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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조선잡지

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지난 시대를 들춰보는 맛, 특히 신분계급이 있었던 조선시대의 삶을 다룬 책들은 많은 재미와 지식을 준다.

책 제목에서 보듯 잡지란 말이 풍기는 뉘앙스에서처럼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신분제도가 엄격하게 구분되던 시대인 18~19세기를 다룬다.

 

근대로 넘어가기 전이라서 그런지 새삼 격동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게 하는 사화. 문화적인  모습들이 흥미를 돋운다.

 

책의 기본으로 쓰인 내용은 유득공의 <경도잡지>을 중심으로 다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자 출신의 유득공이 바라 본 서울 지역의 양반들의 모습은 19개의 소제목을 4개의 큰 제목으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고 각 내용들마다 시대의 흐름 속에 양반들이 즐겼던 각양각색의 사회적인 체면과 옷차림새, 놀이, 이동수단, 풍류, 차, 담배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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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가 알고 있던 ‘결혼’이란 용어는 잘못 알고 있었단 점, 정식으로는 ‘혼인’이 맞단다.

‘혼’과 ‘인’에 담긴 뜻을 알고 나니 언어란 것이 시대적인 흐름에 편승에 약간씩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경향도 있지만 인륜지대사인 결혼이란 제도에서는 이 단어를 신중히 써야 함을 일깨워준다.

 

 

양반들이 의복에 신경 쓰는 차림새와 머리에 쓰는 각종 이름들, 문방사우를 들여다보면 지금도 팬시 문구점에 들를 때마다 새로운 제품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며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나의 모습이 언뜻 비쳐 옛날이나 지금이나 관심분야가 있다면 이런 마음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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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식품은 또 어떤가?

차와 담배의 유래와 빠른 전파 속도, 특히 담배의 경우엔 부녀자까지 즐겨 피웠다니 그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의 풍속과 생활 패턴들, 특히 위 시대를 다룬 글들 속에는 양반들이 즐겼던 다양한 세태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과 함께 점차 과소비처럼 여겨졌던 생활이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소비 패턴이 점차 검소함으로 변함을 느끼게 되는 진행 과정을 알게 한다.

 

 

격동기라고 하면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변화의 시대를 살다 간 양반들의 모습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네들의 밀착취재를 연상시키는 이 글은 두고두고 읽어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서재를 떠나보내며

서재를 떠나보내며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책을 좋아하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주체할 수없이 하루에도 많을 책들이 출간되고 그중에서 읽는 시간과 속도에 맞춰 책을 모두 읽을 수없는 안타까움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책에 대한 애정, 기사를 보니 츤도쿠란 일본어가 있단다.

바로 책을 사다만 놓고 읽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어떻게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이 일정 부분 들어있어 이렇게 쌓아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유명한 작가나 저술가의 서재들을 보면 입이 벌어질 만큼 엄청나게 많을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중에서  3만 5천여 권의 책을 소장한 주인, 이 책의 저자  바로 알베르토 망겔이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자신이 소중하게 보관하고 소장했던 책들, 이제는 자신의 서재를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책을 정리하며 떠오른 감정을 쏟아낸 책이다.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그가 읽고 모은 방대한 책에 대한 애정을 담을 글은 무척 감동적이다.

 

책이 쌓여간다는 현실, 책장의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거나 두세 번 생각 끝에 책을 버리는 일들을 해온 나로서는 그가 느끼는 책에 대한 상념과 감정들은 모두 동감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의 방대한 서재에 꽂힌 책들, 하나하나에 깃든 책에 대한 내용들,  카프카의 [변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단테의 [신곡]에 이어 다른 책들까지 섭렵한 내용들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전방위로 이어진 그의 지식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  독서를 단순히 여러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이다. 내게 독서는 모든 즐거움의 원천이며, 모든 체험에 영향을 주면서 그걸 좀 더 견딜 만하고 나아가 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만드는 행위다.  -(p6~7)

 

그가 생각한 책에 대한 애정들, 베스트셀러 책들은 비교적 없고, 책을 주로 선물한다는 쪽인 그의 행보는  책이 지닌 의미에서 더 나아가 서재를 떠나보낸다는 의미가 마치 자신의 독서 행위가 끝나버렸다는 것처럼 느껴지는 의미의 글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통해 도피처로 여겨지는 안식의 장소로, 어떤 이는 지식의 욕망에 목말라 책을 통해 습득하려는 의미로, 어떤 이는 그저 책이 쌓여있다는 그 모습 하나로도 각기 다른 위안을 삼아간다.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은 적이 있는가? 혹은 용기를 받은 적이 있는가? 아니면 하루라도 손에 책을 들고 있지 않다면 불안을 느끼는가? 이 외에 책에 대한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꼭 강추하고 싶다.

