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1년 1월 15일

건청궁일기

건청궁

청궁일기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12월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대중 역사가   저자로 익히 알려진 회심작이다.

기획부터 탈고까지 무려 8년의 시간이 걸린  작품은 명성황후의 시해 사건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경복궁 북쪽 깊숙한 곳에 있는 건청궁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다른 전각과는 달리안채, 사랑, 행랑채가 있는 일반사대부 집안과 같은 구조의 모습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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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발췌)

 

 

때문에 고종과 명성황후가 휴식을 취한 장소라고도 알려진 이곳은 명성황후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작품을 통해 더욱 관심을 두게 됐는데, 한나라의 국모로서 그 시대의 여러 가지 난제에 부딪친 사건들을 들려준다.

고종이 실제 이곳에서 서양 여러 나라들의 공사들과도 만남의 장소로 사용했다는 곳, 그렇지만 이곳 곤녕합에서 명성황후는 시해로 삶을 마감했다.

아 책은 그동안 역사시간에 알아왔던 사실, 특히 19세기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 등장 불 앞의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안위를 구하고자 시아버지인 흥선 대원군과의 대립을 세우고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한, 청국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의 환경들을 엿볼 수가 있다.

*****

왕비는 그저 아내로, 어미로, 며느리로 살 수 없는 자리였다. 중궁의 자리는 그저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맹수였고 주변의 모든 물건이 나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화살이었다. 그들의 걸음 하나, 말 한마디, 눈짓 하나가 모두 비수였다.

두 명의 여인의 시체가 발견이 된 것을 시작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처음에는 추리소설처럼 여겨지나 이내 본문 속의 내용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시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국모로서의 위치, 아내이자 며느리, 어미로서의 위치를 통해 조선반도 합병조약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는 있는 사실들이지만 스스로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해준다.

소설을 통해 그녀의 입을 빌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인이란 한계로 인해할 수없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기화가 닿는 만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비록 국모란 자리에 머물고는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의 역풍들을 감당해야 했던 명성황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은 작가가 그린 힘에 더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그려졌고 뮤지컬로도 유명한 인물이자 조선의 국모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여인, 픽션과 팩션의 절묘한 만남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역사 소설이었다.

달에 울다

달에울다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이 작품에 대한 소개 문구다.

일본 문학의 이단아처럼 여겨지는 저자의 작품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로 거듭난 글로 문학으로써의 발자취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다.

총 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그중 첫 번째 수록작인 책 제목과 같은 ‘달에 울다’는 한편 의 산문시를 읽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도시라고는 한 발짝도 나가보지 못하고 고향에서 살아가는 화자의  10대, 20대, 30대, 40대의 인생 이야기는 시구처럼 풀어내는 문장으로 인해 소설인지 시를 읽는 것인지에 대한 모호한 경계선을, 각 10년이 세월을 기준으로 화자가 갖고 있는 병풍 속 눈먼 법사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은 마을이지만 권력의 힘이 존재하는 곳, 촌장의 권력과 함께 사과 농사를 짓는 화자의 아버지와 화자 자신, 자신이 사랑하는 에코란 여성의 이야기가 함께 그려진다.

촌장의 집에 도둑이 들었고 그 도둑은 에코의 아버지, 화자의 아버지가 에코의 아버지를 죽인 사건부터 그녀와 그녀의 엄마가 마을을 떠난 그 이후 그녀를 그리면서 살아가는 시간들, 그러던 그녀가 돌아와 죽은 일들까지, 저자의 글을 통한 인간의 삶에 대한 허무함, 특히 이미지 상징처럼 여겨지는 사과나무, 아버지가 2차 대전 당시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생선 껍질 옷은 10년 주기를 통해 한 폭의 그림처럼 연결 지어진다.

두 번째 작품인 <조롱을 높이 매달고> 영상의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게 한 작품이다. 노인과 그를 돌보는 매춘 여성, 그리고 발견한 먹먹한 감정들은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듯한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첫 작품인 ‘달에 울다’가 워낙 강한 이미지는 준 탓에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기대는 이보다는 덜했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소신, 문학 속에 산문이자 한 폭의 그림처럼 연결되는 글의 문장들은 그 어떤 책의 문학작품보다는 비교할 수없다는 인상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