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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볼티모어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저자의 신작이 반가울 작품이다.

 

우선 벽돌 두께를 자랑하는 책을 접하고 보니 언제 끝마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작은 두 권에 걸쳐 나왔는데 이 책은 더군다나 양장 타입이라 두께감이 실제보다 더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하시지 마시길~~

괜한 두께에 겁먹은 것이 무색하게 술술 넘어가는 이 책, 저자의 글이 독자들의 가독성을 마음대로 휘젓게 만드는 재미를 즐기려고 하는 것인지, 이야기의 구성이 재미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이나 진로, 만남이나 우정 같은 것들, 그 외에도 여러 가지의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그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커다란 모종의 의미가 부여되는 결과를 맞이할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뜻과는 반대로 전혀 의외의 상황들, 그 가운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 결정에 과연 승복하면서 그 이후의 삶에 대한 흐름을 제대로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한 부모 밑에 두 형제가 있다.

유대인 집안의 사울 골드먼은 맏아들로서 변호사, 아내는 병원 의사로서 볼티모어 골드먼으로, 책 속의 주인공인 마커스 골드먼은 두 번째 아들의 자식으로서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불린다.

 

사는 지역에 따라서 편의상 불리게 된 것인데 알고 보면 사는 생활의 정도와 직업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전작의 주인공이 다시 나서는 책인 만큼 저자의 분신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나이와 설정들(책 출판의 성공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설정)이 이 책의 주된 주인공으로서 한 집안의 가문인 볼티모어 골든먼의 성쇠를 지켜보는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나이와 동갑인 큰아버지 아들인 힐렐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책을 접하고 어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허약한 체질인 까닭에 반 친구들의 괴롭힘 공략 대상이 된다.

 

어느 날 소년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우디란 아이의 관계는 친아들처럼 볼티모어 집안에서 생활하게 되고 학교도 같이 가는, 친 가족 이상으로 생활하게 된다.

 

책은 마커스가 어린 시절 보고 느꼈던 그들의 생활양식과 자신의 가정의 비교, 부모들에 대한 비교를 거쳐 세 아이들이 똘똘 뭉쳐 형제 그 이상의 우정과 우애를 나누는 시기, 그들의 곁에 알렉산드라 란 두 살 연상의 친구 누나가 등장함으로써 청춘기의 서서히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기는 과정들이 시간의 사이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볼티모어 골드먼 집안이 몰락한 원인의 결정적인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엔 질투라는 화신이 자리 잡고 있다.

큰아버지에 대한 아버지의 질투, 힐렐이 패트릭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우디에 대한 경쟁 심리와 질투, 알렉산드가 끼어들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이 인간의 순간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지를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독자들에게 아련한 연민마저 불러일으킨다.

 

쌍둥이 이상으로 같이 붙어 다니던 힐렐과 우디의 사이가 벌어졌던 그 순간의 결정적인 행동의 수간들은 마커스뿐만이 아닌 그들 가족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알렉산드라 또한 그 당시의 사건의 해결 방안을 두고 내렸던 결정 때문에 마커스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됐고 그들의 이런 달리 바라보고 오해하고 질투하는 사이에 이제는 볼티모어 집안에는 가계도가 끊어지게 되는 기막힌 설정들을 그려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의 생을 짊어지고 이루어나가는 만큼 완벽한 삶은 없겠지만 인생이란 것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두 집안 사이를 오고 가며 어린 시절과 청춘 기를 보냈던 마커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이러한 정황들은 결코 누구의 잘못된 선택은 아니란 점을 일깨워준다.

 

당시엔 몰랐던 상황들의 결정적인 선택, 그마저도 나의 선택이었고 오해로 인해 헤어졌던 알렉산드라를 다시 만나는 과정 또한 마커스 자신의 선택임을, 인생의 다양한 모습들을 두 집안의 비교를 통해 보인 저자의 글은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긴 여운을 남긴다.

 

전작의 소재 구성도 뛰어났지만 이번 책 또한 한 집안의 서사를 그린 이야기의 구성 또한 지루함을 몰랐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미스터리 설정처럼 이어지는 ‘그 비극적인 일’이 무엇인지를 좀체 쉽게 드러내 놓지 않은 채 독자들에게 그 궁금증에 대한 사연을 추측하게 하기도 만드는 줄다리기 호흡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비극의 시작조차도 몰랐던 그 시점, 그 대체로 그들의 성장기와도 맞물리는 이 이야기의 책은 미스터리와 함께 한 가족사에 얽힌 서사를 동시에 그린 점 모두를 충족시키는 책이 아닌가 싶다.

가을의 복수

복수

가을의 복수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7년 9월

 

 

 

 

‘여름의 복수’란 이름으로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서막을 알렸던 저자의 이번 제목은 계절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딱 맞게도 ‘가을의 복수’다.

 

전작에 이은 발터가 주인공인 이 책의 내용 속 이야기 또한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아픔과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아내를 잃고 딸과 함께 살아가며, 천식으로 인해 현장출동반으로 보직을 옮긴 발터의 모습은 딸 앞에선 여지없이 부드럽고 쩔쩔매는 보통의 한 아버지 모습이다.

 

그런 그가 출동한 사건에서 전혀 예상외의 모습을 보게 되는 시신을 통해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마치 마리오네트 인형을 연상시키는 듯 나체로 모든 관절, 특히 척추, 손, 발은 물론이고 손가락, 발가락까지 부러진 채 물 위에 떠오른 한 소녀의 모습은 혈종과 함께 그 모습이 자살이 아닌 타살로 보인다는 직감을 느끼게 한다.

