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4월 19일

어둠의 눈

 

어둠의 눈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근래에 들어 역주행으로 유명해진 것들이 종종 사회란에 이슈가 되곤 한다.

 

특히 가요에 있어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부분들이 모 방송에서 제작한 노래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은데 여기에 책으로써 역주행 돌풍을 일으킨 책이 있으니 바로 ‘어둠의 눈’이란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스티븐 킹만큼 인기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미국 외에 여러 나라에서는 익히 알려진 대가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 또한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수그러들 줄 모르는 코로나 19 때문에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모든 면에서의 활동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은 팬데믹 현상 앞에서 작가는 40년 전에 이 작품을 통해 그런 가상의 상상을 그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한때는 잘 나가던 무용수였지만 이제는 제작자로 일하는 크리스티아 에번스는 이혼녀에다 1년 전 아들 대니를 사고로 잃었다.

 

아들의 시신조차 못 본 채 서둘러 이별을 해버린 아쉬움 속에 12살의 대니는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주위에 왠지 어떤 기운이 서린다.

 

아들의 소품 중 하나인  칠판에 쓰인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누가 쓴 것일까? 전 남편의 소행일까? 아니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행동의 모습일까?

 

책은 이러한 티나의 심적인 면에서의 의구심과 나약함을 동반하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미지의 영적인 힘에 의해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이미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진행 중이다.

특히 사이버 테러라든가 이 책에서 보인 바이러스 생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생화학 무기로써 이용하려는 거대한 음모는 한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서라도 이루려는 경쟁과 야망, 집착의 결과물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인다.

 

저자가 이미 밝혔듯 ‘우연’으로 책을 쓴 내용 안에는 너무도 지금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 섬뜩하게 다가온다.

우한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보라색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나’가 살고 있는 동네에  ‘보라색 치마’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다.

언제나 같은 치마에 부스스한 머리, 주기적으로 상점가에서 크림빵을 사고 공원의 일정한 벤치에 앉아 빵을 먹는 그녀-

 

그녀를 관찰하는 ‘나’는 그녀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이 많다.

즉 친구가 되고 싶은데 사실 그러한 용기와 기회는 좀체 오질 않는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도 알고 그녀가 어떤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에 그녀가 직장을 구해 일하길 바란다.

 

생각 끝에 직업 구인란 신문을 그녀 가까이 두었고 드디어 그녀는 ‘나’가 일하는 호텔의 객실 청소 직원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처럼 그녀는 말이 없는 여인이 아니었고 점차 밝은 표정에 상사나 동료들과도 잘 어울린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당황한 면도 느끼게 된다.

자, 이제 슬슬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까? 하던 차…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으로 얇은 두께에 담긴 내용은 뭐랄까?

 

참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주위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형 외톨이처럼 보인 그녀, 보라색 치마만을 고집했던 그녀에게 관심을 둔 ‘나’또한 주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랬기에 어쩌면 동병상련처럼 그녀에게 관심을 두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책의 중반부터 보라색 그녀가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밝아지는 얼굴을 보면서 느낀 ‘나’의 당황스러움과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는 것의 상반된 감정은 뒤의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인해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전개로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해가는 모습도 좋았지만 독자들이나 ‘나’가 느꼈던 보라색 치마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허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나’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대목 또한 반전이었고, 이후의 ‘나’가 취한 행동 또한 궁지에 몰린 인간들의 본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은 평단의 추천을 다시 곱씹어 보면 왜 이 작품이 상을 수상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해가 가는 책이다.

 

현대 사회에 소외된 인간들의 모습 뒤에 감춰진 이익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 모습들은 작가가 ‘반전’이란 장치를 이용해 그린점이 신선했던,  그 이후 보라색 치마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