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가야 한다.

살아서

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역사란 굴레 속에서 인간들의 삶은 운명처럼 굴러간다.

특히 신분계급이 엄연히 있었던 과거의 시대라면 더욱 그럴진대, 여기 쌍둥이처럼 태어난 두 남자의 운명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흘러간다.

 

왜란 때 조선에게 군사를 보내준 명의 청을 거절할 수없었던 왕은 이미 누르하치의 근접할 수 없었던 세력이란 느낌이 있었음에도 결국 군사를 보내게 된다.

 

양반 출신의 강은태는 자신의 가문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한 아버지의 뜻을 따라가게 되었고 노비 모종 법에 따라 노비가 된 황천도 역시 주인댁 아들 대신 전장에 나가게 된다.

 

두 사람의 기막힌 인연, 후금의 거센 공격에 둘은 포로가 되면서 신분의 차별 없는 노비 생활로 들어서게 되었고 이후 둘은 쌍둥이처럼 같이 지내며 신분을 초월해 돈독한 우정을 이어가며 혹독한 삶을 지탱한다.

 

그들이  희망은 단 하나, 살아서 가족이 있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노비 생활 20여 년에 들어선 두 사람 앞에 인생의 희비가 엇갈린다.

임금이 바뀌면서 속환사를 통해 강은태는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황천도만 남게 된 상황이 닥쳐온 것이다.

 

책은 이 시점에서 스릴과 긴박감의 연속성을 보이며 진행된다.

중국에선 신분의 구별이 없던 그들에게 이렇듯 고국이란 이름 앞에서는 확연히 달라지게 되는 상황은 황천도가 벌인 행동을 통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인간이란 존재로서 느끼는 좌절감과 더 이상을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섞이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행보를 보인다.

 

강은태를 죽이고 자신이 강은태 행세를 하면서 살게 되는 계획을 세운 황천도가 겪는 고국에서의 아슬아슬 줄타기의 인생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그가 겪는 애환은 또 다른 한 인생의 단면을 보인다.

 

저자는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가미해 인간들이 역사라는  굴레와 나라의 위정자들에 의해 결정지어진 운명을  어떻게 개척하는지, 그 개척의 의미가 과연 자신에게 어떤 희망을 보이는지를 스릴을 통해 보인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강은태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안 하면서도 끼니 걱정을 하지 않고, 솜털처럼 부드러운 비단옷을 입고 따뜻한 솜이불을 덮고 자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하고도 완벽하게 강은태로 살아야 했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이나 ‘써머스비’, ‘리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황천도란 인물의 행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 행동들은 과연 나라면 이런 상황이 닥쳐온다면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를 묻게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숙명 앞에  삶과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인 강은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황천도의 삶을 통해 역사와 시대적인 비극의 모습을 보인 책이라 책 제목이 다시 한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다.

삶과문학의경ㄱㅖ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다 – 김종회 문화담론
김종회 지음 / 비채 / 2019년 5월

어떤 사람의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내자면 때론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치 지어낸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이는 삶에서 차지하는 문학이란 장르를 생각하게 만들며 문학이란 어떤 허구적인 상상의 발로에서 시작되는 부분이 들어있지만 분명 이렇듯 인간의 지난한 삶을 반추해볼 때 연관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의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바로 이러한 연장선에서 생각을 하게 했다.

 

제목 자체가 어렵게 받아들여졌음에도 내용은 그동안 무심코 읽어왔던 문학의 범주와 그 연장선에 있는 삶에 대해서 연신 생각을 해보게 한다.

 

모두 다섯 장, 55 꼭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특히 새로운 신조어인 ‘디카시’를 다룬 부분에서 신선함을 던져준다.

 

 

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로서 위의 새로운 신조어는 어플처럼 다뤄진다고 보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의 문학의 경계 부분에서 시작해 경계를 좀 더 넓혀 재외 문학, 번역문학, 한국문학과 북한 문학까지를 두루 다룬다.

 

자신의 개인적인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요즘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는 중국문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방위적인 폭넓은 이야기들은 문학의 또 다른 범위를 알려주고 있어 흥미를 일으킨다.