 

최초의 사건 보고서를 올리는 직함 때문에 서류를 작성하는 발터, 소녀의 신원은 체코 출신으로 독일로 이주해 온 미카엘라 란 엄마를 두었다는 사실, 여동생과 함께 계부의 학대로 인해 집을 떠나 살게 된 사연들까지 독자들에게 사건의 전황을 알린다.

 

매춘부로서 마약에 찌든 사실을 알게 된 그 후 엄마는 경찰의 빠른 수사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이 나서게 된다.

책은 1부에서 보인 발터의 모습과는 약간 느낌을 받게 하는데, 경찰관으로서의 몸에 밴 직업적인 정신과 자신의 보직 사이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이 미카엘라 란 여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죽은 아내와 닮았다는 사실 앞에서 연민을 느끼는, 그러면서도 매번 미카엘라의 행동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들이 경찰로서의 모습보다는 뭔가 빠진 허술한 면을 보인다.

 

사건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독일을 위시해서 동유럽의 나라들에서 벌어진 유사한 살인사건과 맞물리며 에블린 변호사와의 조우를  통해서 사건의 퍼즐 맞춤이 맞춰지는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1편에서 보인 방식과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이번에도 역시 인간들의 허황된 망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처음부터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 범위와 행동 의식을 통해 왜 그런 일들을 벌이는지, 사회적인 위치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자신의 병과 부모, 특히 엄마에 대한 원망, 전갈자리가 주는 의미를 통해 새로운 의식처럼 치러지는 철저한 살인 방식이 섬뜩함을 드러내 보인다.

 

책은 두 인물인 발터와 에블린이 각기 다른 사건을 통해 결국 한 장소에서 만나는 형식을 취하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공조 사건을 보이면서 범인이 잡혀가는 과정을 취하지만 그 범인이 했던 행동에 대한 벌에 해당되는 과정이 너무 가볍게 마무리지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만큼 범인이 저지른 인간의 피를 이용한 문신의 체계적인 방법을 묘사한 점들이 읽는 내내 스릴의 맛과 그 처벌에 대한 궁금증 결말로 시종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데, 세상의 법대로 완강한 처벌의 형식을 바란 독자들이라면 어쩌면 허탈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 아닌가 싶었다.

 

발터의 인간적인 면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였다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미카엘라에 대한 안쓰러움은 엄마로서,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딸의 범인을 찾아 나서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모정 앞에선 그 누가 엄마를 비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엄마의 남은 딸을 찾기 위해, 죽은 딸의 범인을 찾기 위해 벌인 변신은 이 책에서 보는 것처럼 국적, 나이, 직업, 그 모든 것을 허무는 무죄임을, 그렇기에 허술하게 당하고 사건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발터 또한 한 아버지로서의 동감을 같이 느껴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시리즈물로 매번 다른 사건 속에 만나는 발터와 에블린의 조합이 다름 작품에선 어떻게 또 만나게 될지 기다려진다.

 

 

 

애니 메트릭스…스트레스 해소엔 딱이야!

 

 

 

 

 

애니표지

애니메트릭스 –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스티커북 세계
잭 클루카스.조니 마르크스 지음 / 이봄S / 2017년 9월

 

 

 

열풍처럼 불고 있는 컬러링의 다변화는 무한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색연필과 수채가 곁들인 컬러링에 이어 점으로 잇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이러한 작품들은 독자들을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기도 하고 창작의 다양성을 요구하게 하기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만난 새로운 이러한 스티커의 만남으로 다른 작품을 만나게 한 이 책은  연휴에 이어진 각개별 스트레스 해소엔 만점이란 생각이 든다.

 

컬러링 북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여러 가지 색연필과 그 밖의 또 다른 각기 다른 도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위의 책과 곁들여 나오는 족집게 모양의 도구뿐이다.

 

도구

 

사용하는 방법도 간편하고 책을 펼치면 어떻게 스티커를 이용해서 별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림과 간략한 설명이 들어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책은 퍼즐처럼 맞추어서 붙일 수 있게끔 각 동물별 스티커 조각과 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일단 책의 권고대로 피스가 큰 새부터 도전해보기로 했다.

조각 자체가 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방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해 볼 수가 있다.

 

새원형     스티커번호

스티커컬러번호       스티커작업찍게

붙이기시작      새완성

 

책의 도안은 여러 가지 동물 패턴들이 있고 그 가운데 내가 선택한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에 맞는 스티커를 찾아서 번호에 맞게 집게로 천천히 도안의 공간에 맞게 붙여주면 완성!

참 쉽죠 잉^^

 

공작완성전후

 

경험상 처음 대할 때는 큰 피스가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으나 익숙해지다 보면 오히려 작은 피스들이 많은 것들이 번호를 찾아가면서 완성해가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자 완성 전후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는 동안  점차 그 형태가 갖춰지고 그 완성된 패턴들은 독창적인 나만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점과 시간 절약, 그리고 뭣보다 이러한 시간에 몰입을 하다 보면 피로가 쌓인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됨을 알 수 있게 한다.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무지 형태의 그림 위에 어떤 형태가 완성될지에 대한 그림이 먼저 나와있는 것도 내가 완성하고 나서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고 손으로 만져보면 마치 타일 위에 도톰하게 만져지는 무늬 있는 어떤 형태랄까? 그런 손 끝의 느낌이 신기하기만 하게 느껴진다.

