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1년 1월 27일

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

오사무표지1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 인간실격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가 쓴 글 들 중 대표적인 여러 글들을 담은 책을 접했다.

우선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짧은 에세이 형식,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과 함께 그동안 잘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 작가가 그려온 작품의 세계, 그 안에 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나 생각들은 글을 통해서  알 수가 있는 가운데 당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린 정서나 고통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첫 번째의 6월 19일 같은 작품은  단 1장의 글에 담긴 짧은  내용 속에 함축된 수필의 느낌이자 자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오사무앞

 

두 번째 작품인 ‘여치’는  여성의 시각에서 쓴 작품이라 인상이 깊게 다가온 작품이다.

헤어지겠습니다. 당신은 거짓말만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작품의 내용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남편의 시대의 흐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면만을 믿고 결혼한 여성이 남편이 명성을 얻게 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남편이 세상과의 타협 내지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한 여인의 말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남성 작가의 시선으로 여성의 심리를 그린 점, 작가 스스로 돈을 벌게 됨으로써 장사꾼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계의 의미에서 썼다고 하는데 그 의미에 잘 들어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아, 가을이란 작품에는 시적인 함축된 단어가 들어있는 것이라 저자의 소설로만 대해왔던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 가을은 여름이 불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통

   코스모스, 무참함.

이외에도 ‘비용의 아내’란 작품 속에서 보인 부부간의 생활모습들이 기존의 평범함을 넘어선 시대가 주는 각박함, 전쟁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무능함, 그런 반면 아이와 함께 가정을 지키려 삶의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의 진취적인 모습들이 상반되게 그려진 작품이다.

가정으로 돌아오길 포기한 채 오히려 남편을 만나기 위해 그가 들르던 바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이러니함! 그러면서도 남편과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남남인 듯하면서도 부부 사이란 것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단어 선택이 탁월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하지만 뭐니 해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면 역시 ‘인간실격’이 아닐까?

세상과의 화합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위축된 마음, 주위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감추고자 익살꾼으로 자처하며 처세를 하는 성장의 모습들은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이라 인생의 허무함과 나약함의 끝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오사무글

 

작가의 실제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의 인생에서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조강지처, 작품 ‘사양’의 모티브를 건넨 오타 시즈코, 그리고 마지막 자살로 함께 한 연인 야마자키 도미게가 있다.

 

오사무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이들의 삶과 함께 한 시간 속에 뛰어난 작품들이 있다는 것도 창작의 어떤 동기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첫 자살의 실패 이후 동반자살의 첫 실패의 짐이 너무 무거웠던 탓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아무래도 ‘폐인’이란 단어는 희극 명사인 것 같습니다. 잠들려고 먹은 것이 설사약이고, 게다가 그 설사약 이름은 헤노모틴이라니.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오사무뒤

 

 

 

 

 

 

저자의 인생을 관통했던 인생에 대한 허무함, 허탈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39년의 짧은 생애를 통해 그려온 그의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시적인 느낌이나 자전적인 에세이 형식의 글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저자의 작품이 궁금한 독자들에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