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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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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그간 접해오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접한 책은 희곡 형태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인으로서 동양인의 시각처럼 바라보는 그의 작품들 부분들 중에서 이번 작품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되는데, 바로 죽음 뒤에 우리들을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 에 대한 궁금증을 작가만의 글을 통해 드러낸다.

 

담배를 좋아했던 아나톨 피숑은 폐암 수술을 받던 중 사망하게 되고 이후 이생에서의 삶을 심판받기 위해 이승도 아니고 천국, 지옥도 아닌 그 어느 중간 단계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희곡의 특성상 책의 내용들 대부분이 무대 장치와 대사들이 주를 이루는데, 등장인물들 또한 기막히다.

 

이승에서 부부였지만 이혼한 커플, 이후 죽은 뒤에는 피고 측 변호사로 나선 카롤린, 검사로서 남편이었던 베르트랑, 그리고 재판장인 가브리엘이 피숑에 대한 전반적인 삶에 대한 심판을 다룬다는 내용이다.

 

처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피숑은 이내 이승에서 자신의 삶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사회인으로서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검사 측과 변호인 간의 날 선 공방을 통해 독자들은 ‘죽음’ 이후의 사후 세계는 이렇게도 진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가상의 틀을 그려보게 한다.

 

읽으면서 작가가 그동안 그려왔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이승과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어떤 미지의 손길이 닿는 곳,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죽음 이후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그 순간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일들이 겪지 않을까를 작가 나름대로 상상력을 보탠 글들이 유머가 있는 가운데 현실적인 비판 시각도 함께 보인다.

 

특히 피숑의 잘못이 전 이승에서의 직업이 판사였단 사실과 원래 배우 재능이 있음에도 배우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죄(?)와 이후 반전의  대목에선 작가의 유머가 빛을 발한다.

 

읽으면서 전작인 “타나토 노트(2권)”, “죽음(2권)”, (신)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을 받게 한 작품이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 때보다는 긴장감이나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진듯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작품의 세계를 통해 매번 다른 시선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저자만이 가진 창작력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 또한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복자에게

복자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어제도 갑자기 광풍이 불면서 한때 큰 소나기가 내리더니 언제 내렸나 싶게 하늘은 청명하고…

 

제주도의 청량한 기운과 계절상의 변화를 글로 느낀다는 것은 시각으로 접해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제주도의 부속섬인 고고리 섬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은 책,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를 통해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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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업 실패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분열, 부모와 떨어지게 된 영초롱이가 주인공이다.

 

남동생은 큰아버지 집에, 자신은 제주도 고고리 섬에서 의사로 있는 고모와 살게 된다.

 

남들과는 다른 비교적 일찍 큰 경험을 한 탓일까, 좀체 환경에 적응할 수없었던 영초롱이 곁에 말을 건넨 아이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복자였다.

 

다친 발을 끌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매점으로 가던 중 만난 아이,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주고 그 이후 말이 통하는 친구가 된 두 사람의 인연이 제주도의 계절만큼이나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혼한 엄마와 떨어져 사는 복자에겐 엄마처럼 느껴지는 이선 이모, 자신에겐 고모가 있다는 사실,  이모와 고모의 사이가 섬에서 유독 가까웠단 것을 통해 더욱 친밀감을 가지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흐른 후 판사로서 다시 제주도로 좌천되면서 오게 된 영초롱이, 그녀에겐 이 장소가 결코 낯설지도 그렇다고 친밀하게 다가오지도 않은 과거의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다.

 

복자와 이선 고모, 자신과 자신의 고모가 원치 않았지만 다른 결과를 낳았던 아픈 기억들, 다시 만난 복자를 만나게 되면서 친구가 겪고 있는 소송 사건을 통해 다시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는 이야기가 제주도의 고고리 섬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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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리뷰를 쓰기가 어려웠단 기억이 난다.

내용은  아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며 쓰는 나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적어나가기가 힘들었던 책, 저자의 글 하나하나에 담긴 오롯이 그 사람에 대한 마음에 대한 글들이 너무도 다가왔기에 이번 ‘복자에게’란 책 속의 등장인물들 또한 그러했다.

 

어린 시절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의 결과물로 생긴 아픔, 그 이후 다시 만난 복자를 통해 자신이 미처 다지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과 현재 법관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현실의 주변 여건으로 인해 부딪칠 때  영초롱이는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여기엔 현실적인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바라보는 무언의 압력행사, 이를 이겨내고 꿋꿋이  힘겨운 법정 소송을 하는 복자란 친구를 바라보면서 겪는 영초롱이의 심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 겪었던 아빠의 사업 실패는 아빠가 병석에 누워있을 때 ‘실패’란 것에 대해 영초롱이의 생각을 대변해 준다.