올빼미 전후

 

지루하고 잠시 눈을 돌릴 필요가 있거나 시간을 적당히 이용해서 잠깐씩 붙여보는 재미,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게 한 책이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아무런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

공작새

 

이번에는 동물 시리즈로 나온 것 같은데, 다음 책 시리즈에선 좀 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매혹당한 사람들

매혹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좋은 작품들은 영화로 나오고 그 영화는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리바이벌되는 절차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을 대했을 때는 영화가 먼저 개봉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오래전에 이미 영화화가 되었다는 사실 외에도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고자 했기에 아직 영화를 접해보진 못했다.

 

 

시대가 변해도 쉽게 변할 수가 없는 것들 중엔 인간의 마음도 그런 범주에 들어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한 책, 매혹이란 단어가 주는 그 단아한 발음 뒤에 오는 무서운 인간의 본성들을 그대로 내밀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 범주를 즐기는 독자들에겐 무척 재미를 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4년 미국, 남군의 세력인 버지니아 주의 판즈워스 여학교에 한 북군의 부상병이 오게 된다.

자진해서 온 것은 아닌, 그 학교 여학생 중 유달리 자연을 사랑하는 어밀리아 대브니의 눈에 발견이 되면서 그녀가 부상당한 그를 이끌고 학교로 끌고 오게 된 것이다.

 

한때는 남부에서 부잣집이었던 판즈워스 집안은 지금은 남자는 집안에 한 명도 없는 상태로 집주인이자 교장인 마사와 그의 여동생 해리엇, 그리고 다섯 명의 기숙사 여학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흑인 노예 매티가 있다.

 

당시의 분위기상 여성들이 갖추어야 할 교양지식과 집안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위주로 교육을 받던 여학생들은 아일랜드 출신의 부상병인 존 맥버니의 등장으로 집안의 묘한 분위기가 바뀌어감을 느낀다.

 

책은 각기 다른 시점의 여성들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위주로 묘사하는 형식을 취한다.

한가운데 오직 한 남성인 존을 두고 그를 바라보고 느끼는 이야기의 설정들을 통해 고요하고 침착한 분위기, 어려운 시절에서 겪을 수 있는 전쟁이 주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한정된 판스워스 학교란 공간 안에서 그녀들의 내적인 심적 변화가 어떻게 변화되고 행동으로 바뀌어 가는지를 보인다.

 

처음에 부상당한 존이란 남자가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자신의 본 군대로 돌아가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모였던 그녀들은 존이 각기 다른 상황에 만나는 여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들이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그 어떤 감정들, 존에 대해서 매혹을 느끼고 서서히 빠져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하게 되는지, 타인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들이 한두 가지씩 밝혀지고 그러한 사실들이 내뱉어지는 걷잡을 수없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녀들과 존의 대치 상황은 숨 막힘의 연장선, 그 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전쟁이라는 위태로운 상황, 적군을 돌봐줬다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학교의 현실과 그 안에서 동조했던 여인들,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기는 했을까를 물어보게 하는 존의 편지 내용은 그녀들이 한 사람의 미지의 남성이 등장함으로써 위계질서의 무너짐과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존을 대하는 형식을 통해 존의 생각은 과연 어떤 것이 진실로 대했는지조차 모호할 정도로 오로지 여인들의 시선에 의한 장치로만 쓰였기에 더욱 심리가 돋보이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여기에 만약 존의 시선이 더해졌다면 독자들 나름대로 그의  진실된 생각들은 어떤 부분이었으며, 자신의 상황을 극도의 불안 조성과 충격적인 방향으로까지 나아가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를 통해 여인들의 감정과 대조를 이루는 재미도 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게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여성들의 심리, 넓은 공간도 아닌 오로지 집 안에서 이뤄지는 등장인물들의 대비와 그들의 시선을 처리한 글의 솜씨는 책을 읽으면서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하고 각 여성들이 처한 자신의 위치를 통해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처신을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감각성을 뛰어나게  포착한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존에게 매혹당한 여인들, 존의 어떤 점이 그녀들로 하여금 마음의 빗장을 풀게 했을까? 한순간에 이미 매혹당한 그 마음이 어떻게 매혹의 반대로 돌아서게 했는지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설적이긴 해도 이 소설에서 그리는 인간의 본연의 마음속에 분명 자리 잡고 있는 이러한 점들을 간파한 저자의 글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전쟁 마술사

전쟁마술사

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적인 마술사로서 이름을 알린 데이비드 카퍼필드란 마술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이지 않는 실체로서 행동을 한 그의 마술적인 시도는 방송에서 보았을 때도 전혀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대담하고도 장황한 퍼레이드란 생각을 한 적이 있는 만큼 마술이란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술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마술사라고 부르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꾸준히 사람의 심리와 과학적인 원리 이용, 그리고 그 나름대로 개인적인 노력이 포함되야함을 알기에 그들이 관객과의 눈속임과 자신과의 대담성을 두고 펼치는 장면들은 어린 시절 종종 마치 알라딘의 지니처럼 연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이러한 자신의 이러한 점을 가지고 전쟁, 그것도 역사에서 실제적으로 이용했다면 그런 생각을 가진 대담성은 실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히틀러가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던 인물, 실제 마술사인  영국의 실존 인물 재스퍼 마스켈린의 경험을 그린 이 책은 시종 전장에서의 피 말리는 격전과 함께 마술의 세계, 즉 위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할아버지, 아버지 대대로 마술사의 길을 걸었던 마스켈린,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전쟁에 참여를 한다.

그가 가진 재주라고는 오직 마술뿐, 하지만 그는 조국을 위해, 히틀러가 전 세계를 공포에 젖게 하는 그 만행의 일부만이라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듯 자원입대한다.

