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4월 25일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누구도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20년 4월

저자의 이력이 참 화려하다.

 

 

20대 젊은 기업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LGBT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가 자신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감동이 벅차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가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에세이면서 일기장을 형식을 갖추고 있다.

유명인사로서 명성을 갖게 됐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 하기까지의 고뇌와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를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안다는 사실, 무엇보다 자신을 잃지 말라는 말을 들려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하기까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 속에는 사회 속에서 비주류로 인식되는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인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 우리는 화해와 화합이 아니라 반목과 분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보다는 약점이나 잘못을 찾으려고 한다. 참 피곤한 세상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열린 마음과 선의로만 대하기에는 무서운 세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우울의 땅굴 속으로 파고들려고 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친절이나 배려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조금은 긍정적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고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었기에 커밍아웃 후에 얻은 자유로운 마음, 우울증, 힘들어할 때 자신의 주위에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고백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들여준다.

 

비단 성소수자로서의 체험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부딪치는 어려움을 자신은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며 극복했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사진을 전공한 이력을 토대로 예쁜 작품집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인생은 얄궂게도 빙 돌아가더라도 결국 제자리를 찾는 법이다. 인생은 우리를 가야 할 방향으로 밀어준 뒤 때가 되어야 열매를 맺는 씨앗을 심어준다.

 

 

이야기와 함께 담겨있는 산문, 시, 사진들까지 고루 들어있는 책은 내용과 함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저자의 재능이 부럽기까지 했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차분히 내면의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매력적인 책이다.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종이심장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오랜만에 재미와 호기심, 소재 설정에 감탄하며 읽은 판타지 소설을 접했다.

 

디즈니 플러스 영화화 확정,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판타지 소설 후보로 올랐다고 하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독자들의 상상을 마음껏 펼치게 한 책이다.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 졸업반 최우등생인 시어니 트윌은 장래 꿈이 금속 마법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종이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자 내심 불만이 쌓인 상태로 그녀를 가르칠 종이 마법사  에머리 세인의 집에 도착한다.

 

어딘가 신비로운 면이 있으면서도 허술한 면도 있어 보이는 세인에게 점차 견습생으로서 그가 가르치는 종이를 소재로 한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 때쯤 그녀에게 뜻밖의 사건이 터진다.

 

전 아내이자 신체 마법사로 변한 세인의 아내 리라의 계략으로 세인의 심장이 리라의 손으로 빠져나가면서 세인은  점차 기력을 잃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종이로 만든 심장을 간신히 그의 가슴속에 넣은 시어니는 그를 구하기 위해 종이 개 판넬을 데리고 리라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판타지의 특성상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보임과 동시에 그 속에서 활약을 펼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 이틀이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떡하든 세인의 심장을 가져와야 만 하는 상황에서 시어니가 세인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리라와 대결을 벌이는 과정들은 세인이란  한 인간이 살아온 인생이 이야기를 보는 과정과 함께 그를 향한 로맨스의 감정이 곁들여지면서 더욱 활기를 띤다.

 

한 장 한 장의 종이는 힘이 약하지만 그 종이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강하다.

현실에서의 강아지와는 달리 물만 조심하면 언제든 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종이 강아지, 새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는 종이 새들, 비행기, 부채, 마름모꼴의 종이형태들은 그때그때마다 시어니에게 힘의 원천이 되어 준다.

 

4개의 심장 구조를 통해 한 방, 한방을 건너가는,  현실처럼 표현된 글들 속에는 판타지와 현실이 적절히 배합되면서 이루어진 설정 때문에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19살의 시어니란 주인공이 자신의 스승이자 점차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를 구해내고자 용기를 내어 펼치는 모험들은 종이 외에 금속, 유리, 고무, 플라스틱이란 재료를 결합한 독특한 마법의 세계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가 그려낸 20세기 초 런던의 풍경과 맞물려 그 안에서 살아있는 인물들의 활동은 벌써부터 영화로 만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시리즈물로  이어져 출간되는 만큼 시어니의 활약이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