 

 

*****   우리의 책들은 다른 사람들의 체험과 지식을 헤쳐 나가는 길 안내가 되어 줄 수 있고, 불변의 과거에서 얻은 교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직관을 주기 때문이다. -( p.218~219)

 

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

상하이표지

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 – 2018-2019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서혜정 지음 / 길벗 / 2018년 7월

상하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단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들어섰던 곳이고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한 대도시란 점, 덧붙여 가요 ‘상하이 트위스트’가 생각난다.(^^)

 

요즘은 여행의 다분화와 세분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자신만의 특성에 맞춘 여행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도시를 집중적으로 다녀보고 탐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시리즈를 선택해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아주 유용하게도 두 권으로 나뉘어 있다.

출국 전에 나눠보는 이점 때문에 먼저 떠나기 전에 상하이란 도시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주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1권에서 다뤄지는 여행 캘린더, 경제스토리 , 종교이야기, 역사 스토리, 근대와 현대, 당대에 이르는 상하이라는 도시의 변천사는 재미와 함께 흥미를 모두 갖춘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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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대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송씨 가문의 세 자매 이야기는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 이런 역사를 알고 도시를 바라본다면 여행이 주는 알찬 보너스를 십분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1권에 이른 2권에서는 본격적인 도시 공략이다.

분리형이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을 들고 바로 여행을 떠나도 무방할 만큼 곳곳에 숨어있는 장소들과 도시의 교통, 미용과 패션,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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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하이 야경은 홍콩의 야경과는 또 다른 중국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한 나라를 이해하는 데 음식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란 코너에서는 각종 음식의 종류가 발달한 중국이란 나라, 그중에서도 상하이만이 지닌 음색을 맛볼 수 있는 정보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미식가들에겐 그야말로 좋은 정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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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디즈니랜드 어트랙션은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단 유혹을 느끼게 한다.

 

미국과는 다른 느낌이자 비슷한 느낌의 장소, 그곳에서 먹는 음식 종류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책만 봐도 눈이 호강한다.

 

또한 여행을 마치고 기념품을 준비할 때 좋은 정보인 선물의 종류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선물 추천인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대도시면서 국제적인 도시인 상하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고 여행을 계획한다면 아주 알차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

죽선남

죽음을 선택한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전작을 읽어 본 독자라면 이번에 대한 신작 또한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 같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라고 불려도 될 듯한 세 번째  작품인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여전히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테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다.

 

첫 번째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두 번째인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 이은 이번 이야기는 보다 진실을 찾아가는 데커의 활약이 커지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감정선에 인간적인 면모를 더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줄여서 모. 기. 남/ 괴, 불, 남/ 여기에 이번엔 죽. 선. 남이다.

문득 대나무 부채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싶을 정도의 이번 제목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긴 하다.

 

FBI 빌딩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한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마주오는 한 여성을 향해 권으로  쏘아 죽이고 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데커가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총으로 자신을 쏜다.

 

여자는 현장에서 즉사, 남자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혼수상태, 생명의 희망은 보이질 않는다.

 

남자는 국가와 기타 다른 중요한 기관과의 거래를 통해 사업을 하는 사람, 죽은 여자는 교사 출신이다.

 

두 사람 간의 연관 관계를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테커와 그의 직속 동료들은 한 꺼풀을 벗겨내면 또 다른 사건이 밝혀지는, 이른바 까도 까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의 난관에 부딪친다.