 

영국 파넘의 위장 훈련과 개발 센터에 모인 사람들을 위주로 선발된 사람들은 외인구단처럼 보인다.

이곳에 모인 훈련병들은 각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자들로서 훈련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마스켈린을 중심으로 한 팀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했던 중동 지역 위장술 책임자인 제프리 바커스 소령 휘하에서 본격적으로 전시상황에 맞는 위장술을 펼치게 되는데, 머리 속에 상상으로만 그칠 수도 있었던 실제의 모습들을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적군의 정찰기로부터의 모습을 감쪽같이 감추게 하는 전술을 실행하게 된다.

 

이집트 최대 항구 도시인 알렉산드리아를 옮기는 작업, 수에즈 운하를 숨기는 작업, 모조 탱크와 대포 제작을 실제의 무기들과 같이 배치하는 전술을 이용하여 사막의 여우라 불린 롬멜과의 시간 끌기 전쟁에 한몫을 하는 과정들은 한편의 장대한 마술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적군에 동조하는 나라의 증거를 찾는 스파이 같은 행동들은 물론이지만 그 밖에 자신의 단짝이었던 동료가 뜻하지 않게 운명을 달리할 때의 침잠하는 모습 또한 전쟁에서 겪을 수 있는 심리를 보여준다.

 

지금이야 첨단 무기들이 발달되어 이러한 위장술이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당시에 북아프리카의 보급로 차단과 이를 지키려는 세력들의 다툼들은 실로 긴박한 긴장감, 특히 마지막 몽고메리 장군의 전술에 따른 엘 알라메인 전투의 결과는 마스켈린과 그 외의 동료들의 실력이 힘을 실어줌으로써 서부 사막 전쟁의 대단원을 이끌었다는 점에  눈길을 끈다.

 

전쟁이 주는 참혹함, 그 안에서 이권다툼과 서로 간의 견제를 통해 처참한 전쟁의 양상으로 번진 제2차 세계대전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실존 인물이었던 재스퍼 마스켈린의 역할은 뒤에서 전쟁에 힘을 보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었다는 사실들이 실화인 듯, 실화가 아닌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 양심과 그 양심을 우선순위에 두고 전장에 참여를 함으로써 전쟁이 주는 말할 수 없는 모습들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동료애와 전장에서 벌어지는 각개 상황에 부딪쳐가며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현재 2018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를 목표로 진행 중이며 셜록으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큼 그만이 가진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지, 책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위장술의 표현이 영상으로 접한다면 훨씬 재밌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

거미줄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많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밀레니엄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내 주위에선 들어 본 적이 없고, 나 자신 스스로도 이 시리즈를 통해 북유럽권의 문학을 요 네스뵈와 함께 무조건 읽어줘야 하는 책으로 리스트 목록에 올린 바 있다.

 

그런 만큼 새롭고 독창적인 주인공의 캐릭터와 그와 함께 사건의 해결을 이루어나가는 또 다른 주인공의 결합은 이색적이고도 창조적이란 말로는 부족함을 느껴주는 책이다.

 

알다시피 이 밀레니엄 시리즈는 3 부까지가 원 저자의 창작물에 의해 태어난 작품들이다.

우연히도 집어 들어 읽게 된 책의 매력에 빠져 그 이후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는 것도 모두 다시 읽었을 만큼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 저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내내 가시질 않게 했던 이 시리즈가 4부에서는 다른 필력을 자랑하는 자의 힘에 의해 새로움을 맞게 됐다.

 

원저자의 유족들이 선정한 작가, 이미 유명한 작가라서 그 작가의 입장이라면 일단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면 자신의 필력에도 그렇지만 원 저자에 대한 미안함이라는 이중의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 텐데 그 걱정을 말끔히 지웠다고나 할까?

우선적으로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의 감상이 그렇다.

 

이미 3부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회와 국제적으로 얽힌  저변에 깔린 문제성 있는 것들을 리스베트란 이름을 가진 여주인공의 독특한 냉혹함과  밀레니엄이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집중 다루는 잡지에서 기고하고 있는 탐문 전문 고발 기자인 미카엘이란 남자 주인공의 활약은 여전히 살아있는 움직임을 잘 보인 작품이다.

 

천재적인 해커의 능력을 지닌 리스베트의 활약을 십분 이용해 다룬 이 책의 내용 또한 아주 흥미만점이다.

 

이야기는 세 갈래의 길을 크게 보이면서 등장한다.

 

스웨덴의 컴퓨터 공학자인 프란스 발데르는 미국의 솔리폰이란 회사에 스카웃되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어떤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렇지만 특허 신청을 앞두고 자신과 같은 프로그램이 이미 다른 회사에서 특허를 신청했고 이는 곧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고국에 돌아온다.

이미 양유권 박탁을 당했지만 자폐아인 아우구스트를 데려온 프란스는 보호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한 상태, 한편 우리의 미카엘은 각지에서 나오는 비판으로 인해 긴 슬럼프에 빠져있다.

 

경영악화에 이어 밀레니엄을 인수한 회사의 교묘한 변화 자체를 하려는 움직임에 손을 쓸 수 없는 자신의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는 어느 날 자신에게 한 제보자가 말한 내용으로 인해 문득 리스베트를 생각하게 한다.

