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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대미지의 일기

도라대미지일기도라 대미지의 일기
벨린다 스탈링 지음, 한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시대를 관통하는 직업 중에는 여성들의 참여를 금기하는 것들이 있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라는 중세 시대를 통해서라면  금기란 단어는 더욱  여성의 진취적인 활동에 제약을 많이 걸지 않았을까도 싶은데,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을 접했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직업전선에 뛰어든 도라의 삶을 그린 이 책은 여성들에게도 생소한 직업인 제본사란 직업이다.

 

아이와 아픈 남편을 대신해 가장으로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은 당시 귀족의 제안으로 다른 책을 제본하는 일을 맡으면서 노예인 딘과의 관계,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일에 관여하게 되는 과정까지 책의 두께는 벽돌처럼 두껍지만 전혀 지루함을 모르고 읽게 한다.

 

도라의 내면에 움츠리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욕망, 지금도 보이지 않거나 눈에 확연히 띄는 인종차별, 모성애,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자각해 깨달아나가는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그린다.

 

대대로 내려오는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당시 시대의 차별적인 시선과 흐름, 심지어 도라의 어머니마저 자신의 딸에게 했던 말들은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고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핍박한 삶을 그대로 투영한다.

 

 

유일한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이 책은 당시 시대를 철저히 고증한 노력이 엿보인 작품이자 여성의 눈으로 그린 여성에 대한 이야기란 점에서 느끼는 바가 큰 작품이다.

 

여자란 원하는 것의 절반만 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던 시대, 그것을 거스르며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도라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개척과 자립이란  말을 다시 되새겨보게 된 책이다.

브레이크 다운

브레이크다운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심리 스릴러의 전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다.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온 엄마를 간호하다 엄마가 돌아가시자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 캐시는 교사로서, 자상한 남편 매튜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방학을 앞두고 교사들과의 회식을 끝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비가 사납게 몰아치자 남편은 숲길을 우회해서 집으로 돌아올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름길인 그 길을 통과하려는 캐시, 우연찮게 그 길에서 한 대의 자동차를 발견하게 되고 그 차 안에 한 여자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도움을 청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지에 대한 갈등, 그냥 그렇게 지나쳐온 캐시는 다음 날 그 숲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을, 더군다나 자신이 알던 여인이었음을 알게 된 후 자책감에 괴로워한다.

 

자신이 도와주지 못했단 그 사실 이후 집에는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게 되고 엄마의 초기 치매현상처럼 여기는 잊어버리는 증세가 심해지는데…

 

전형적인 여성 심리 스릴러답게 전개는 느리게 전개된다.

자신이 결코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고 자부하는 사실들이 실제로 깜박이게 되는 현상, 남편마저 지쳐가는 시간이 흐르고 자신조차도 스스로가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진행 과정이 묘사된다.

 

읽다 보면 어느 정도 범인이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근거가 충분히 여기저기 흩트려져 있고 다른 사람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가 여러 군데 보이는 점이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되는데, 그럼에도 마지막 반전의 부분은 정말 아슬아슬한 장면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잠재해있던 물거품이 한꺼번에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갑자가 폭포수로 변해버리는 듯한 반전의 진실은 역시 한치 앞길은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그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감춰진 진실의 퍼즐 조각을 역이용한 캐시의 행동도 인상적이지만 저자의 노련한 글의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역시 반전은 이런 맛에 읽는 것이다 라고 하는 생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작도 그렇지만 인간의 심리 묘사를 뛰어나게 그린 작가답게 이 작품 또한 이런 심리를 이용한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 1.2

고양이[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기상천외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릇된 욕구에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새로운 신작이다.

 

첫 만남이었던 개미의 강렬함 때문이었을까? 그 이후에도 여전히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 접한 고양이란 작품은 또 하나의 경고를 울려준 작품이다.

 

사람의 인식이 아닌 고양이의 시점으로 그려진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와는 다른 현재의 인류의 그릇된 행동과 모습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파리에 살고 있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인간인 집사가 틀어놓는 TV 화면과 골목마다 울리는 총성으로 인해 안락함이 점차 무너짐을 느끼게 된다.

 

이웃인 옆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우연히 알게 되고 친구가 되는데, 이 피타고라스는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을 것을 알고 있는 인간들과 유사한 생각하는 인지를 갖고 있다.