 

 

“내가 아빠를 미워했어, 아빠가 실패해서 아빠를 미워했어. 그런데 그러면 나는 아빠가 아니라 실패를 미워한 셈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빠는 내 말을 들었는지 몸을 기우뚱하고 있다가 잠시 허리를 세웠다.
“나는 아빠를 안 미워했어.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진짜 사회지도층 인사가 됐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아빠는 그걸 들었는지, 아니면 무심코 그랬는지 아주 잠깐 이가 보이도록 웃었다.  –
P. 61

 

누구나 성공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생의 희로애락이란 말이 생기지도 않았을 터-

 

실패란 것을 통해 다시 재기의 발판을 삼아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면도 있다는 것, 저자는 기존의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실패는 있을 수 있어도 그 실패 자체가 인생의 자체가 되지는 않음을, 따뜻하게  들려준다.

 

 

나는 한 계절 몇 달 만에 그렇게 멀어져 버린 그곳에 대해 슬픔을 느꼈다가 따귀를 갈기듯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이를 꽉 물고 그런 마음을 내리눌렀다. 그리고 복자처럼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꼿꼿이 서 있으려고 노력했다. 도시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몸 자체를 쥐고 흔드는 바람의 세기에 적응하고 싶었다. 그 힘을 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 것, 에워싸이고도 물러서지 않는 것, 바람이 휘몰아쳐도 야, 야, 고복자! 이렇게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 춥거나 햇볕이 따갑다고 엄살떨지 않는 것 –  P. 86~87

 

 

아픈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봉합되고 다시 그 위에 새 살이 돋아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누구도 실패만 하며 살아가진 않는다는 사실, 복자를 통해서, 또 다른 길을 선택한 영초롱이를 통해서 독자들은 인생의 삶에 대한 여러 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회랑정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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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추리 미스터리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개정판이 새로 출간됐다.

 

끊임없는 창작력에 놀랍기도 하지만 꾸준히 다시 재개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매력적인 내용들은 촌스럽지가 않다는 뜻이란 의미도 들어있단 생각이다.

 

 

화자의 시점을 중심으로 그려진 소설답게 오로지 화자가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스릴의 과정이 재미를 준다.

 

30대 여성이지만 이미 겉모습은 70대 노부인으로 변장한  에리코-

이치가하라가 이룬 기업의 비서였지만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던 이치가하라의 뜻대로 그가 이루어 놓은 회랑정이란 료칸에 모든 가족들이 모인다.

 

하지만 이날 자신과 자신의 연인 지로가 화염에 불타는 사건이 벌어지고 간신히 자신만 살아남은 에리코는 동반자살을 꾸민 그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게 되는데..

 

밀실 살인처럼 그려지는 회랑정의 전체적인 구도 모습을 통해 그 당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가족 중 누군가가 했을 것이란 의미를 담는 문장들과 이를 확인하고 복수에 불타는 에리코의 심리전이 끈끈한 긴장감을 유도한다.

 

유언장 공개를 들으려고 모인 나머지 가족들의 서로 다른 실리추구와 범인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갖가지 모종의 미끼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에 몰입하게 만든다.

 

추리 미스터리의 반전이 이렇게도 나타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읽는 마지막 대 반전은 ‘사랑’이란 이름 아래 죽은 연인에 대한 복수심에 불탄 에리코란 여성의 심리와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서서히 조여 오는 범인의 실체, 여기에 남은 사람들의 탐욕과 욕망을 통해 여러 인간들의 군상 모습을 보여준 책이다.

 

예상치 못한 트릭의 반전 맛,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 기독교인 관계

 20200906_113109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기독교인 관계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9
이은정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터키 여행 시 마중 나온 가이드는 한국인이었다.

 

터키의 유명한 유적지를 여행하던 중 들려오는 소리, 모든 것이 일순간 멈춘듯한 그 광경은 어쩌면 도시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우리들 모습에 익숙한 탓도 있었지만 외국이란 곳에서 겪는 신기한 모습처럼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기도시간, 이른 아침부터 호텔 밖에서 들려오는 이맘의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특유의 기도 음악은 터키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그러던 중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던 유적지를 관광하던 중 가이드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기독교인으로서 이곳에 살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기독교인으로 선교 활동에 대한 제약이 있는데, 이는 터키라는 나라의 고유의 특성 안에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생활의 한 일부분, 타 종교를 믿어도 되지만 이슬람 종교에 대해 개종을 권유하거나 활동하는 것은 불허하는 것이 터키의 방침이라는 말에 이색적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난다.

