭 시점으로 시대를 역순하며 보인다.

총 3부로 나뉘어 등장하는 시대, 1947, 1944,1 941 순으로 역행하는 진행은 전쟁 전후의 모습을 더욱 각인시킨다.

 

 

레즈비언 케이는 전쟁이 끝난 후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는 여인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는 야간 구급대원, 즉 나이트 워치로 활약하면서 연인인 헬렌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 그녀는 왜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헬렌은 연인 줄리아와 동거 중이다.  그녀 또한 줄리아에 대한 질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고 과거에는 시청 부서에서 일했지만 그녀 역시 전쟁이 준 영향으로 지금은 결혼정보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덩컨은 징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교도소 수감을 한 경험이 있다. 양초 공장에서 일하던 중 어느 날 프레이저가 기자 신분으로 가십거리를 취재하기 위해 공장에 오게 되는데 프레이져 역시 병역을 거부한 이유로 덩컨과 같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했었다.

두 사람의 만남, 정확히는 덩컨은 당황하게 된다.

 

 

한편 덩컨의 누나인 비브는 레지라는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가지고 있다.

헬렌과 같은 결혼정보업체에서 일하는데  불륜이란 관계를 숨기기 위해 몰래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두 사람이 일하는 곳에 프레이져가 방문을 하게 되고 비브 역시 프레이져의 방문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케이의 친구인 미키 또한 전쟁 후에 정비소에 일한다.

 

이처럼 6명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반추하며 이어가는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크게 케이, 헬렌, 줄리아의 관계를 그린 커플들 사랑 이야기와 비브와 레지의 불륜을 다룬 이야기를 통해 당시 그들이 무엇을 원했고 잃었으며 전쟁이란 참혹함 속에 인간들이 갖고 있는 욕망과 사랑들을 담아낸다.

 

 

무사히 전쟁을 견뎌냈고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의 상실 이야기, 과거로 돌아갈 수록 더욱 빛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 보인 진행은 기존의 작품들과 연이은 이야기의 연작인 듯하면서도 시대의 변경에 따른 새로운 시도의 이야기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오사카사람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일본 문학을 접하다 보면 우리나라처럼 지방 사투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간사이 지방이 익숙한데 번역자의 고민 중의 하나가 의미 전달과 단어의 맛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전달할까 하는데서 오는 애로점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접해 본 일본문학의 사투리를 우리나라 지역의 사투리로 바꾸어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읽다 보면 아~ 이런 의미의 말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 책은 마스다 미리 컬렉션 2로 나온 책이다.

자신의 부모님과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삼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글이다.

 

일본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녀가 적은 글들을 통해 오사카의 배경이나 오사카 출신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뉘앙스, 특히 오사카 출신의 개그맨들이 많다는 사실이 마치 우리나라 개그맨들중 어떤 지역 출신이 많다더라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부터 일찍 상업이 발달한 도시답게 사람들 자체가 무척 붙임성이 있고 누구에게나 쉽게 친화성 있는 기질이 있다는 것을 보면 이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도 싶은데 책 속에 들어있는 만화가 같이 곁들여져 있어 한층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자신은 일찍 도쿄로 진출해 고향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빈도가 적어졌지만 물건값을 깎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고향 사투리가 나오게 된다는 말엔 나라의 국적을 떠나 사람사는 모습들은 비숫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사카2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특히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고 표준말을 쓰다 갑자기 고향 사투리를 쓰게 되면 그 자신 스스로 자연스러운 모습의 표현으로 나오는 그 장면이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흥과 정도 많은 지역답게 먹거리 또한 어딜 가면 무엇이 유명하다란 인식이 있는 만큼 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다코야키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방문해서 그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지방의 사투리에 대한 미묘한 차이점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지역 간의 사투리 억양과 말투는 여기서도 같은 모양이다.

 

한 예로 알고 있는 지인은 같은 도(道)라 하더라도 남, 북의 사투리가 약간씩 다르단다.

