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10월 12일

사냥개자리

사냥개자리사냥개자리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예른 리르 호르스트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0월

유리 열쇠상, 마르틴 베크상 수상작가인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작품이다.

 

자신의 정직한 신념 하나로 경찰 생활을 하던 한 경찰관이 조작된  진실을 다시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만일 이 모든 것을 뒤집는 일이 실제 발생한다면 당시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은 어떤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야기는 북유럽 소설만의 특징을 살려 재미를 준다.

 

17년 전 한 여자를 납치 감금한 뒤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루돌프 하글룬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증거가 나옴으로써 결국 수감이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그, 당시 그의 주장대로 목격자가 있었다는 정황이 다시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도대체 누가 이런 가짜 증거조작을 했는지에 대한 책망과 해결은 결국 이 사건을 담당해서 일약 유명한 형사로 알려진 비스팅에게로 눈길이 쏠린다.

 

결국 자신의 결백한 행동과 그동안 경찰로서 지켜온 양심 앞에 부끄럼이 없었지만 증거조작으로 나온 이 사건의 범인 몰아가기는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윗선의 지시로 정직 상태가 된다.

 

하지만 결코 물러설 수없었던 비스팅은 이후 기자이자 누구보다 이 사건에 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공조수사를 벌인 딸 리네의 활약으로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경찰관으로서의 책임감과 경험담, 사건의 수사를 통해 범인 색출에 노력하는 과정들, 그 와중에 범인을 잡아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찰들의 세계를 그린 이 책은 마치 사냥개가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오로지 한 곳에 목적만 둔 채 그것을 둘러싼 주위의 다른 것에는 신경을 끈 채 사냥을 하는 그 모습 자체를 연상시킨다.

 

 

과거의 사건에 이어 현재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이는 곧 과거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수사까지,  과연 루돌프 하글룬는 죄가 없는 사람일까?를 묻게 되는 과정이 추리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

 

조작된 과거의 진실을 향해 사실을 밝혀내려는 비스팅에 대한 매력과 딸의 활약, 연이어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지루함을 모르게 한 책이다.

 

시리즈인 만큼 다른 책 출간을 기대해보게 한다.

최후의 만찬

최후만찬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제9회 혼불문학상으로 선정된 작품인 ‘최후의 만찬’이다.

 

책 표지에도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그림인 최후의 만찬은 이 책의 제목과 같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천주교에 대한 도래와 이를 믿음으로써 박해를 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천주교를 믿고 조상의 제사를 거부한 윤지충과 권상연에 대한 처형부터 시작이 된다.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의 당시 분위기는 같은 당파로서 서학에 대한 이견을 대두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기 위한 정치적인 압박과 그 외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흐름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본다면 단순한 역사소설로써도 충분한 소재의 요소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지만 여기에 덧붙이자면 좀 더 깊이가 있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타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 상의 단순성 위에 죽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한 장의 그림인 ‘최후의 만찬’을 두고 이탈리아까지 범위를 넓혀나간다.

 

정조, 김홍도, 홍대용, 약용, 도양, 박해무, 최무영 , 장영실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보인 전방위적인 철학적인 내용들과 대화들은 한 편의 역사 소설이자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인식을 엿보게 함과 동시에 정조 이후에 서서히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조선의 훗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마저 준다.

 

서양의 문물을 함께 받아들이면서 서학을 통해 점차 깨달아가는 만인평등, 그전까지는 왕이 최고의 우선순위였으나 이보다 더 높은 위의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조선의 근간에 대한 염려를 두고 피를 부르는 행동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 특히 ‘최후의 만찬’이란 그림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장영실의 이야기는 조선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면서 반경을 넓히는 폭넓은 이야기의 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아니었지만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곱씹게 되는 맥락들, 그 안에서 선과 악, 죽음과 생에 대한 이야기를 서학과 그림을 통해 그려낸 저자의 이 책은 다른 역사소설과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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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혹한 세상을 만났으니 해보다 달이 그리울 것이다. 마음에서 해를 지우면 달마저 마음에서 사라진다. 마음의 해달로 세상의 선악을 나누지 마라.” – p.98

 

 

굳은 믿음 하나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 심사평처럼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을 천천히 곱씹어 되새기며 읽어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