 

이미 익숙한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분쟁, 알고 보면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화와 사랑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지금도 현재 곳곳에서 터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치를 배제한 역사를 통해 그들이 살아왔던 시대를 통해 두 종교 간의 대립의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아나톨리아 변방의 여러 부족 가운데 오스만이란 부족이 힘을 키우면서 점차 세력을 넓히더니 오스만 제국을 세웠다.

그들은 처음 정복을 하면서 이미 아나톨리아 부근과 비잔티움에 살고 있던 가톨릭 종교를 갖고 있던 지역을 정복하면서도 먼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발칸반도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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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의 흩어져 살고 있던 기독교인들을 무슬림이란 제국으로 흡수하기가 더 쉬웠고 그들이 갖고 있던 종교를 허용하면서도 이미 기초를 다진 그들의 생활권을 존중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특히 종교별로 특성에 맞는 관용의 정책, 정교회의 수장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스탄불에 집중하게 한 정책, 그 외에 아르메니아인들의 종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책들은 오스만 제국 안에서 평화로운 ‘고전시대’라 불린 시대를 관통하면서 안정을 찾는다.

 

흥이 있으면 쇠퇴가 있는 법, 이슬람 경건주의 종교 운동이라고 불리는 카드자델리 운동을 통해 기존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정책은 변화를 꾀하게 되고 이는 그때까지 유대인들이 차지했던 권리를 그리스인 엘리트 집단인 파니리오트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쇠퇴의 시작은 러시아의 영토 침략에 따른 전쟁의 참패로 인한 퀴췩카이나르 조약이다.

 

 

–  유럽 제국주의가 끼친 오스만 제국 안의 무슬림과 기독교 간의 갈등

 

 

퀴췩카이나르 조약으로 인한 서구 열강들의 비무슬림에 대한 권위와 권리 주장 확대, 이런 가운데 점차 무슬림들은 제2인자로 물러나는 불안의 정세, 비 무슬림과의 경제적인 격차들은 세르비아, 그리스 독립 전쟁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행한 배반의 행동들을 통해 그들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준다.

 

열강들의 내정간섭에 해당되는 갖가지 조건들, 안으로는 메흐메드 알리와의 대결에서 벌어진 시리아 내의 문제점들 이후 탄지마트를 실시하게 된다.

 

재구성이란 의미를 갖는 탄지마트는 서구식 제도와 국가 기틀을 새롭게 마련하려는 것에 주안을 두었지만 이마저도 중앙집권화에 실패한다.

오스만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견제해야 했기에 영국과 프랑스와 손을 맺을 수밖에 없었고 이러는 과정에서 오는 통역을 맡은 이들은 기독교인들이 맡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이용해 면세 특권과 카피툴레이션의 획득을 취했고 이런 불공정한 일련의 일들이 쌓이면서 기독교인들을 바라보는 무슬림들의 시선이 좋을 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가장 최악은 기독교의 선교활동이다.

 

 

기존의 가톨릭이 예전부터 익숙한 종교이자 오스만 제국이 행한 관용의 법칙 내에서 행해지던 개종의 의미가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고 개종을 권유하는 대상도 주교, 대주교 등 위선을 대상으로 한 점인 반면 기독교는 개인마다 찾아가면서 성서를 읽고 개인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기에 기존의 토대에서 살아가는 기독교들 사이에서도 충돌이 있게 된다.

 