우리는 그저 같은 사투리로 알아듣고 이해하는 수준인 단어의 억양이 본토박이 사람들에겐 확연히 구분된다는 사실로 보아도 일본 또한 오사카 지역의 사투리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같은 나라 안에도 이렇듯 천차만별의 특징을 지닌 지역이 있다는 사실, 소위 말하는 지역 간의 나쁜 인식이나 말들은 지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같이 느끼며 읽었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사카1

 
대충 넘어가도 될 부분들의  세심한 묘사와 글들을 통해 그녀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향심과 그 속에서 자라고 살아온 느낌을 충분히 느껴가며 읽은 책이기에 이런 고향을 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한 책이다.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몬태나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미국의 송어낚시」,「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임신 중절」​에 이어 만나본 작품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임신중절이 가장 읽기 쉬웠고 작가의 글에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고 할 만큼 리처드 브라우니의 글은 읽으면서도 생각을 곱씹어 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작가다.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자살로 마감한 탓인지 이 작품을 접한 분위기는 여전히 전 작품들처럼 비슷하면서도 공간 동이 있는 터라 좀 더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그가 1970년부터 1978년까지 미국 몬태나와 일본 도쿄를 오고 가며 글을 쓴 131개의 에피소드를 모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실제 특급열차라고는 했지만 미국과 일본을 오고 갈 때 특급열차는 없었을 것이고 비행기라는 수단을 이용했지만 마치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지게끔 언제라도 훌쩍 이곳과 저곳을 옮겨가며 떠날 수 있다는 가벼움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짧게는 한 장,길어봐야 4장 정도의 글로 이어진 에피소드는 미국과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들어있고 친구 이야기, 다른 도시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미지의 형성과 그 이미지를 글을 통해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대한 느낌을 타 작품들보다는 많이 느끼며 읽은 책이다.

 

일례로 가벼운 에피소드-

그의 일본인 부인과 자신인 미국인이 갖은 ‘반품’에 대한 생각들이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택배와 온라인 쇼핑 형성이 활발해져 반품의 개념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반품에 대한 인식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당연한 반품에 대한 생각 차이는 인간이 갖는 환경의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지를 알 수 있는 한 부분이었고 그가 이 책을 쓴 후  자살했다는 것을 볼 때 글의 분위기는 고독과 쓸쓸함, 점점 노쇠해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현상과 그 자신의 모습들을 반추해 보면서 쓴 것은 아니었는지를 상상해보게 된다.

 

한때 성서처럼 갖고 다녔다는 그의 다른 작품과는 별개로 여행이 주는 생각들을 볼 수 어 단편 여행기이자 골고루 맛을 볼 수 있는 느낌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재능을 좀 더 활발하게 이어갔더라면 좋았을 작가라 이 책을 읽은 후엔 더욱 그의 작품을 둘러보게 한 작품이었다.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카트린메디치딸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조합을 잘 이용한 작가 중 한 사람인 알렉상드르 뒤마-

 

어린 시절 읽었던 삼총사나 몽테크리스토 백작, 그리고 검은 튤립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손에 땀을 쥐고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하는 매력을 담고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이 책 또한 서양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종교의 대립과 궁중의 권력암투, 그 가운데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배경인 주인공 카트린느의 딸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던 여왕 마고다.

마그리트를 애칭으로 마고로도 부른 것 같은데 기억하기로는 이자벨 아자니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것으로 안다.

 

 

유럽의 모든 권력의 중심으로 권세를 휘둘렀던 막강한 세력인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사실들로도 이미 접해 왔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카트린느는 자신의 아들 왕위 계승을 위해 딸 마그리트를 신교를 믿고 있는 프랑스령 나바르 앙리에게 시집을 보낸다.

 

당시 시대상으로 카트린느는 점성술에 푹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점괘가 자신의 아들이 승계를 하지 못하고 앙리가 한다는 말에 아마도 딸보다는 아들의 승계가 우선인지라 아름다운 딸을 상대에게 보내는 결단을 보인 엄마로 비친다.

 

구, 신교 간의 화합의 장으로써 결혼이란 결속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윈윈 전략처럼 보인 결혼식은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로 일컬어지는 결혼식 날 밤에 사건이 벌어지면서 앙리의 목숨은 위태롭게 된다.