 

바로 프란스 밑에서 일한 부하의 부탁은 프란스의 사정을 들려주고  프란스가 어떤 해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해커의 이미자가 리스베트를 연상시킨다는 것-

 

리스베트는 3부에서의 활약 이후 은둔 상태, 가깝다면 가까울 미카엘에게조차 그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카엘의 연락을 받게 되고 이후 이 셋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책은 프란스의 죽음을 목전에서 목격한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아우구스트의 그림을 통해 사건의 암살자를 밝혀내는 과정 속에 프란스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과연 누가 훔쳐갔는가? 에 대한 범인 추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스파이와 국가 간의 관계와 지원, 충성도의 기여도를 어느 선에 기준을 맞춰놓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적인 갈림길들을 보인다.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의 인공지능 개발은 인간이 생각하는 진화의 속도를 머지않아 앞서게 될 수도 있다는 가상의 현실을 실제적인 현실 속의 모습으로 만들어낸다면 과연 인류는 컴 앞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프란스라는 과학자의 자신의 열정 어린 연구의 결과가 몰고 올 장. 단점 앞에서 고뇌하는 모습들이 책 속에서만 그려지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도 이러한 환경의 주도권을 가지고 앞서려는 각국의 치열한 산업전쟁을 연상시키는 장치로 이용된다.

 

미국의 NSA의 치밀한 컴을 이용한 모든 매체는 물론이고 각 개인들이 이용하는 통신들을 엿보는 행위들은 빅 데이터라는 틀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감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엿보게 한다.

어디까지나 국가의 이익을 취한다고 하는 행위이긴 하지만 그 행위 속에 또 다른 산업스파이의 행동은 러시아의 마피아와 연계되면서 개인 착취로도 번지는 행태, 그 가운데 리스베트의  다른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의 등장은 두 자매의 불꽃 튀기는 대결 장면과 함께 풀지 못할 것 같았던 난해한 암호를 해독하고 그 안에 저장된 모든 내용들을 습득하는 리스베트의 뛰어난 실력은 여전히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현실세계에서 여성이 차지할 수 있는 위치의 한계성은 여전한 문제점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리스베트란 여성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는  가상의 현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최고 실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NSA의 경계를 뚫고 해커를 하는 모습들은 통쾌감과 컴의 세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이렇게 유족의 뜻에 맞는 방향과 자신의 소신대로 4부작을 쓸 때 어떤 과감한 패턴을 지향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3권까지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글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연결고리처럼 이어질 수 있게 3부에 이어 리스베트와 그녀의  어린 시절들을 다시 불러와 이 사건의 연장선을 이어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이야기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아닌 서서히 물들어 가듯이 이번 4부는 새로운 이야기지만 또 다르게 보면 3부에 이은 미완의 해결 방식처럼 그렸기에 위험성의 부담에서 벗어난 안정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면서 작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1.2.3부에 연을 맺은 등장인물들이 한두 컷 나오는 방식을 취하면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에 조연들로서 아낌없는 후원을 하게 한 저자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 방식은 비록 1.2.3부를 읽지 않는 독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채택한 점이 한수 위란 생각이 든다.

 

여전히 기자로서의 탐색을 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잡아내는 미카엘의 기자로서의 촉은 여전하다.

서브자로서 동참하는 미카엘이란 존재는 리스베트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사람이며 그런 그들의 관계는 이성 간의 연을 뛰어넘는 인간애의 동지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훨씬 앞서는 듀엣의 조합을 보는 듯하다.

 

해커가 있다면 모든 것을 훔쳐낼 수 있고 변호사가 있으면 모든 도둑질을 정당화할 수 있다란 말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한 책의 이야기 구성은 양심적인 국가 안보 위주의 활동이라도, 설사 그것이 어떤 범죄 집단과의 연계를 통해 손을 잡고 일을 이루어 나갈 때 힘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통해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다는 역설, 컴의 세계에서 미지의 해커로서 활동하는 리스베트 같은 인물들이 있다면 그나마도 세계의 질서들은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펼치는 뇌의 창대한 활동들을 보이는 여러 이야기들은 여전히 인류가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야 할 것들이 아닌가도 생각해보게 하고 더군다나 두 자매의 끝나지 않은 맺음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과 기대를 모두 하게 한 작품이다.

 

이미 영화로도 나온 시리즈도 있지만 이 작품 또한 영화로도 나온다면 또 다른 재미와 흥분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작으로 끝맺음을 맺을 뻔했던 이런 좋은 작품을 다시 다른 작가의 손에 이어지게 만든 저력도 부럽지만 이야기의 구성 자체도 좋았다는 사실에서 이 작품의 다음 시리즈를 더욱 기대해보게 만든 저자의 노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부탁하나만들어줘

부탁 하나만 들어줘
다시 벨 지음,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7년 9월

지인들의 부탁 하나만 들어줄 때 어떤 마음으로 들어주는지요?

사실 이것저것 재보면서  이익 타산을 계산하면서 들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우리들이 생각하는 나의 가까운 사람들의 부탁은 쉽게 받아들인다.

 

그것이 어떤 부득이 거절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벼운 경우가 많을 테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부탁은 결코 가볍게만은 볼 수가 없는 회오리를 일으킨다.

 

남편과 이복 남동생이 탄 자동차가 트럭을 피하려다 두 사람 모두 죽은 아픔을 가진 싱글맘 스테파니는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마일스란 아들과 함께 산다.

그녀의 유일한 낙이자 취미요, 자신의 생각을 같이 공유하는 사람들은 유치원 연령의 맘들과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과의 교류다.

