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이 작품에 대한 소개 문구다.
일본 문학의 이단아처럼 여겨지는 저자의 작품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로 거듭난 글로 문학으로써의 발자취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다.
총 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그중 첫 번째 수록작인 책 제목과 같은 ‘달에 울다’는 한편 의 산문시를 읽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도시라고는 한 발짝도 나가보지 못하고 고향에서 살아가는 화자의 10대, 20대, 30대, 40대의 인생 이야기는 시구처럼 풀어내는 문장으로 인해 소설인지 시를 읽는 것인지에 대한 모호한 경계선을, 각 10년이 세월을 기준으로 화자가 갖고 있는 병풍 속 눈먼 법사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은 마을이지만 권력의 힘이 존재하는 곳, 촌장의 권력과 함께 사과 농사를 짓는 화자의 아버지와 화자 자신, 자신이 사랑하는 에코란 여성의 이야기가 함께 그려진다.
촌장의 집에 도둑이 들었고 그 도둑은 에코의 아버지, 화자의 아버지가 에코의 아버지를 죽인 사건부터 그녀와 그녀의 엄마가 마을을 떠난 그 이후 그녀를 그리면서 살아가는 시간들, 그러던 그녀가 돌아와 죽은 일들까지, 저자의 글을 통한 인간의 삶에 대한 허무함, 특히 이미지 상징처럼 여겨지는 사과나무, 아버지가 2차 대전 당시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생선 껍질 옷은 10년 주기를 통해 한 폭의 그림처럼 연결 지어진다.
두 번째 작품인 <조롱을 높이 매달고> 영상의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게 한 작품이다. 노인과 그를 돌보는 매춘 여성, 그리고 발견한 먹먹한 감정들은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듯한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첫 작품인 ‘달에 울다’가 워낙 강한 이미지는 준 탓에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기대는 이보다는 덜했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소신, 문학 속에 산문이자 한 폭의 그림처럼 연결되는 글의 문장들은 그 어떤 책의 문학작품보다는 비교할 수없다는 인상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