이후 이들이 시리아에 넘어가 선교활동을 하지만 무슬림을 개종하기엔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탄지마트가 실시되는 가운데 서구의 문명을 배우고 익힌 신오스만 인들의 등장은 국내 기독교인들의 상업적 번영과 기존의 혜택의 영향 때문에 민간 사회를 분열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주장은 무슬림에게 정당한 지위, 권력을 돌려주라는 것, 이에 압튈하메드3세의 전제정치 실현은 서구 열강들과의  여러 정세가 겹치면서 무슬림들에겐 자칫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겹치면서 아르메니아인들이 행한 행동으로 인해 대학살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몰락하기 시작한 오스만 제국은 결국 세브르 조약에 도장을 찍게 되면서 그 광활한 대륙이 영국과 프랑스에 넘겨지고 무스타파 케말 파샤의 공화국으로 탄생을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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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왕조들의 이야기 속엔 담지 못한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 종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각국의 대립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무슬림과 기도교 간의 대립은 그들이 왜 기독교를 대표하는 서구에 반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살테러와 극대치의 혐오를 느끼게 하는 행동들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때 우선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겪은 ‘역사’속에 함께 한 모습들을 통해 들여다봐야 할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케말이 이슬람의 전제정치를 버리고 서구에서 받아들인 국가 건설에 힘을 쏟는 과정에서도 세속주의와 종교의 분리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 공화국으로써의 건국에 힘을 쏟았는지는 엘리트 집단들이 겪고 보고 배운 시대의 필요성이 요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슬람의 자국을 없애버리지 못한 채, 일부 정책에서 실현되지 못한 점도 있다는 것은 이들 무슬림이란 정체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만일 열강 세력들의 입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두 종교 간의 대립은 이처럼 극에 치닫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줄로 그어진 중동의 여러 나라들의 종교의 대립과 내적으로도 여전히 핍박을 받고 있는 소수 종교를 가진 자들의 애환, 독립 국가로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암울함들이 이 시기 오스만의 몰락과 함께 결정적으로 이루어진 결과임을 볼 때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오스만 제국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벌어진 그라나다 공방전에서 패한 후 갈 곳을 잃었던 유대인들을 받아들였던 점들을 생각한다면 과거의 공존, 그리스와 인구 교환이 있을 때 그들이 취한 교환의 기준이 언어, 종족이 아닌 ‘종교‘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열강의 점차 심해지는 간섭과 무슬림들이 자신들이 이룩한 정복의 땅들이 하나둘씩 독립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겪은 비참함, 끝까지 발칸반도를 포기하면서까지 아나톨리아만을 지키고자 했던 오스만 튀르크 인들의 가슴에 고양된 것은 바로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 “이슬람 정체성”점은 바로 이들의 그 자체였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

 

 

세속주의자들이 이슬람이란 종교를 믿지 않거나 존경하지 않더라도  그들 안에 내적 된 터키 국민을 정의하는 정체성으로서 소속감은 지금도 유효하단 것을 알게 해 준다.

 

역사학자 마셜 호지슨에 따르면 역사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유용하다고 보았다고 한다.(책 내용 일부)

 

맞는 말이다.

누가 좋고 나쁘다는 것을 내리는 근거의 기준을 내리기에 앞서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볼 때 각기 다른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대립하고 있는 두 종교가 쌓아온 오랜 시간을 통해 보다 많은 갈등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다.

 

오스만 제국의 탄생부터 몰락, 공화국 탄생에 이르기까지 부침이 많았던 역사 속의 종교가 지닌 의미, 기존의 기독교의 시선에서 바라본 내용의 책들이 많았던 점에 비춰볼 때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 이슬람이란 종교에 대한 관점을 역사 안에서 다룬 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된다.

 

 

니모나

나모나  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만화계에서 아카데미상과 같은 의미로써 받는 상인 아이스너상 (2016 Eisner Awards Best Graphic Album: Reprint)을 수상한 것 외에 많은 수상력이 있는 저자의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의 특성상 이야기와 함께 전개되는 그림이 주는 느낌은 활자로만 대할 때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날 영웅을 꿈꾸는 악당이라고 자부하는 발리스터 블랙하트 경을 찾아온 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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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고 당돌하면서도 깜찍한 말투와 행동은 블랙하트 경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이내 둘은 가족이자 친한 친구가 된다.

 

한때는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골드로인과의 마상 시합에서 승리를 했지만 골드로인에 의해 한쪽 팔을 잃은 블랙하트 경은 변신 능력을 지닌 니모나와 신뢰를 통해 파트너로서 조화를 이룬다.

 

어느 특정 시대가 아닌 가상의 공간을 그리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니모나가 협회에서 훔쳐온 서류를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알게 된다.

 

그들은 협회의 일을 저지할 수 있을까?

 

맨 처음 시작되는 이야기의 진행은 동화처럼 그려지지만 스스로 악당이라고 자처했던 블랙하트 경과 니모나가 펼치는 모험과 싸움은 니모나의 시기적절한 임기응변에 해당하는 변신의 과정을 통해 다른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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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나의 과거, 블랙하트 경과 골든로인의 화해를 이뤄질 수 있는지, 협회에서 계획한 것들을 물리치고 행복의 나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이모티콘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니모라란 캐릭터와 나모나가 수시로 변신을 하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누구의 명을 받지 않는 스스로의 자립적인 생각과 그 생각을 변신이란 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주지시키는 여자 주인공 니모나란 인물의 캐릭터는 여성 판타지 영웅의 탄생을 보는듯하다.

 

 

 

어디에선가 블랙하트경의 주위를 돌고 있을지, 아니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니모나, 가족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그래픽 노블이다.