 

책은 과잉기억을 갖고 있는 데커가 자신의 모든 현장 답습을 기준으로 기억을 모으고 조사를 통해 벌어진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는 긴장의 극도를 느끼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모든 작품을 읽고서 이 작품을 읽는다면 데커의 인생을 훨씬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별개로 이루어진 작품인 만큼 이야기의 구성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친절한 전작에 이은 그의 인생의 변화를 살짝 비쳐주는 정성도 들어있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공감능력에 대한 상실을 갖고 있는 데커가 문득 파트너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른 감정에 휩싸이는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씩 보인다는 점에서 저자가 데커란 인물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음모의 집단과 맞서게 된 데커, 과연 사건의 진실과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던 사람 앞에서 진실을 말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은 좀체 책을 손에 놓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서도 스릴의 맛인 사건 진실에 다가선 데커의 추리 능력과 반전은 역시 최고다.

 

한 편의 영화로 나와도 좋을 듯한 구성력, 거기에 독자로서 살짝 욕심을 부린다면 이제는 인간관계에도 발전을 보여 파트너와도 동료 이상의 감정을 보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미식축구 선수에서 FBI 수사관으로 생활하는 데커, 전작에서 나온 멜빈의 등장도 반갑고, 이 무더운 한 여름에 이 책을 읽어보며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으실 대로

좋으실대로

좋으실 대로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주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7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5대 희곡 중에 한 작품인 ‘좋으실 대로’는 어릴 적 읽은 내용을 다시 더듬어보게 한 책이다.

 

당시의 책이 문장 위주의 서술 형식으로  주를 이루었다면 이 책은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방식으로 나온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연극 장면을 하나씩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한 그들의 감정선을 보다 가깝게 느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당시의 사회적인 이슈들, 보편적인 권력에 둘러싸인 암투, 가족 간의 분쟁과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시기와 질투, 여기에 더욱 극적인 배경인 숲 속이란 공간을 등장시켜 그 안에서의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움과 선한 마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것들을 드러내어 더욱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연극적인 면에서 볼 때 연극사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단 생각,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여러 변형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는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써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고전의 맛이란 읽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당대의 이런 글들을 쓴 셰익스피어의 놀라운 글솜씨는 지금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게 한 매력이 있다.

 

한편의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한 풍자와 연인들의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 속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무게가 있으면서도 시종 유쾌함을 유지하며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상반된 두 감정의 복선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점은 여전히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읽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의 작품, 다른 작품에 대한 출간을 기대해 본다.

 

 

 

 

검은 모래

검은모래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역사 속의 아픈 기억들, 특히 한 시대를 드러내는 사건들은 여전히 그때의 날이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가슴 한편이 아프다.

 

한반도란 땅에서 떨어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읽으면서 역사의 한 부분을 관통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었다.

 

2013년 제1회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검은 모래>란 이 작품이 다시 출간이 되면서 접한 기분은 여전히  당시의 삶을 이어간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평생을 해녀로 살아간 제주도의 해녀들의 삶, 거친 자연환경도 그녀들의 삶을 같이 부여잡고 살아갔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일제의 강제 점령기는 결코 그녀들에게 평온한 삶을 주지 못했다.

 

제주 여인인 구월과 해금의 삶을 통해 본 그녀들의 삶과 그 삶 안에서 살아가려 했던 모진 세월의 극한을 그들의 자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일본 속에 재일 한국인이란 신분의 세계를 같이 이어가면서 더욱 먹먹함을 지니게 한다.

 

세계 속의 각 나라들이 처했던 이러한 상황들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한 나라의 국민이 어떻게 자신의 고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 그 안에서 한국인의 뿌리가 점차 일본이란 나라에 살면서 어쩔 수없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려야만 했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실적인 고통, 고뇌,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생각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책은 4대에 걸친 제주 여인의 삶과 그 자손들의 삶까지 포함시키면서 육지에 극한 됐던 한국의 아픈 역사가 제주도라는 섬에까지 넓혀 그 역사의 현장으로 오게 만들었고 일본까지 그 범위를 펼친 저자의 필력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의 한 부분을 보다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다뤘다.