 

이미 파워블로거로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녀는 어느 날 아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니키의 엄마, 에밀리를 만나게 되면서 같은 아들을 둔 엄마이자 동료요, 친구로서 가깝게 지내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 때문에 더욱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며 사는 스테파니는 패션 회사에 다니면서 아들을 키우는 워킹 맘이자 잘생긴 영국 남자인 숀을 남편을 두고 살아가는 모습을 동경하며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을 부러워한다.

 

서로 집을 오고 가며 생활하던 중 어느 날, 에밀리가 스테파니에게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라고 말한다.

출장으로 인해 집을 비우게 되니 아들 니키의 하교를 부탁하고 보살펴 달라는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해오던 일이기에 선뜻 수락한다.

 

하지만 에밀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시간은 계속 흘러 실종의 상태로 결국 숀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

 

에밀리는 어디로 갔을까? 차량이나 항공 추적에도 나타나지 않는 행방불명의 존재가 된 에밀리, 니키와 마일스를 보살피며 스테파니는 자신이 올리는 블로그를 통해 심정과 에밀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알려줄 것을 부탁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숀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면서도 에밀리에 대한 애틋한 생각은 멈출 수가 없는 생활이 지속된다.

 

누구나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하나의 비밀을 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 이 책은 요즘 유행처럼 출간되고 있는 도메스틱 스릴러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스테파니가 죽음까지 갖고 갈 자신의 비밀을 에밀리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 비밀은 이제 혼자만이 간직한 비밀이 아닌  동반자로서의 비밀을 알게 된 에밀리가 있었고 에밀리와 숀과의 무언의 비밀들은 스테파니와는 다른 또 다른 비밀들을 모두 갖게 되는 설정을 이룬다.

 

책은 세 명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다른 관점을 통해서 각기 어떻게 사건의 본질을 생각하고 있는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배신의 행위로 치닫는 과정과 말 한마디로 인해 물러설 수 없는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설정들이 끔찍함을 드러낸다.

 

자신과 모처럼 뜻이 맞고 모든 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스테파니의 잘못된 생각일까?

어쩌면 스테파니 그녀 자신이 너무 외로웠고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이 만나지 못하고 있던 중  에밀리를 만남으로써 자신이 보고자 한 부분만 봐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 책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중심의 근간을 이룬다.

 

-나는 그래서 그럭저럭 잘 지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인과 분란 없이 잘 지내는 방법은,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생략하고 커다란 거짓말을 해 가면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p 363

 

내가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에 대해 부부들은 얼마나 상대방에 대해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결국은 사건 자체의 도구로 활용이 되면서 나가 믿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진실이 섞인 부분이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마저도 일으키게 되는 이야기의 구성이 흥미롭게 이끌어 나간다.

 

타인들이 보기엔 결코 할 수 없을 일을 진행시키는 계획도 그렇지만 계속 헤어 나올 수없게 만드는 절묘한 대화들의 잔치는 허를 찌름과 동시에 답답함을 보인다.

 

세상에는 권선징악과 선과 악이 있을 때 결국 선이 이긴다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결과라고 생각할 때 이 책은 이 모든 것들을 뒤집는  진실이 무너지는 허무함과 박탈감을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타인에 대한 생각들, 타인들이 바라보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 중에는 과연 어느 부분들이 진실된 생각들일까?를 묻게 되는 책, 지금 이 순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둘러보게 된다.

 

첫 소설로 영화사로부터 콜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은 작품인 만큼 또 다른 스릴의 맛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바컨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올리브 키터리지’ 란 책을 접하고 다시 만나보는 작가의 신작이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어떤 커다란 줄거리 속에 포함된 주된 내용들을 따라가며 전개과정을 즐기는 편이기에 이 작가처럼 커다란 흐름의 변동 없이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게 쓰인 글들을 읽노라면 이야기의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신작에 대한 목마름은 뭐랄까, 그저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적절히 고루 배합해 가면서 보이는 그녀만의 글에 대한 매혹을 뿌리칠 수 없음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 또한 줄거리를 말하라면 어떤 큰 포인트를 꼬집어 내기가 쉽지 않은 그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은 것이 아닌 읽는다는 느낌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지니고 살아간다.

인생의 최대 고비와 희로애락을 통해서 성장해가는 인생의 노선을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겪을 수 있었을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 그렇기에 어쩌면 소설이 지닌 힘의 첫 시작은 인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출발점으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크게 부여됨을 느끼게 된다.

 

책은 ‘기억’이란 것에 의지하며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맹장수술과 뜻하지 않게 길어진 병원 입원의 생활을 하게 된 루시 바턴이란 여작가의 이야기는 그녀가 입원한 병원에 친정엄마가 병간호를 해주기 위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서부터 진행이 된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차고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회상, 냄새난다고 손가락질당하는 한편 그런 환경에 처한 것을 몰랐던 부모, 게이인 오빠와 언니와의 학교 생활은 어린 시절의 아픔이자 성장하는 루시에게 있어서 이 곳을 벗어나게 된 주된 동기로 작용한다.

 

오로지 따뜻함을 간직하고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숙제와 책 일기를 했던 루시, 덕분에 대학까지 진학하고 남편을 만나 두 딸과 함께 뉴욕이란 도시에서 살아가는, 타인들의 눈에 보기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가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루시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 간의 쌓이고 쌓인 해포는 풀어보지 못한다.

그것이 부모와의 왕래를 끊다시피 하고 형제지간의 연락을 두절하고 살아가는 루시라는 여인에게는 하나의 환경에서 온, 그다지 친근했던 기억조차 없었던 가정의 분위기 탓과 엄마와 자신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서먹함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다보게 될 기회가 있을 때면 어린 시절의 과거로의 여행 속에 좋았던 기억, 하고 싶지 않은 기억,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간직하는 기억들이 공존한다.

