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여행이란 계획을 세워서 가는 여정도 좋지만 어떤 특별한 것도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일단 떠나보고 그곳에 적응해가며 생활해가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전작에서 퐅랜….에서 잔잔한 일상을 다룬 일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번엔 이곳을 떠나 뜨겁고 낭만적인, 연일 천혜의 자연경관이 주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하와이로 떠난 부부의 모습이다.
포르투갈어인 ‘창문 하다(janealar)’에서 힌트를 얻어 새롭게 탄생한 책 제목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의 ‘창문 하다’처럼, 하와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처음 도착해 짐을 풀고 살기 위한 집을 마련하는 과정, 그 안에서 점자 집에 적응하고 하와이란 통칭 속에 포함된 오하우 섬에 자리잡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하와이라면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이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은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서핑보드와는 다른 바디보드를 부부가 함께 타면서 느끼는 감정들, 서로가 몰라도 가르쳐주며 인사를 하는 모습들 속엔 자연이 주는 혜택에 영향을 받은 낙천적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지만 이들 부부가 겪는 경험은 그와는 다르다.
문득 멀리 있는 가족들 얼굴이 보고 싶고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형제에게 바로 달려갈 수는 없는 환경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족애, 형제애, 부모와 자식 간의 소중한 사랑을 느껴보게 되는 곳곳에 스며들든 감겨오는 글들이 참 좋다.
바다라면 사죽을 못쓰는 남편 이우일 작가의 생활패턴과 자신 나름대로 우클렐레 배우기, 댄스 배우기를 통해 하와이안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도 모두가 다정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곳, 하와이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자연의 거대한 힘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며 자신의 위력을 드러낸다.
파도가 몰려올 때 거기에 힘의 리듬을 타며 거침없이 뛰어오르는 바디 보더들, 해변들마다 총총히 스며드는 인간의 과도한 힘에 경고를 날리는 해변의 생태 조성 변화는 하와이의 본모습을 좀 더 오래 보전하고픈 마음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떠날 하와이, 곧 서울에 정착해 짐을 풀고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갈 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더욱 찬란하게 내리쬐는 하와이만이 가진 열정, 그 자체가 너무나도 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특히 저자가 부러워했던, 시간과 자신의 소속된 곳에 구애받지 않고 훌쩍 파도에 몸을 맡기러 오는 원주민들이 나 또한 부러웠다.
2015년에 서울을 떠나 하와이로 도착해 생활해 나가면서 그린 에세이들을 통해 여행의 의미, 여기저기 다니는 여행의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글을 통해 하와이의 대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요즘은 여행도 그곳에서 살아가기 형식으로 한달에서 부터 몇년에 걸쳐서
하더라구요.
제주도 한달 살아보기를 꿈꾸고 있는데 실천이 참 어렵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부들이 많이 부럽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요.
하와이 못 간 대신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저도 부러워하며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