 

일본 내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도 조총련, 북송 귀국 민, 재일 조선일들에 대한 처우 개선들은 알고 있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그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책 제목처럼 한 손에 모을 수는 있지만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모래, 특히 제주 여인들의 한 많은 삶을 토대로 그린 개인의 삶과 역사가 검은 모래 그 자체를 연상시켰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준 책이다.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해리오거트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 좀  독특한 책을 만났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처럼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들은 같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남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는 초인들의 집단인 칼라차크라(우로보란)다.

 

그는 처음에 1919년 1월 1일에 태어나 1989년 70세의 나이로 외롭게 죽을 때의 삶까지 모조리 기억한 채 계속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원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그의 생은 이러한 반복 작업을 통해 초인 집단들 가운데서 기억술사란 더욱 특이한 점을 지닌 삶을 살아간다.

 

한번 죽었고 다시 태어나게 되면 그 이전의 삶은 모두 망각이란 것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해리는 오히려 이러한 몇 번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다음 생애에서 일어날 일들의 경험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용해 보려고 노력한다.

 

이들의 특징은 미래를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연대 조직인 ‘크로노스 클럽’을 창설하여 유지하게 되지만 현재에 개입해 미래를 조작할 수 있다는 능력은 역사에 대한 그 어떤 것에도 개입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운다.

 

하지만 그런 일부들 중 해리의 환생하던 삶 중에서 교수의 신분으로서 맞게 된  제자이자 친구처럼 여긴 빈센트 렌키스와의 의견 충돌은 해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미래를 알지만 개입을 꺼리는 해리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선 이에 개입을 함으로써 더  나은 지향을 해도 괜찮다는 빈센트의 충돌, 그들은 그렇게 만나고 죽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드디어 빈센트가 계획한 거대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책 속에는 이러한 반복적인 패턴과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해리의 인생들, 그 안에서 저자의 해박한 세계사와 양자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인생의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반복적인 삶은 과연 행복할까?

 

책을 읽다 보면 태어남과 죽음은 그렇게 긴 격차가 아님을,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리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그가 말한 진실에 대해 정신병자로 오해를 했으니, 죽고 태어나고 다시 만남을 거듭하면서도 해리의 삶은 오히려 외로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선형적인 역사 속에서 해리처럼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역사 속의 한 부분에 개입을 하게 되었고 빈센트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그의 욕망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교차의 시. 공간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장면들로 인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말미에 빈센트의 계획은 과연 저지할 수 있을까?

해리가 남긴 편지는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의 허를 찌른 대미의 장식을 했다는 점, 해리는 과연 다음 생애에서 다시 태어나 또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의 진행은 결코 끝이 아님을 느끼게 해 준 저자의 글은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건지감자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한 권의 책과의 만남도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읽는 것이고 그 인연으로 인해 또 다른 느낌의 책을 연속적으로 접하게 됨으로써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연찮게 집어 든 이 책과의 인연은 바로 다른 책으로 연이어 이어졌고 그런 때문인지 오랜만에 다시 접해보는 편지체 형식의 글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책 제목이 기타 다른 다른 책들처럼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 속 내용은 정말 감동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마 올해 영화 개봉에 맞춰서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만 봐도 그렇고 내겐 이 책이 세 번째 읽는 것이기에 다른 책들과는 좀 다르게 읽게 된 책-

 

전쟁이 참혹하고 인간들이 저지르는 일들 중에서 생각하기조차도 하기 싫은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된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1946년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전쟁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줄리엣의 직업은 영국의 인기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날 그녀는 채널 제도에 있는 건지 섬에 사는 한 남자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는데, 이 사람이 속한 클럽 이름이 바로 책 제목인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이다.

 

‘도시’ 란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줄리엣이 소장했던 책을 갖고 있다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어 줄리엣과 서신 교류가 이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에서 5년의  세월을 견딘 건지 섬사람들, 생각만 해도 무척 암울하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의 시대지만 책은 그런 분위기를 일쇄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따뜻한 영감과 서로 돕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우정과 사랑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소설이 주인공인 줄리엣, 출판사 발행인 시드니, 절친한 친구 소피, 그 밖에 건지 섬사람들 간의  주고받은 서신만으로 책 내용을 다룬 이 책은 책을 통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행복을 이루는 이야기까지 , 시종 전쟁이란 분위기를 느낄 수조차 없을 정도의 유쾌함을 지니게 한다.