 

알고 보니 인간들이 행했던 실험대상의 고양이였고 때문에 인간사회에 대해 바스테트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놓인 고양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유대관계는 파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던 극렬 종교집단이 행하는 과격시위와 전쟁이 선포되면서 전시상황에 이르게 되고 이후 고양이는 페스트를 일으키는 쥐떼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피신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려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인간의 곁에 오래 머물렀지만 소통을 할 수 없었던 바스테트는 과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을까?

 

저자의 독특한 관찰자 시점의 탁월한 시선들을 여전히 필력을 통해 발휘가 된다.

인간의 자신감의 도태에 빠진 전시상황과 그에 맞물리는 이기주의에 빠져 행해지는 극단적인 선택들, 평온하던 도시 자체가 한순간에 전시상황으로 바뀌는 모습들은 현재의 인류 전역에서 벌어지는 세태들을 그려낸다.

 

동물의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이기에 더욱 읽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은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된다.

 

끝없는 인간의 탐욕과 절제를 모르는 이기심, 종교적인 것에 부합된다고 생각되는 일렬의 극렬행동들을 비웃듯 저자는 고양이인 동물이 어떻게 우리 인간들의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통해 우리들의 반성을 요구하는 한편 결코 희망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글도 포함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기존 작품들도 그렇지만 미래를 지향해 나가는 우리 인간들의 삶, 그 근원의 밑바닥을 이루는 양심적인 희망은 아직도 있다는 뉘앙스를, 그렇기에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우리 인간들의 잘못된 부분들을 반성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겁니까

스님어떤것이ㅐ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봉은사 주지로서 한때 몸 담았던 스님, 다른 유명 스님들이 들려주시는 말과 같이 촌철살인의 말을 적재적소로 쏟아내는 명진 스님의 책을 접했다.

 

종교라는 것, 특히 세속과는 다른 세상에서 몸 담아오신 분의 글이란 점에서,  종교를 통해 자신을 다스렸던 스님이 들려주는 인생의 모습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겪게 되는 어려움과 그 가운데 희로애락의 여러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불리는 것-

 

글을 읽으면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진정으로 내가 생각하는 인생인지를, 그리고 시국과 연관된 스님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인으로서의 자세와 속세의 삶에서 느꼈던 희로애락의 감정을 같이 느껴보게 된다.

 

잘 사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물음, 그 근원은 다름 아닌 묻는 것이란다.

불교에서 실행하는 자신과의 싸움이자 종교적인 실천방안으로써 행해지는 이러한 모습들은 보통의 우리들이 쉽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근접방안으로써의 끝까지 진지함을 놓지 않는 물음이 필요하단 생각을 해 본다.

 

 

– 잘 사는 법은 잘 묻는 것이다. 수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 질문을 계속 유지하는 상태다. 화두는 답이 나오지 않는 막막한 물음인 셈이다. 우리를 미궁 속으로 끌고 가는 질문은 좋은 질문이다. -p 149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요, 평온하게 보낸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맞는 말이다.

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요, 미래 또한 온다지만 어떤 일들이 생겨날지 모르는 막막하단 감정 앞에서 현재의 오늘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 스스로가 어떤 실천과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던져준 책이다.

 

 

죽을 때는 아무리 돈과 권력이 있다고 한들 모두 빈손으로 떠나야 함을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산다.

모두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인생의 마침표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좋은 인생인지를, 스님의 말씀처럼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그 물음의 끝은 어떤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말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꼭 어떤 패턴이 있고 그 패턴에 맞는 삶을 실천하는 것만이 좋은 인생이란 것은 없다.

누구나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타인의 삶을 보면서 도움은 받을 수 있어도 정작 나가 살아가야 하는 나침반의 기준은 나 자신의 생각에 좀 더 충실함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 종교를 떠나 보편적이고 때로는 종교인이란 인식을 떠나 스님이 겪었던 아픈 가족사의 이야기를 통해 진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멈추는 법

시간을 멈추는법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가끔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시 해보지 못하거나 해결되지 못했던 것을 원활하게 이루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시간은 우리가 멈추라고 해서 멈추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유유히 흘러가는 것을 토대로 우리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는 행복할까?