 

삼국지

삼국지삼국지 – 책 읽어드립니다, 한 권으로 충분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나관중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8월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는 말은 바로 삼국지를 통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라 제목만 들어도 읽었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만드는 삼국지, 그 방대한 역사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알거나 모르고 있거나를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들은 완독이란 점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잘 알고 있는 도원결의나 조조, 동탁, 여포, 초선, 손권 ,,,,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바로 사라져 버리는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하고 사라지는 인물들, 그 인물들을 뒤에서 보좌한 지략가들의 모습들이 다시 읽어도 재미를 느끼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 중 누구를 높게 평가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현재에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유연하면서도 어찌 보면 냉철한 면이 부족하게 보일 수 있는 유비에 대한 평가나 제갈공명, 조조, 그 밖의 다른 등장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재조명해 보는 점들은 시대의 흐름이 요구하는 인물의 덕목이  그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영화로도 나왔던 적벽대전의 이야기나 미인계를 이용해서 목적을 이루는 일들은 읽을 때마다 재미와 손에 땀을 쥐는 스릴처럼 느끼게 해 준다.

 

오합지졸로 무너지고 여기저기 흐트러졌던 시대를 하나의 통일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 그들의 우정과 사투를 건 전투, 지략과 전술을 통한 상대방과의 싸움들은 여전히 흥미만점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해보는 일, 삼국지가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는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부분들에 교훈을 드러내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나라를 생각하고 백성을 생각했던 위정자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 삼국지 읽기에 부담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읽어볼 것을 권한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20200901_205054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리커버 에디션)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헝거게임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헝거  판엠을 통치하는 악랄한 독재자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란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헝거게임 시리즈 이전의 코리올라누스의 삶에 초점에 맞춘 이야기를 그린다.

 

이름만 번듯할 뿐 실제적으로는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세금도 내기 어려운 18 살의 코리올라누스는 옛 영광 속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와 사촌누이와 함께 살고 있는 학생이다.

 

집안의 기둥인 그에게는 몰락한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가운데 판엠에서 10회 헝거 게임에 출전할 멘터로서 학생들을 차출하게 되고 여기에 18세의 코리올라누스가 나서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명성을 갖고 있는 그가 헝거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대학 입학을 물론이고 가문의 영광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놓칠 리가 없다.

 

그러나 그가 배정받은 조공인은 구역 중에서도 최하위 12구역의 ‘루시 그레이 베어드’란 여자 아이다.

 

코비라 불리는 집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이, 자신은 구역출신도 캐피톨 출신도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는 조공인으로 뽑혀 코리올라누스와 함께 게임을 해야만 하는 처지,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서 헝거게임은 총 24명의 조공인들과 멘터들의 연대관계, 시작과 종료를 통해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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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체 그대로 헝거게임의 장면을 연출한다.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캐피톨에서 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구역 출신들에 대한 비하, 구역 출신이란 것을 벗어나고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 캐피톨로 온 아버지의 뜻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세자누스의 행동과 말들은 긴장감 조성과 함께 왜 코리올라누스가 악인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흐름을 보인다.

 

책의 내용은 끊임없이 결코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여전히 선한 마음으로 끝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세자누스의 양심적 행동의 저지를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코리올라누스가 보인 행동들, 승리하기 위해 루시와의 협력 속에 다른 조공인들을 죽이는 방법들은 게임의 룰 특성상 반칙에 속하지만 이마저도 내가 죽기 싫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드러난다.

 

이것이 옳은 일이 아님에도 그 순간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행동에 옮기는 코리올라누스가 변화하는 성장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본격 헝거게임에서의 통치자로서 그가 보인 행동의 모든 지략과 룰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단 사실은 근본 원인을 보임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 “죽음이라는 위협이 없었다면 별 교훈이 되지 못했을 거야.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그건 벌거벗은 인간성이야. 조공인들 그리고 너도. 문명이 얼마나 빨리 사라졌니. 너의 좋은 매너, 교육, 가족 배경,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벗겨졌고 넌 너의 본모습을 전부 드러냈어. 곤봉을 가지고 다른 아이를 때려죽이는 아이. 그게 자연 상태의 인간이야.”  – p 273

 

노래하는 새 모킹제이의 변이와 함께 뱀을 통해 또 다른 헝거게임을 통한 통제력을 실행한 캐피톨의 통치자들, 배고픔을 이기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굶주림에 무릎을 꿇고 인간이자 동물적인 본성에 힘을 통한 서로가 먹이고 먹히는 선택을 할 것인가?