 

이 책에는 시대적인 흐름인 1980년대를 관통하면서 살아가는 루시가 있고 그 시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변화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9.11 사태까지를 관통하면서 그녀 자신이 알고 지냈던 이웃인 제레미가 동성애자란 사실과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뒤늦은 사실, 남편과 끝까지 해후를 하지 못한 이혼의 아픔과 남겨진 딸들과의 왕래를 그리는 이야기들이 담담히 기억에 의존한 채 서술해 나간다.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보는 계기는 무엇일까?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런 시간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루시처럼 엄마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도, 그런 애정 행동과 말에 호응을 보이지 않았던 엄마,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나는 아버지와의 해후는 자신이 돌아보지 않길 원했어도 여전히 그녀의 삶에 침투해 있는 ‘가족’이란 의미를 버릴 수 없다는 사실, 가까이 느껴질 만도 했던 엄마였지만 속내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둘이 아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추억과 최근의 소식들을 통해 간간히 나누는 대화만이 유일했다는 사실에서 과연 루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엄마 또한 루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고나 있었을까를 물어보고 싶게 만든다.

 

사는 곳은 달라도 저자가 이전의 작품에서도 보였던 인간 중심의 이야기,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각적인 방면의 이야기들은  미국에 한정된 것만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느껴 볼 수 있는 글이란 생각을 해 본다.

 

–  “지금은 내 인생도 완전히 달라졌기에,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보도를 걷거나 바람에 휘는 나무 우듬지를 볼 때, 또는 이스트 강 위로 나지막이 걸린 11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이 갑자기 어둠에 대한 앎으로 가득 차는 순간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_p 21

 

루시처럼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엄마로서의 루시가 느끼는 자식에 대한 미안함은 가슴 한편이 뭉클하게 아파오게 만드는 인생의 이야기라서 인상적으로 남는다.

 

– 얼마 전에 크러시가 내 지금의 남편에 대해 말했다. “아저씨가 좋아요. 엄마. 하지만 아저씨가 잠을 자다 죽고 새엄마도 죽어서 엄마와 아빠가 다시 합치면 좋겠어요.” 나는 아이의 정수리에 키스한 뒤 생각했다. 내가 내 아이에게 이런 짓을 했구나. -p 217

 

인생이란 마냥 좋을 수만을 없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더욱 느낀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탓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 루시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을 같이 더듬어봄으로써 나 자신의 인생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  기억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이 모여 인생이란 커다란 모자이크를 이룬다는 점에서 여전히 저자가 그리는 이 책은 많은 공감을 받게 했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나 자신 스스로 알 수가 없다는 사실, 하물며 타인에 대한 잣대를 세우고 평가하고 이해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기에 세상에 던져진 나 자신, 루시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는 루시 바턴이란 이름, 각자의 이름으로 세상을 향한 손길을 멈추어선 안될 것 같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어느 드라마의 제목처럼 내 이름은 김삼순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름을 걸고 인생을 더욱 뜻깊게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유토피아

유토피아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9월

스릴과 추리 속에 포함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읽다 보면 인간은 과연 선천적으로 선과 악 중에서 어떤 성정을 간직하고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주어진 환경에 의한 영향으로 예기치 못한 설정 속에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어떤 책을 읽으면  선(善)이 타고난 성정이다 란 생각을 하게도 되고 저 책을 읽으면 뭐지? 그럼 악(惡)이 선천적으로 지닌 성정에 속한다는 것일까?를 헷갈리게 하는 경우를 느낄 때가 많다.

 

‘고백’으로 처음 만난 이후 그녀가 쓴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엔 어떤 선천적인 선과 악이 처음부터 드러나는 것이 아닌 우연찮게 벌어진 상황 속에서 저마다의 사람들이 가진 불편한 감정을 토대로 사건의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기에 작가의 작품을 그동안 읽어 본 독자라면 좀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작은 항구 마을인 하나사키초 란 곳은 대기업 ‘하츠카이’수산의 최대 공장 때문에 그나마도 명맥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마을이다.

그 마을에 대대로 토박이로서 살아온, 더군다나 대대로 이어져오는 불교용품점을 운영해가고 있는 며느리로 사고로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로 등하교를 하는 딸 쿠미카를 둔 나나코, 남편의 전근으로 인해 사택에 거주하면서 ‘쁘띠 안젤라’라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미쓰키, 그녀에겐 사야코란 딸이 있다.

 

또 한 사람인 도기를 전공한 미술학도로서 이 마을의 풍경과 경치에 반해 동창생인 켄코의 권유에 따라 부부는 아니지만 동거 형태의 생활을 하고 있는 스미레가 있다.

 

점점 마을의 활기가 없어지고 심지어는  공장이 폐쇄된다는 소문도 있는 곳, 마을 사람들은 하나사키 상점가를 살리자는 취지로 축제를 벌이기로 하고 이 와중에  세 사람은 운영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일, 다리가 불편한 쿠미카와 친하게 지내게 된 사야코의 시를 계기로 휠체어 생활을 지원하게 되는 자선단체 ‘클라라의 날개’ 란 이름으로 운영이 확대되고 점차 블로그 활성화에 힘입어 스미레가 만든 날개 모양 스트랩도 판매가 원활히 진행이 되는데, 방송에서 취재를 계기로 세 사람 간의 불편한 마음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게 된다.