 

톰 해저드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가 하고 있는 일들도 그렇고 생김새도 그렇고 그런 보통의 사람, 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40대 초반의 나이로 생각되는 외모지만 실제 그는 보통 사람들보다 15배나 느리게 늙는 신체조건 탓에 살아온 세월만 해도 벌써 수세기에 해당된다는 사실-

 

1581년에 태어났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희귀병을 갖고 있는 그, 당연히 책 속에는 그가 함께 살아왔던 당대 유명 인사들인 셰익스피어가 존재했고 재즈가 넘쳐나던 1900년대의 파리, 특히 그가 곁에 책을 펼쳐놓고 읽었던 책의 저자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했던 사실들까지 그리는 이야기의 구성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그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당시 그가 태어난 시대인 중세는 자신의 병으로 인해 엄마가 마녀로 오인받아 죽음에 이르렀고 사랑에 빠졌던 여인은 전염병으로 죽었으며, 이제 그의 희망이 된 단 하나 남겨진,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딸의 행방을 찾는 일까지를 그리는 이야기는 시종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나이가 먹는다는 사실 앞에서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을 뒤로하게 하는 이 소설은 자신이 태어났던 시대는 마녀사냥으로, 현재에는 자신의 희귀병을 연구하고자 접근하는 현대의학의 힘 앞에서 겪는 고충을 그려낸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8년마다 옮겨 다니는 생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조건, 딸을 찾아주겠다는 은밀한 제안까지…

 

과연 그는 결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모습이 사랑에 한순간에 빠지게 되고 나쁜 악의 무리로부터 딸을 찾아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를 그린 모험담이 함께 들어 있어 재미를 추구하고 인생의 모습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기사에 100세에 다가서는 노학자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이란 말이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런 병 없이 천년을 살아간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 인터뷰를 통해서나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진정으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었다.

 

오직 현재만 살아가는 톰 해저드 앞에 과연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책은 정말 술술 넘어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되는 책답게 역시나 영화로 확정이 된다고 하고, 더군다나 셜록홈즈로 유명세를 탄 베네딕트 컴버베치 주연으로 나온다니 더욱 그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데 정말 이러한 기막힌 소재의 설정과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이야기의 재미는 저자의 필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과거, 현재, 사랑, 부성애를 모두 드러낸 책, 한번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영의 기원

영의 기원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한국의 소설도 이제는 다양한 소재의 발굴로 인해 해외 문학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접한 천희란 작가의 작품 또한 그러하다.

 

‘2017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저력답게 총 8편의 단편을 묶어서 내놓은 이 책의 주된 흐름은 ‘죽음’이다.

 

인간들, 존재 그 자체가 태어남과 함께 죽음도 같이 동반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보인 소재의 여러 가지 다양성은  SF와 현실적인 이야기가 모두 같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소재의 느낌상 그리 밝은 않기에 처음부터 읽기에는 마음이 참 무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해할 수 있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닌, 읽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은 작가의 글은 모처럼 끈기를 요하는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총 8편의 작품의 기류상 죽음을 다룬 만큼 각기 다른 이야기들 속에 잠재해 있는 저자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죽음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특히 SF 쪽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에 미래를 대상으로 그린 작품에는 신선함이 묻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 류의 글을 통해 죽음을 조금이나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다.

편지 형식을  전개되는 독특한 이야기를 취하고 있는데, 물에 빠져 죽은 엄마, 그 사건을 목격한 여성이 후견이 되면서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애틋함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그 애틋함 속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하고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현실에 가깝게 여겨졌던 탓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무심코 우리들 곁에 항상 존재하고는 있지만 간과해 버리고 마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 죽음의 실체에 대한 단상을 생각해 볼 수 있게 그린 작품이란 점에서 차후 작가의 다름 작품이 기대된다.

식탁의 길

식탁의길식탁의 길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그야말로 먹방 시대다.

tv를 틀기만 하면 너도나도 먹기를 주저하진 않는 패널들, 그 다양성의 뒤에는 요리라는 것이 필수다.

 

특히 셰프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손놀림과 재료의 선택 기준, 한정된 식재료를 가지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음식의 세계를 보노라면 군침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셰프란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문적인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한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요리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모로의 시선을 통해 세계 각국의 식당들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그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들이 집중하게 만든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경력에 가려서 셰프의 세계를 선망의 대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재료를 선택하고 음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 작가는 이들의 모습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해 놓았다.

 

 

베를린의 케밥을 시작으로 파리의 전통 식당, 최고의 식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미슐랭 별을 단 레스토랑, 아시아의 미식의 나라로 통하는 태국과 그 옆의 나라인 미얀마까지..