 

 

 

어디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우리처럼 보이는 경기장에 몰아넣고 서로가 적이 되어 죽고 죽이는 장면들은 인간임에도 인간으로 보지 않는 하나의 경기이자 오락이요, 통치권 행사력의 극악함을 보인 장면들이 본질에 대한 근원을 묻는다.

 

– “상황이나 환경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네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의 선택이야. 한 번에 다 받아들이긴 너무 큰 이야기일 수도 있어. 그래도 넌 이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해야 해. 인간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떤 존재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떤 방식의 통치가 필요한지 결정하기 때문이야. – p 274

 

 

수시로 이것은 아니란 말과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엔 성공하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친구를 배신하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미래의 판엠 통치를 꿈꾸는 코리올라누스란 인물, 그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판엠의 캐피톨이란 곳의 수장으로 서기까지 그가 선택한 것을 통해 혼돈과 통제,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인 작품이다.

 

 

목마름

목마름  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시리즈물의 특성상 처음부터 긴장을 유지하며 글을 쓰기는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주인공의 성장을 무시할 수 없는 시선의 흐름은 독자들로 하여금 기대치에 대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만드는데 대표적인 주인공이 바로 해리 홀레다.
그동안 해리 홀레 시리즈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출간될 때마다 처음에는 서투르게 첫 발을 걷은 신생아처럼 보인 해리가 점차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사건에 몰두하고 자신마저 무너져가는 보통의 인간미 모습,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면서 다시 재회를 거친 우리의 해리가 이번엔 드디어 안식처를 찾는 모습으로 등장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라켈과의 결혼생활과 경찰 대학에서의 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술을 멀리하는 그, 라켈의 아들 올레그 또한 해리의 전철을 밟아 경찰대학에서 공부하는 청년으로 성장한다.
이번 작품에서의 특징은 전 작품에서 등장한 해리의 동료들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에서 함께 했던 친구나 동료들, 신참까지 모두 등장한다.

 

데이트 매칭 앱에서 만나 남녀가 어느 바에서 만남을 갖고 헤어진 후 여자가 살해당한 채 발견이 된다.

 

살해 방식이 기존의 패턴처럼 흐르는 방식이 아닌 동물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강철 이빨을 연상시키는 수법으로 사람의 명치를 공격하는 방식 앞에서 경찰들은 수사의 범위를 좁혀가고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해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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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올레그의 앞날에 딴지를 거는 미카엘 벨만의 말 한마디로 결국 전 작품에서처럼 번외의 수사팀을 꾸린 해리는 범인의 성향이 뱀파이어병 환자란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치 어떤 기시감처럼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사건을 통해 범인과 싸우고 체포를 하면서 모든 사건의 해결을 거둔 그였지만 유독 한 사람만 잡지 못한 인물, 바로 과거 미성년인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죽인 발렌틴 예트르센이다.
책의 흐름은 잔 작품에서 등장하고 사라진, 처음부터 발렌틴의 살인 수법과 행동을 해리와  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카트리네와 그 외의 동료들, 새롭게 합류한 뱀파이어병 환자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할스테인까지 발렌틴을 잡기 위한 연구와 패턴, 그리고 다양한 수사기법을 통해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하지만 이들을 비웃듯이 여전히 여성들을 죽이는 발렌틴, 독자들은 기상천외한 동물적인 살인 수법을 저지르는 발렌틴이 어떻게 최후를 맞으며 결말을 맺을까 생각하며 읽게 되지만 저자는 여기에 멈출 생각이 없는 듯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을 그린다.
너무도 쉽게 발렌틴의 죽음을 통해 사건은 일단락된 듯, 독자들이 허탈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뜻하지 않은 사실들이 발견이 되면서 제2의 진짜 범인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전모 과정은 그야말로  스릴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게 한다.
인간의 역사 이래로 오랜 관습 내지는 전통이 되다시피 한 그릇된 것들을 모방한 범인의 수법, 책 속에는 사건을 토대로 해결을 위한 사람들의 끈질긴 수사를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을 함께 보이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보인다.
제목이 갈증이 아닌 왜 목마름일까?
발렌틴이 추구했던 그릇된 생각과 성적인 피에 대한 갈구와 목마름은  살인을 통해 저지른  수법으로 나타났지만 해리 또한 그 자신이 라켈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채우지 못했던 놓친 범인에 대한 목마름, 범인과의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보인 행동양식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정당방위였지만 그 역시도 목마름에 대한 갈구를 끊을 수 없는 중독자처럼  보인점이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미카엘 벨만의 성공 욕구에 대한 목마름, 그런 그의 외도를 알고는 있지만 가정과 아이들, 그리고 아내 란 이름으로 외로운 결혼생활을 하는 그의 아내 올라의 결혼생활에서 오는 부부간의 사랑에 대한 목마름, 오랫동안 올라를 사랑하고 있지만 친구의 아내이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에 주저하는 트로스의 목마름, 이 외에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모와 자식 간의 외면과 용서 , 그리고 다시 서로를 이해하기까지의 목마름, 여기에 반전의 범인이  지향했던 그릇된 목마름까지…
순탄하게 범인을 잡으면 해리가 아닐 정도로 이미 그의 수사패턴과 행동에 면역이 되었다고 생각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간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숨 막히게 스릴을 그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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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두께가 아니면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시리즈, 이번 사건이 해결됐다고 방심하면 금물, 여전히 해리를 원하는 독자들은 물론 그를 초대하려는 미지의 그 누군가는  해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