 

실제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이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됐다고 하는데서 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할 만큼 물자 부족과 전쟁이 주는 치열한 삶의 생존을 어떻게 이런 분위기로 바꾸면서 이끌어나갔는지에 대한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만든 책이다.

 

책을 통한 서로 간의 감정 교류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이룬 건지 사람들, 책을 읽을 때마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 언젠가 건지 섬을 방문해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게 하는 책이다.

 

 

시인장의 살인

시인정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시작으로 처녀작으로 기존의 유명한 상을 휩쓸었다는 전대미문이 신인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대학 1학년생인 하무라는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이다.

그것도 회장 아케치 선배와 그, 단 둘뿐인 비공인 동아리라고 할 수있다.

평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만큼 그 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길 좋아하는데 어느 날 ‘영화 연구부’에서 심령 영상을 찍기 위해 여름 합숙을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수차례 참여의사를 밝혔음에도 거절을 당한 가운데 겐자키라는 여학생의 제의로 무사히 합류를 하게 된다.

 

합숙장소는 영화부 선배인 나니미야의 아버지가 주인인 ‘지담장’이란 곳이고 그곳에 도착한 후 저녁에 그들은 신사로 담력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한편 가까운 곳에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곳에서 원인불명의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면서 신사 담력에 참여했던 일행 몇 명은 봉변을 당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가까스로 지담장에 모이게 된다.

 

흔히 말하는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이 책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의 공격을 피하는 가운데 지담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 작년에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했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죽은 시체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다.

 

정확한 시간, 한정된 공간,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좀비의 영향을 받아 처참한 몰골로 죽은 사람들, 과연 이들 중에서 범인은 있을까?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가를 두고 추리를 이어가는 겐자키와 하무라의 활약은 읽는 동안에도 도통 범인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일측 일발의 좀비들의 공격과 이를 피해 사투를 벌이는 한편 같은 일행들 중 한 명이 살인자라면?

 

죽음의 원인을 자초한 사람들의 행동, 그 원인 때문에 안타까운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생겨나는 사연과 함께 일본판 좀비라고 생각될 정도의 변모해가는 좀비들의 모습들은 그 가운데서도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겐자키의 논리와 미스터리 애호가답게 추리를 해나가는 하무라의 콤비는 다음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게 만든다.

 

 

밀실 살인이란 주제 하에 좀비의 출현을 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허를 찌른 살인 기법, 색다른 추리물의 조합이란 생각과 함께 이 신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마지막순간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장르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단편문학, 특히 순수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여러 작품들을 접해 왔지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가의 첫 작품집인 단편 수록들은 곱씹으며 읽게 됐다.

 

책을 펼치면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이 일본에 이미 자신의 번역으로 소개한 저자에 대한 평을 읽을 수가 있는데 중독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과연 첫 작품부터 나의 허를 찌를 초간단 단편이라고나 할까?

만일 해로를 약속하고 결혼한 커플이 이혼을 했고 시간이 흐른 후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의  기일이 체납되어 반납하러 가던 날, 전 남편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과연 서로는 어떤 말들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실제 이 책에서 보인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그동안 할 말을 미처 못 하고 회한에 젖은 듯한 상대에게 바란 점을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끝맺음은,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맺음을 할 수가 있지 라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도마뱀 꼬리 잘려나가듯 무심히 끝내버린다.

 

그 뒤를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그린 내용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페이스란 여인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여러 다양한 면을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올리브 키터리지를 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비교하게 되는데, 확실히 두 작가의 느낌은 다르다.

 

하지만 인생의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종의 패턴들은 주위에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고 그 결과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패턴들이 있어 총 17편의 단편 어느 것 하나 손에 놓을 수가 없었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녀 작품 속에 드러낸 삶의 다양한 이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단편보다는 장편 장르의 이야기 흐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에 또 다르게 접해 본 단편의 맛, 때론 시니컬하고 냉소적이고 은유를 통한 유머의 문장들은 읽는 맛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을뿐더러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인 엄마가 아들의 결혼 상대자에 대한 반대하는 부분들은 인생을 웬만히 살아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주 짧은 단편의 이야기부터 중편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의 분량까지, 저자의 이번 첫 소개 작품을 통해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