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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티끌같은너

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러시아 문학, 특히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들려준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의 여성들 이야기를 담은 책은 ‘소네치카’ 이후론 오랜만에 접해 본 책이다.

 

러시아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중단편 선집으로 출간된 책은 총 다섯 편으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간 페미니스트란 이름으로 1987년 존경 징 표훈장 · 제53회 칸영화제 공로상 수상을 이력답게 이 책 속에 담긴 여성들은 그동안 보였던 여성들과는 또 다른  여성들의 모습이다.

 

각 작품마다 배경은 사실적인 표현으로 그려지는데 러시아란 나라가 지닌 느낌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책 제목인 ‘티끌 같은 나’에 등장하는 주인공 안젤라는 가수의 꿈을 안고 모스크바로 상경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허드레 일을 마다하지 않는 여성이다.

자신의 성공을 향한 집념은 이내 스폰서가 필요함을 느끼는 현실 속에 불륜을 저지른 여인이 되고 이는 곧 연작처럼 다른 작품에서의 인물들과 연계되면서 또 다른 배신을 겪는다.

 

각 작품마다 등장하는 여인들의 사연들은 저마다의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 몰입을 주도하며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남편과 애인의 배신을 인내하며 오직 살기 위해선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려는 마리나의 경우도 인상적이었다.

 

각 작품마다 각인되는 작가의 문장들은 심금을 울린다.

 

가부장제와 그 안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고정되어 있다는 한계, 그 한계를 이겨내려는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다가서려는 의지가 돋보인 작품들이기에 저자가 왜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pre-feminist)란 칭호를 받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작품이기도 하다.

 

고전과는 다른 러시아의 현 문학을 통해 당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들의 굳건한 모습을 투영한 책이라 한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