 

딸인 마그리트가 자신의 뜻을 따라줄 것으로 믿었던 카트린느에게 마그리트는 앙리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딸이지만 자신의 기로에 선 인생의 선택에서 결국 앙리와 정치적인 동지로 결속을 다진다.

 

당시 시대에는 정부(情婦)를 둔다는 것이 그냥 통념상 누구나 둘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처럼 보인다는 사실과 부인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정부를 두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보인다.

 

앙리가 마그리트와는 정략적인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사랑하는 여인을 두었다는 사실, 마그리트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백작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긴장감 외에 로맨스를 가미했다는 점이 저자의 노련한 구성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삼총사에서도 나왔듯 시대의 분위기상 남자들의 우정이 종교는 달라도 끈끈히 이어가고 협력을 보인다는 점은 지금의 시대에 비추어 봤을 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끊임없이 조여 오는 서스펜스 역사물의 전형으로 이어지는 긴박감 있는 전개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종교란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양상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야기 곳곳에 스며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통해 역사를 알아보는 재미도 곁들인 책, 영화보다는 책의 내용이 훨씬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그녀와그녀의고야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원작이다.

 

따뜻한 색채의 감성 있는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의 내용은 데뷔작으로서 소설로써 만나게 된 만큼 요즘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감성으로 만나볼 수가 있다.

 

우리들은 믿었던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경우들이 있다.

상대가 계획적으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던, 우연찮게 건넨 말과 행동이었든 간에 나가 받는 그 충격은 믿었던 상대에 대한 실망감과 동시에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심의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은 경우가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저마다의 사연들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삼각관계,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여학생, 방에 홀로 나오지 않는 소녀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가 인연이 있거나 스치듯 지나가면서도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는 고양이들이다

 

고양이엽서

 

초비, 미미, 쿠키, 구로로 등장하는 동물들과 사람과의 인연은 소설가 ‘나가카와 나루키’의 필력과 애니메이션의 합작으로 세 가지 에피소드를 더해 4편의 공감 있는 이야기로 완성했다.

 

흔히 고양이들은 냉정하고 깔끔한 성질을 가졌다고 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인간의 사연들처럼 각기 다른 환경에서 만남과 인간과의 정서교류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간에게 상처 받은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인간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러한 분위기의 인연은 오히려 상처 주는 인간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애묘인으로서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 것이고 비 애묘인이라면 이 기회에 고양이란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정서적인 위안과 감동을 전해주는지를 알아가는 책이기도 할 것 같다.

 

 

원작자의 기존 작품들을 접한 독자라면  이 작가의 데뷔작을 통해 초년의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느낌을 충분히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힐링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사랑했던모든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사랑의 감정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이 존재하지만 특히 짝사랑만큼 아픈 사랑이 또 있을까?

 

상대가 나의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는 경우라도 모른 척하거나 외면했을 때, 또는 아예 자신의 사랑의 감정을 꽁꽁 숨기고 전혀 티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그 모든 사랑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짝사랑이란 감정은 실로 야속하기도 하고 아픈 마음의 실연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특히 풋풋한 청춘들의 좌충우돌 사랑의 진실된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라면 또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은 이야기를 만나본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가 그린 이 로맨스물은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이기도 한 혼혈 여학생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가족 이야기이며 또한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이뤄나갈지도 궁금하게 여기는 이야기의 흐름을 그린 작품이다.

 

누구에게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성격이 아닌 라라 진은 홀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연애편지를 쓰고 간직하는 여학생이다.

 

그런데 어는 날 자신이 쓴 그 연애편지가 모두 발송되어버린 사고가 터져버리고 그 연애편지를 받은 당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언니의 전 남친이자 가족과도 친하게 지내는 조시 오빠가 있다는 사실은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데 설사 언니와 오빠가 헤어졌더라도 완전한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던 상태라 곤란한 처지에 놓인 라라 진-

 

결국 이 모든 것을 그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 위한 묘책으로 떠오른 것이 학교의 인기 있는 피터와 계약 연애를 시작한 것으로 사랑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피터 또한 자신의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고려하고 있었던 상태라 이 둘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연애를 시작하는데…

 

설정이 전형적인 로맨스의 취향을 풍긴다.