 

걸을 수 있으나 걷지 못한다는 소문에 휩싸이는 쿠미카에 대한 시선, 자선단체 기부를 제대로 시기를 못 맞춰 진행하지 못한 스미레에 대한 미쓰키가 느끼는 감정 또한 스미레의 진실을 믿어야만 하는지에 따른 여러 가지 의문들이 선한 의도로 행한 행사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시각의 느낌을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여기엔 5년 전 집을 나간 시어머니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고로 인한 행방이 묘해진  금괴의 실체와 살인범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들까지, 이렇다 할 큰 사건의 자체는 없지만 작은 소용돌이 속에 감춰진 큰 소용돌이의 용트림을 느낄 수 있게 한 작품이다.

 

방화사건에 이은 두 소녀의 감춰진 비밀들이 독자들만 알게 해주는 글을 통해 저자의 특허인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긴장감과 멈출 수 없는 속도감들이 다른 작품들처럼 다가온다.

 

타 작품들에 비해 하나의 큰 사건은 없지만 저마다 간직한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들은 작고 큰 파문의 여지에 따라 다른 결과들을 산출해내고 그 결과로 인해 또 다른 의심과 진실을 알게 할 방법조차 믿어 버리지 못하게 한 상황 설정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스릴의 맛을 전해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모두가 한데 뭉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했고 서로 저마다의 크고 작은 배려를 품어왔던 행동들이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 안에 숨어있는 선의의 끝을 그려내 보고자 한 저자의 의도로 인해 색다른 느낌을 받은 작품, 다양한 상상력에 기댄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사랑의 온도

사랑온도]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어제부터 방송이 시작된 작품의 원작이다.

원래의 제목은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란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이번에 새롭게 표지도가 바뀌면서 새로 나왔다.

 

지난번 ‘닥터스’란 드라마를 재밌게 본 독자로서 이번 작품에 대한 제목을 대했을 때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은 점이 있었으나 내용을 읽고 보니 왜 제목을 착한 스프는… 을 지었는지 알게 됐다.

 

이 책의 제목인 사랑의 온도~

사랑에 관해 온도로 측정할 수 있는 적정기준이 있을까만은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을 보니 사랑을 느끼고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유연성을 굳이 온도에 비유하자면 정말 얼만큼의 온도가 적정선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은 카톡을 통해 간단한 안부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시점이지만 이 책에서는 반갑게도 과거와 조우하는 시간을 준다.

처음 컴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나누는 대화창, 한때 천리안, 하이텔, 나우… 이런 명칭들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온라인 모임을 통해 저마다의 닉네임을 가지게 되면서 통용되던 시대를 그린다.

 

5년 전 착한 스프라는 닉네임을 가진 온정선, 파리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식당을 열 꿈을 꾸는 젊은이다.

그와 당찬 대화창을 통해 인연을 맺은 홍아는 우체통이란 닉네임, 홍아의 절친인 제인이란 닉네임을 가진 여자 주인공인 나는 이현수란 이름을 가진 방송작가 지망생이다.

 

세 사람의 질긴 인연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첫눈에 느낀 남자와 비교적 냉소적인 감정을 가진 여자가 뒤늦게 알아버린 자신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의 타오르는 불꽃같은 사랑의 감정이란 온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직선의 사랑법을 택한 현수가 느끼는 사랑,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남자답게 지켜보면서 포기하지 않는 정우의 사랑법, 자신의 못난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진실된 사랑 앞에 다가서지 못하고 마는 정선의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 벗어나지 못한 사랑법, 자신만이 오로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어야 하고 그런 자신의 곁에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세월과 미모라면 자신 있었던 자신이 오히려 현수로 인해 주목받지 못한 낭패감을 느낀 나머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만드는 홍아의 사랑법들이 각기 다른 환경과 타이밍이란 것 앞에서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처음엔 가벼운 사랑을 그린 로맨스구나 하고 첫 장을 펼쳤지만 두 남녀가 느끼는 사랑의 온도가 실제로는 같은 시기에 느끼지 못했단 사실 앞에서 5년 후에 다시 만나고도 그런 감정을 제대로  말하고 확인조차 못한 채 주위의 여건 때문에 무너진다는 현실들이 답답함과 함께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밝은 면의 톡톡 튀는 사랑도 있지만 때론 인생에 있어서 내 앞에 다가오는 그 누군가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구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머물지 못하게 하는 사랑에 대한 미성숙함을 통해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인의 사랑에 대한 성숙도를  느껴보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려.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서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p77

 

읽으면서 정우에 대한 사랑을 받아주지 못하는 현수도 안타깝고 그런 현수를 떠나지 못하는 정우의 사랑도 그렇고,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여전히 문이 열리지는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현수가 위의 대사를 듣고 정우에게 다가갔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를 상상해 본다.

 

먼저 고백했고 그 고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두 남녀 간의 사랑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까, 아니면 먼저 고백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남은 한 사람이 더 약자일까?

 

사랑하면 쉽게 생각할 수도 있는 감정인데도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왜 이리 힘든 것인지, 그래서일까?

저자가 글로 나타낸 약자에 대한 느낌은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 사랑이란 철저히 낮아지는 마음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낮아지고 낮아져서 그 상대를 위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느끼는.-p 228

 

첫 방송에서는 원작자가 쓴 작품과  원작자가 극본을 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색깔들이 책에서와는 약간 다른 설정들이 나오기에 원작처럼 그려질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게 만들지만 사랑에 대한 온도, 그 자체만큼은 저자의 글 힘을 믿고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며 읽는 것도 재미를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