MyPhoto_1205168195_0020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이 책보다는 ‘삼부작’ 을 먼저 읽었다.

그 작품에서도 여전히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쉼표 없는 문장, 친절한 대사톤도 많지 않은 여백이 남겨주는 느낌들이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첫 장면인 아기의 탄생 부분에서 작가가 드러내 보고자 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인간들의 하루하루 삶이 그저 보통의 하루 삶이 아니란 느낌이 절실히 와 닿는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고 자신 또한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어부로 살아가는 올라이는 산통 중인 아내의 소리를 들으며 곧 태어날 사내아이의 이름을 자신의 아버지 이름으로 결정한다.

 

그 뒤에 시간은 훌쩍 뛰어넘어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요한네스는 오늘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어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신체의 변화, 연금생활로 이어나가는 그의 삶은 단조롭다.

 

비싸다고 생각되는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인 담배와 커피를 피우면서 마시고 집을 나서는 그-

 

서로가 도와가며 머리를 잘라주며 생활하던 친구 페테르가 보이고, 그렇지만 이미 페테르나 아내 에르나는 이미 이 곳 사람들이 아니다.

 

같은 듯 다른듯한 모습과 말을 통해 요한네스는 그들과 대화나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한순간에 그들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는 있다지만 망각의 인간인지라 우리들은 죽음에 대한 그 어떤 심오한 생각을 매일 하며 살아가진 않는다.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이나 친구, 동료들의 어떤 상황들을 통해 비로소  죽음이란 것을 크게 느끼게 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또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결코 비범하다거나 특출하지 않은 어부 요한네스 삶을 통해 저자는 탄생과 죽음이란 동반자의 길을  드러내 보인다.

 

살던 곳을 떠나 다시 정착한 곳에서 자식들을 낳아 손자들이 몇 명 인지도 모를 정도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요한네스 부부, 막내딸 싱네가 가까이 있어 더욱 친근함과 하루에 안부 인사를 하는 생활은 유일한 안식처다.

 

 

아내가 떠나고 자신이 홀로 남은 생활의 연속, 책은 요한네스란 평범한 인물의 탄생과 죽음이 실제 자신에게 오면서 죽음이란 것을 맞이하고, 그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그의 가족이 그에 대한 절차를 마치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죽음에 대한 것을 실감하는, 존재의 무(無)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 뒤에 남겨진 것은 기억이란 것으로 저장이 되고 곧 이 기억은 나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과 타인들에게 기억 속에 남겨진 존재로 남겨진다는 것, 그렇기에 평범하게 살다 간 요한네스란 인물의 삶은 곧 우리들의 모습이란 사실이 공백이란 여운이 주는 문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이다.

 

 

 

 

찬란한 아침처럼 이 세상에서 태어난 존재, 살아가면서 파도와 잔잔한 밀물과 썰물의 삶을 이어나가면서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느끼는 그 누구인  모두에게 저녁에 서서히 지는 일몰의 모습은 또 하나의 우리를 반추하는 듯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란 말이 문득 떠오르게 한 작품이다.

 

 

아침그리고저녁

 

우리가 간직한 비밀

우리가 간직한 비밀우리가 간직한 비밀
라라 프레스콧 지음, 오숙은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실화와 허구를 섞은 이야기들은 때론 이것이 실화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할 때가 있다.

그만큼 이야기의 구성면에서 착착 들어맞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 이 책 또한 그런 느낌이 많이 들게 한 책이다.

 

유명한 작품이자 영화 배경 속의 눈 풍경이 장관인 ‘닥터 지바고’-

이 작품이 출간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이자 로맨스, 당시 타자수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생활 모습이 함께 그려진 작품이다.