만약 뜻하지 않게 나가 간직한 편지의 내용들이 당사자에게 발송되어버린다면, 정말 라라 진처럼 난감할 것 같다.

 

아무리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속마음은 속일 수 없는 것이기에 짝사랑에 대한 진심을 또 한 번 거짓으로 포장해야만 한다는 그 사실이 슬플 것 같기도 한데 라라 진은 이 기회를 오히려 또 다른 남자인 피터와 계약 연애란 방식을 취하면서 다른 사랑의 발전 가능성을 진행한다는 데에 독자들을 설렘을 가지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피터와 진의 계약조건에 해당되는 계약서 내용은 유쾌하면서 귀엽기도 하고 아빠와 딸들만 사는 가정의 일반적인 대화나 때론 가장 친한 동료면서 선의의 경쟁 상대이기도 한 언니와의 솔직한 자매간의 대화들은 여타 보통의 가정 모습을 그대로 보인 장면 같아서 한층 읽는 즐거움을 준다.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다음  이야기에선 진과 피터, 그리고 조시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청춘들이 서툴고도 상큼한 로맨스가 잘 표현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부끄러움

부끄러우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때론 파격적인 글로 인해 인상이 깊게 각인이 된 작가 중 한 사람인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아껴서 읽듯이 이 책 또한 시간을 끌다 읽게 된 책중에 하나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연령대는 언제부터일까?

요즘은 워낙 성숙한 시대라 흔히 생각하는 사춘기의 연령을 넘기기도 전에 느낀다는데, 이 책은 저자의 실제 자전적인 일을 그린 작품이다.

 

흔히 말하듯 나의 마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자신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아물어가는 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부끄러움이란 제목은 말 그대로 저자의 생생한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에 속한 것처럼 보인다.

 

–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p 23

 

 

마치 큰 사건이 벌어질 것처럼 여겨지던 문장의 첫 강렬함은 이내 숨죽이며 읽게 된다.

도대체 그녀의 부모님들은 어떤 이유로 위와 같은 행동을 보인 것일까?

 

흔히 부모들이 다투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방에 있거나 애써 외면하거나 아니면 자식들 앞에서는 그 어떤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저자의 부모는 상당히 다혈질인 것 같다.

 

12살 소녀의 눈과 귀에 모두 그 장면을 보고 듣게 된 후의 그녀가 느낀 감정은 바로 부끄러움이었다.

 

이웃도 모를 수도 있던 그 사건은 이후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나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그녀는 결코 그것을 잊지 못했고 그녀의 부끄러움이 본격적으로 더욱 와 닿은 것은 바로 학교생활이었다.

 

자신의 또래들이 다니던 일반 학교가 아닌 사립 기독교 학교에 다니면서 느꼈던 신분과 가정환경에서 오는 차이들, 그들의 세계에서 바라본 자신의 가정 모습은 없어졌다고는 하나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계급차이었다.

 

 

****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궁핍한 그들의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또한 6월 일요일의 사건에서,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아니, 더는 인식하지조차 못했다. 부끄러움이 몸에 배어 버렸기 때문이다. -P 137

 

 

특히 선생님이 자신을 집으로 바래다주었을 때 속옷 차림으로 나온 엄마의 모습을 본 저자의 그 당시 충격은 결코 잊을 수없는 부끄러움의 둥지로 자리 잡았으니, 어쩌면 이렇게 담담히 서술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용기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 p 117

 

주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만이 느끼는 그 부끄러움에 대한 회상은 저자 자신이 글을 통해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자유로워지길 바랬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이와같은 부끄러움을 고백한 저자의 글은 마치 제삼자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그럼에도 이 글을 탈고했을 당시에는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몰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들을 과감히 꺼내어 서술한 개인적인 이야기, 이제 그 부끄러움은 더 이상 그녀의 부끄러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