 

고된 노동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는 요리사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자 자신이 뜻하는 바대로 하나씩 이루어나가려는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요리의 이름과 그 재료들, 특히 그 조리과정을 읽노라면 한번 시식하고픈, 그래서 그 나라를 방문하다면 굳이 미식가를 자처하지 않더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전작인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통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바 있지만 이번의 내용은 상반된 것으로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복잡하지 않은 간결하고도 깔끔한 문장력, 화려한 셰프들도 있지만 생계형 요리사들을 다룬 글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절대정의

절대정의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6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인간관계들 속에는 어떤 틀에 박힌 룰도 중요하지만 그 룰 안에서의 어느 정도의 융통성도 있게 마련이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다는 말은 이런 융통성과는 정 반대의 뜻을 품고 있듯이 사람인지라 나름대로 사회가 정한 규칙 안에서 생활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예외적인 일들을 당할 때가 있다.

 

여기 그런 점에서는 눈곱만큼도 용서 없는 한 여자가 있다.

 

고등학교에 전학 온 노리코, 항상 반듯한 자세와 빈틈없는 생활은 모범생 그 자체다.

 

책은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4명의 동창생들의 시선을 통해 그녀가 어떤 이미지를 지닌 사람이었는지를 그린다.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 벌써 5년이 지난 지금 한통의 초대장을 받게 되는 동창생들, 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다.

모두가 이제는 작가, 엄마, 연예인, 학원 부원장이란 직책들 달고 있는 그녀들, 그녀들이 죽인 노리코로부터 초대장을 받게 된 지금, 그녀들의 심정은?

 

이야기는 과거로부터 시점을 되돌리면서 왜 그녀들이 노리코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황을 그린다.

 

제목 그 자체로 전달되는 정의의 여신, 몬스터 정의라고 불리는 노리코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의란 목적을 앞에 두고 앞. 뒤에 걸쳐진 상황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노리코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가? 아니, 절대 아니다.

너무나 명료하고 정확한 의견 제시, 그 상황에서는 이러한 해결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기정사실 앞에 아무런 반발조차 할 수없다면?

 

맑은 물에는 고기가 모여 살지 못한다고 한다.

너무 맑기에 오히려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일 수 있는데, 읽다 보면 노리코란 인물이 지닌 공감력 부족에 대해 숨이 턱턱 막힘을 느끼게 된다.

 

한치의 잘못된 것을 넘어가지 않는 노리코, 주위에서 모두가 좋게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한 그 점, 융통성이 동반된 해결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노리코란 존재는 만약 이러한 친구를 둔 사람들이라면 바로 위의 네 명처럼 숨 막힘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끝내 죽음을 자초하게 만든 장본인, 그 자신인 노리코의 행동과 말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정확성도 좋고 지적질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규율 속에 서로가 좋은 방향의 해결 제시 방안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너그러움을 품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끝 말미에 네 사람의 행동 뒤에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 한 사람의 심정, 그것 또한 저자가 독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허를 찌른 반전이다.

디렉터스 컷

디렉터스컷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우리들은 편리함이란 보편성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옛날 같으면… 이란 말도 하루 밤을 자고 나면 그 말의 의미가 벌써 과거로 인식이 될 만큼 미디어가 주는 중요성, 그리고 요즘 정치권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올리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게 되면 모두가 너도나도 그 현상에 주목하게 되는 이러한 세태를 제대로 꼬집는 작품을 읽었다.

 

이미 국내에서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고, 그런 만큼 이번에 저자가 그린 미디어의 무차별 공격성과  그 뒤의 이야기에 감춰진 진실은 허구를 떠나 실제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명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게 되면 그에 부응해야 하는 방송가 사람들의 소재 고갈과 더욱 자극적이고 한눈에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강박감 속에 살인사건을 토대로 그린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요즘의 세상을 꼬집는다.

 

방송국 밑에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하세미는  보도 와이드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 ‘내일 없는 폭주’를 통해 제작을 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런 그가 좀 더 시청자들에게 강한 어필을 필요로 하고 소재의 보다 넓은 저변의 확대 차원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을 쓰게 되는데.  그 아르바이트생들은 무분별한 행동, 즉 계산된 행동 속에 상대방이 보이는 행동을 방송에 보임으로써 한편의 실제상황 같은 연출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를 한다.

 

한편 내성적이고 직장 동료들과의 사이도 원활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는 미용 보조사 모토키는 우연히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인 현장에서 그들이 벌인 몰지각한 행동을 보고 자신의 안에 내재해 있던 온갖 울분과 옳지 못한 행동을 보인 그들을 보면서 우연찮게 그들 일행 중 한 명을 가위로 살해하게 된다.