 

책의 구성은 여러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닥터 지바고’의 실제 뮤즈로 알려진 그의 비서이자 그가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그의 곁에 머물던 사실혼 관계인 올가 프레볼로도브가 그린 시선, 대학을 졸업했지만 같은 졸업을 한 남자들과는 다르게 직업의 한계를 느끼며 타자수란 직업을 가진 여성들, 그리고 스탈린의 체제에서 벗어나 이민을 통해 미국에 정착한 엄마와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러시아계 미국인 이리나, 스파이 첩보원의 다른 이름인 제비 출신  샐리의 시선이다.

 

보리스는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일로 만나 올가에게 첫눈에 반하고 두 번의 결혼 생활을 통해 이미 두 자녀가 있던 그녀 또한 그에게 반하면서 실제 부부처럼 살아간다.

 

스탈린의 억압적인 문인 감시 체제하에서 다른 동료들이 모두 숙청당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 젖었던 보리스의 모습은 닥터 지바고를 쓰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쏘아 붓는다.

 

그런 그의 곁에서 비공식적 아내이자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해선 모든 것을 도맡아 했던 매니저 역할을 한 올가는 당국에 의해 밉보인 보리스를 제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보리스의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는다.

 

모진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도 보리스를 보호하기 위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 한편 서구 쪽인  미국, 특히 정보국에선 타자수인 여성들의 시선이 제삼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면서 촉박하게 돌아가는 정보국의 모습을 그린다.

 

알고는 있지만 알았다는 표시나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자세,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최첩 보 비밀들을 타자하는 여성들, 그 가운데 이리나의 또 다른 훈련을 통한 배달원의 첩보 생활과 샐리를 만나면서 새롭게 익히는 스파이의 훈련이 그려진다.

 

당시의 동, 서의 시선을 통해 닥터 지바고에 대한 출간을 불허한 소비에트의 정책과 이를 알고도 자신의 작품을 서방국인 이탈리아 출판업자에게 넘긴 보리스, 미국의 문화를 통한 공산주의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인 의식을 통해 공산주의의 허상을 고발하고 자유주의의 이해를 돕는 취지의 일환으로 러시아 원본인 닥터 지바고 원고를 손에 넣기 위한 첩보전이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소련인들을 대상으로 책을 본국에 퍼지게 하는 작전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랑한 남자를 위해 두 번이나 감옥행을 자처하면서도 그의 작품 세계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사랑했던 올가의 인생, 똑같은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승진의 기회나 직업의 선택에 있어 한계를 느껴야 했던 인텔리 여성 집단이었던 타자수들, 레즈비언이란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 이리나를 멀리해야만 했던 샐리의 행동반경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게 한다.

 

‘나’가 본 시점에선 ‘나’가 올가가 될 수도 있고. 이리나, 샐리, 그리고 타자수였을 수도  있는 시점의 글들이 실제 미국에서 닥터 지바고 프로젝트를 실행한 암호명 ‘아이다이노소어AEDINOSAUR’ 작전으로 펼쳐졌고 이는 무사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단, 그 이후 보리스가 겪었던 상황은 악화일로였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당시의 관심을 보였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보면 문학적으로 그린 면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닥터 지바고 또한 그런 시대적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단 점에서 그 당시 이슈화됐던 노벨상 거부는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다행히 그의  사후 아들이 수상했다.)

 

활발한 스파이의 생활이 있는 반면 어찌 보면 가장 먼저 정보를 알고 입을 다물고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타자수였던 여성들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스릴과 로맨스가 있고 자취를 감춘 사람들에 이야기를 독자들은 새롭게 전해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실제 회의록과 자서전을 기본으로 타자수와 연관 지어 당시 소련과 미국의 쟁쟁한 대결의 세계를 그린 이색적인 이 책은 매카시 광풍의 영향으로 자신의 뚜렷한 성 취향을 밝힐 수 없었던 샐리와 이리나의 동성 사랑, 보리스의 죽음에 이어진 올가의 고난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그려진다.

 

탁탁탁 끊어지는 타자기의 소리가 이제는 컴퓨터, 스마트폰의 흐름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느껴가는 타자수 여인들, 책 제목인 우리가 간직한 비밀들은 올가, 샐리, 이리나, 타자수 여인들, 그들 저마다의 간직한 비밀을 품고 살았던 그 시대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비밀을 유지했기에 자신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들이 돋보였던 그녀들, 유지했었기에  ‘닥터 지바고’란 작품에 대해 오늘날 더욱 그 출간된 배경이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할머니가 된 그녀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 그리고 여전히 자취를 감춘 그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