 

특히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알아가는 점을 들어 이야기한 부분은 군포 도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군포가 ‘책과 독서의 명품도시’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까지 노력한 점들을 다룬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의 내용 중에 드러난 어떤 부분들을 연계해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아가는 경험이 있듯이 이 책을 통해 저자의 경험과 연륜이 쌓여 드러난 지식의 내용을 흡수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 책이었다.

 

작가는 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는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삶 자체가 바로 문학을 통해 진실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학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하다.

 

 

특히 향토문학에 대한 부분들, 이병주 작가의 책을 언급한 부분이나 다른 작가의 문학들을 이 책을 통해 접해 보니 새삼 다시 들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며 한국문학의 저변 확대와 범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종횡무진 문학에 대한 많은 것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브링 미 백

브링미백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전 작품들을 통해 충분히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작가의 신작이다.

 

심리 스릴러의 전형처럼 보이는 진행은 이미 이런 패턴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여전히 궁금증 유발과 호기심, 도대체 왜?라는 의문까지 더해지면서 몰입의 강도를 높인다.

 

아버지의 폭력과 엄마의 죽음 이후 집을 가출한 레일라, 스코틀랜드에서 영국으로 오면서 첫 만남을 통해 첫눈에 반한 핀과 사랑을 하게 되고 그들은 완벽한 커플로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돌연 자취를 감춘 그녀, 그녀가 남긴 흔적이라고는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뿐이다.

 

끝내 레일라의 행방은 찾을 길 없는 상태로 12년이 흐르고 지금 핀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레일라의 친언니 엘런이다.

 

추모식에서 만난 이후 눈동자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느낌과 행동을 보인 엘런을 통해 핀은 그녀를 보면서 레일라를 떠올리게 되고 이후 차츰 가까워지면서 다른 느낌의 사랑을 하게 되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일라를 봤다는 신고를  경찰로부터 전해 듣게 되고 이후 집 앞에 놓인 마트료시카 인형의 제일 작은 인형이 계속 나타나면서 레일라의 존재감을 핀은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다.

 

메일을 통해 핀에게 계속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방식을 보인 그는 누구인가? 정말 레일라인가? 아니면 레일라를 빙자한 전혀 새로운 미지의 인물인가?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핀과 레일라의 독백 형식으로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을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간 불신과 배신감, 과거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결심의 결과물들….

 

이미 책을 통해 내용을 반추해가는 과정들 속에 독자들 중 일부는 레일라의 존재애 대해 어떤 감각을 통해 느낌을 받으며 읽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과연 레일라가 살아있다면 그녀는 12년이 지난 이제야 이런 일들을 벌인 것일까?

심리 스릴러답게 모든 적재적소에 의문과 의심의 미끼를 던져놓고 진행을 벌이는 저자의 패턴은 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어지지만 이 책에서 보인 또 다른 반전의 맛은 새로운 맛의 스릴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끝까지 모른 척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 과거의 그녀,  그녀와 언니의 비밀들, 사랑이란 이름으로 두 여인을 사랑한 한 남자의 기막힌 인생 이야기, 한번 펼치면 다음 진행이 궁금해져 책을 놓을 수가 없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올드스쿨

올드스쿨올드 스쿨
토바이어스 울프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인 토바이어스 울프의 작품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1960년대  닉슨이 물러나고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오른 이 시대에 화자의 중심으로 그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학생으로 사립학교에 들어간 화자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환경에서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자신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것 외에 스스로의 자립으로 성취를 이룬 것만 인정한다는 동의하에 이루어진 선의의 경쟁은 이 책의 초반에 등장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그런 가운데 화자가 활동하고 있는 문학 클럽활동인 문학잡지 <트루바두르>는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나 투고를 할 수 있고 채택이 된다면 그것 또한 자랑거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학교의 전통이자 자랑거리라면 유명 작가를 초청해서 작가가 여러 글들 중 선택해 뽑힌 학생과 면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미 교장과도 친분이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경연은 화자의 동급생이자 문학잡지 <트루바두르> 편집장 조지 켈로그가 뽑히는 영예를 안는다.