 

이후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쏟아붓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리는 모토키-

이를 방송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하는 하세미의 계획에 따라 사건은 점점 살인마로 변해가는 모토키를 먼저 잡으려고 하는 경찰들과의 머리싸움이 시작되는데….

 

 

우연찮게 걸린 하나의 기사가 만인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요즘의 댓글의 성향과 그로 인해 실제 당사자가 겪는 고충과 고민,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생활처럼 다가온다.

 

방송의 본 재미를 위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쌓인 하청 방송업체 직원으로서 느끼는 존재의 박탈감, 열심히 하고자 하지만 주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놀림감 대상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시선을 쏟게 되는 모토키의 존재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그린다.

 

자신이 처한 상태를 보다 냉철하게 파악하고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돌아서지 못한 모토키의 불행도 안타깝지만 인간으로서 책임지고 느껴야 할 사고 의식조차도 방송에 적합한 소재로만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시피 한 하세미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그 실마리를 놓지 못했다는데서 더욱 씁쓸함은 느끼게 한다.

 

나만 아니면 되는 방송의 소재 다양성이 실제로는 언제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경고성을 보여준 이야기 자체의 소재는 끝 말미에 반전이 깃들어 있어 더욱 재미를 준다.

 

어떤 것이 우선적인 문제의식으로 여겨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미디어 매체가 주는 이면에 감춰진 짜깁기식의 편집 과정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보이는지를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한 책, 그래서 더욱 체감 있게 다가온 작품이다.

                                                                                                                                

크루얼티

쿠루얼티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 스릴러 영화로 리암 니슨이 출연한 ‘테이큰’이 있다면 이제는 걸 크러쉬가 출연한다.

 

그녀의 이름은 그웬돌린-

외교관인 아빠를 따라 세게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학업을 이어가지만 그녀는 외톨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

한 곳에 정착하는 생활이 아닌 7살에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그녀의 삶은 아빠의 전근 지를 따라다니며 성장한 소녀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의 일생일대의 큰 변화를 겪게 되니, 바로 아빠의 실종이다.

외교관 행정직으로만 알고 있었던 아빠의 실제 본모습이 미국의 비밀 CIA와 연계되어 있고 아빠의   행방불명의 근원은 무엇인지조차도 모를 정도의 혼란에 빠진 소녀, 그녀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바로 이런  소녀가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이 소설의 첫 서막을 알린다.

 

테이큰에서 아빠가 딸을 구출하기 위해 온갖 험난한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은 미지의 암흑세계에 발을 내딛는 그녀, 과연 그녀는 아빠를 구출할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떤 환경에 처해지냐에 따라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

힘없고 나약했던 17살의 소녀가 긴박한 첩보 세계에 발을 시작하는 과정 속에서 그려지는 소녀의 감성과 그와는 반대로 반드시 아빠를 납치해간 나쁜 인간들의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다시피 발악하는 악랄하고 잔혹한 심성을 모두 드려내는 과정이 긴박감을 준다.

 

아빠가 남기고 간 책을 근거로 게좌를 추적하고 파리, 베를린, 체코를 거쳐서 아빠의 실종 해결을 완결하기 위해 접근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영화 장면을 연상시킨다.

 

저자의 이력에서 나오는 장점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 [캐리비언의 해적]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아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화된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방어하고 상대편을 제압하기 위한 무술을 익히는 과정에서부터 체코에서 근원의 뿌리가 되는 소굴로 들어가기까지의 긴박한 스릴감이 내내 심장을 조여 오지 만 다른 한편에서는 딱딱 들어맞는 듯한 연결고리의 과정이 너무 정교하게 들어맞는다는 어색함이 오히려 묻어난다는 느낌 또한 들게 한 책이다.

 

하지만 평온하고 그날이 그날 같았던 하루를 보내고 살았던 소녀가 왜 이렇게 잔혹하게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가져야만 했는지, 자신이 살고 아빠의 실종 해결을 위해서 단행해야만 했던 그 과정들이 마약, 섹스, 인신매매, 결국은 ‘돈’에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벌인 각축전 속에 세상의  추악한 단면을 보아야만 했던 소녀의 마음이 그려진 책이기도 하다.

 

과연 아빠는 진실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배신을 당하고 오히려 궁지에 몰린, 소위 말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존재로서 이용된 사람이었을까?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소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