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10월 27일

하와이 하다.

하와이하다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여행이란 계획을 세워서 가는 여정도 좋지만 어떤 특별한 것도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일단 떠나보고 그곳에 적응해가며 생활해가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전작에서 퐅랜….에서 잔잔한 일상을 다룬 일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번엔 이곳을 떠나 뜨겁고 낭만적인, 연일 천혜의 자연경관이 주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하와이로 떠난 부부의 모습이다.

 

포르투갈어인  ‘창문 하다(janealar)’에서 힌트를 얻어 새롭게 탄생한 책 제목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의 ‘창문 하다’처럼, 하와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하와이1

 

처음 도착해 짐을 풀고 살기 위한 집을 마련하는 과정, 그 안에서 점자 집에 적응하고 하와이란 통칭 속에 포함된 오하우 섬에 자리잡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하와이라면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이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은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서핑보드와는 다른 바디보드를 부부가 함께 타면서 느끼는 감정들, 서로가 몰라도 가르쳐주며 인사를 하는 모습들 속엔 자연이 주는 혜택에 영향을 받은 낙천적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지만 이들 부부가 겪는 경험은 그와는 다르다.

 

문득 멀리 있는 가족들 얼굴이 보고 싶고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형제에게 바로 달려갈 수는 없는 환경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족애, 형제애, 부모와 자식 간의 소중한 사랑을 느껴보게 되는 곳곳에 스며들든 감겨오는 글들이 참 좋다.

 

바다라면 사죽을 못쓰는 남편 이우일 작가의 생활패턴과 자신 나름대로 우클렐레 배우기, 댄스 배우기를 통해 하와이안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도 모두가 다정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곳, 하와이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하와이 표지

 

자연의 거대한 힘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며 자신의 위력을 드러낸다.

 

파도가 몰려올 때 거기에 힘의 리듬을 타며 거침없이 뛰어오르는 바디 보더들, 해변들마다 총총히 스며드는 인간의 과도한 힘에 경고를 날리는 해변의 생태 조성 변화는 하와이의 본모습을 좀 더 오래 보전하고픈 마음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떠날 하와이, 곧 서울에 정착해 짐을 풀고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갈 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더욱 찬란하게 내리쬐는 하와이만이 가진 열정, 그 자체가 너무나도 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특히 저자가 부러워했던, 시간과 자신의 소속된 곳에 구애받지 않고 훌쩍 파도에 몸을 맡기러 오는 원주민들이 나 또한 부러웠다.

 

2015년에 서울을 떠나 하와이로 도착해 생활해 나가면서 그린 에세이들을 통해 여행의 의미, 여기저기 다니는 여행의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글을 통해 하와이의 대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와일드 시드

와일드시드               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두 개의 작품 출간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의 감동을 선사한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SF계의 그랜드 데임, 아프로 퓨처리즘의 거장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저자의 이번 작품은 그녀가 출간한 시대를 생각한다면 지금도 SF계의 창작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나의 능력이 죽지 않는 불사조의 능력을 갖고 있다면? 타인의 육체를 수시로 드나들며 수 천년의 세월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SF의 특성상 이런 상상력을 높여줄 소재의 선택은 여전히 저자만의 독보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타인의 육체를 옮겨 다니며 4000년을 살아온 남자 ‘도로’는 자신과 같은 불사조를 만들기 위해 아냥우를 선택하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네 손으로 묻지 않아도 될, 죽지 않는 아이를 갖게 해 주지.”-

 

아냥우는 변신과 치유 능력으로 300년을 살아오며 마을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 된 여사제다.

그런 그녀에게 도로의 제안은 달콤한 말이었고 곧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떠난다.

 

때는 1690년이란 시대로 노예를 잡아가던 시대, 아냥우 또한 그러한 노예선을 타고 도로를 따라가 아내가 되길 원했지만 도로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들 아이작과 결혼을 시킴으로써 대대손손 자신의 혈통을 이어가길 바라는데,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도 이는 곧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태어난 아이가 죽음으로써 아냥우는 그의 곁을 떠나려 하고 그런 그녀를 잡아 놓고 곁에 두길 원하는 도로, 자신의 뜻과는 달리 펼쳐지는 환경에 아냥우는 자신의 치유 방식으로 변신을 통해 해소를 한다.

 

바다에서 돌고래로 변신함으로써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서 숨을 돌리려는 처지가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녀의 전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종과 성의 차별,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을 판타지로 승화시킨 내용들은 도로란 인물을 통해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을, 아냥우를 통해 자신의 힘이 다할 때까지 지켜보며 보살핀 모정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상반된 분위기의 개성들을 연출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동등한 객체로서의 대우가 아닌 초능력을 가진 자들끼리의 교배를 통해 초인류적 능력을 지닌 자식을 갖길 원했던 도로의 야망은 아냥우를 대할 때 초능력을 고려한 것이 아닌  그 이하의 노예 취급을 하는 점들은 저자가 드러내고자 하는 평등하고 동등한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불사의 삶을 사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도로처럼 자신의 그 이상을 쟁취하기 위해 이런 도발적인 계획을 세울까? 아니면 아냥우처럼 초능력을 가졌지만 적어도 인간미를 품고 있는 능력자로 살아가게 될까?

 

끝도 없는 욕망의 질주를 멈추지 않았던 도로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주어진 삶을 개척해 나가려 애쓰는 아냥우가 차라리 더 나은 인생을 마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 왜 그녀가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란 명칭을 얻게 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날씨가 좋으면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어쩌다 보니 많은 사람의 손을 탄 책을 이제야 접하게 됐다.

 

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소식에 작가의 이름이 익숙한 점, 이점을 무시할 수도 없었지만 이 계절과 다가올 계절에 모두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을 사랑하고 가까이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북카페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북현리에 가 있는 착각에 빠진다.

 

은섭과 해원의 오랜 인연의 시간들, 정작 자신은 느낀 듯 느끼지 못하는 삶 속에 살포시 들어온 은섭의 사랑은 해원에겐 어느새 꽁꽁 언 송곳니 같던 차디찬 마음을 해빙시킨 사람이다.

 

노부부가 사용하지 않고 떠난 기와집에 책방을 운영하는 은섭, 입시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다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이모가 운영하는 펜트하우스 호두 하우스에 내려온 해원은 동창 사이다.

 

학창 시절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 속에 살던 해원의 모습을 지켜보던 은섭은 그녀가 모르는 그녀의 삶을 조금씩 기억하면서 해원이 아르바이트로 책방 일을 도와주게 된 인연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전체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는 시골 풍경 속에 책을 매개로 모여든 사람들, 나이와 삶의 척도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독서 클럽을 만들고 행사를 열며 그런 가운데 서로에게 때론 용기와 도움을 주는 모습들이 저자의 글로 풍성함을 드러낸다.

 

비밀로 써 내려간 은섭의 내밀한 고백들은 이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다면 훨씬 삶의 파고를 쉽게 넘어설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하며, 저마다의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의 사정들은 모두가 상처 받고 상처를 주며 살아갈 수도 있는 인생의 삶이 시간이 흐른 어는 한 순간이 오면 용서와 화해하는 해빙기를 맞게 된다는 시선으로 이끌게 한다.

 

살아가면서 무심코 던진 인사말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언제 우리 차 한잔 할까?”

 

책을 읽으면서 흘려듣게 될 말들이 아닌 소소한 행복의 맛을 찾는다면 바로 행동에 옮길 것을 느끼게 해 준 말들이었다.

 

지금 은섭과 해원은 북현리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살고 있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바로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져 읽은 책, 드라마로 어떻게 북현리와 책방, 마을 사람들을 표현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