 

이후 화자는 다음 초청 인사인 아인 랜드의 작품에 빠져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에 벗어나 작품에 흠뻑 빠져 작가의 글 속에 녹아 담긴 그 모든 것에 대해 완벽함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나 이마저도 허구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바탕 위에 드디어 헤밍웨이가 초청인사로 오게 되는  과정들은 그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은 정도의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한편 화자는 5년 전 여학교의 여학생이 쓴 글을 읽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같은 제목의 글을 써서 드디어 뽑히게 되지만 이는 곧 표절이란 이름으로 발각이 되면서 퇴학과 유명 대학마저 입학을 할 수 없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이리저리 떠돌던  생활의 연속,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화자는 모교였던 학교로부터 초청 인사이자 선배의 자격으로 강연을 해 줄 것을 부탁받게 되는데…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뒤편의 해설을 읽어보니 화자와 저자의 삶이 너무도 많이 닮아있다.

그것이 문학이란 토대 위에서 보이는 진실과 허구의 적절한 묘사와 긴장감을 유도한다고도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만큼 화자가 갖춘 환경들이 자서전처럼 비친다.

 

 

 

이를테면 유대인이지만 가톨릭교도처럼 생활하는 모습들,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들었던 흥얼거림이 나치 행진곡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홀로코스트를 격은 학교 수위 앞에서 무심코 콧노래로 흥얼거린 사건의 진행은 미국 내에서 존재하는 유대인들이 갖는 의식들과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들, 같은 가까운 학우 사이라도 같은 유대인이지만 결코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다는 식의 의식들은 특히 사립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의식 내지는 자신의 혈연 뿌리에 대한 인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읽으면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클럽 활동이 연상되기도 하고 리플리처럼 자신의 환경을 다른 동경의 대상인 환경 속으로 들어가고자 애를 쓰는 계급의 불합리함 들을 함께 느껴 볼 수도 있었던 책이었다.

 

 

 

문학에 대한 애정이자 고해 형식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저자의 삶이 투영된 부분들이 많은 만큼 청춘의 한 시대를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처음 접한 작품이지만 느낌이 좋은 책, 앞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나이트 워치

나이트워치

나이트 워치/  세라 워터스 저/엄일녀 역
문학동네 | 2019년 05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쓴 3부작 <벨벳 애무하기>, <끌림>, <핑거 스미스>를 잇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났다.

 

 

전작이 빅토리아 시대를 관통했던 레즈비언들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시대를 훌쩍 넘어 1940년대를 무대로 삼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는 많지만 특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다룬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같은 맥락이되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소설은  3인칭 시점으로 시대를 역순하며 보인다.

총 3부로 나뉘어 등장하는 시대, 1947, 1944,1 941 순으로 역행하는 진행은 전쟁 전후의 모습을 더욱 각인시킨다.

 

 

레즈비언 케이는 전쟁이 끝난 후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는 여인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는 야간 구급대원, 즉 나이트 워치로 활약하면서 연인인 헬렌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 그녀는 왜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헬렌은 연인 줄리아와 동거 중이다.  그녀 또한 줄리아에 대한 질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고 과거에는 시청 부서에서 일했지만 그녀 역시 전쟁이 준 영향으로 지금은 결혼정보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덩컨은 징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교도소 수감을 한 경험이 있다. 양초 공장에서 일하던 중 어느 날 프레이저가 기자 신분으로 가십거리를 취재하기 위해 공장에 오게 되는데 프레이져 역시 병역을 거부한 이유로 덩컨과 같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했었다.

두 사람의 만남, 정확히는 덩컨은 당황하게 된다.

 

 

한편 덩컨의 누나인 비브는 레지라는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가지고 있다.

헬렌과 같은 결혼정보업체에서 일하는데  불륜이란 관계를 숨기기 위해 몰래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두 사람이 일하는 곳에 프레이져가 방문을 하게 되고 비브 역시 프레이져의 방문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케이의 친구인 미키 또한 전쟁 후에 정비소에 일한다.

 

이처럼 6명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반추하며 이어가는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크게 케이, 헬렌, 줄리아의 관계를 그린 커플들 사랑 이야기와 비브와 레지의 불륜을 다룬 이야기를 통해 당시 그들이 무엇을 원했고 잃었으며 전쟁이란 참혹함 속에 인간들이 갖고 있는 욕망과 사랑들을 담아낸다.

 

 

무사히 전쟁을 견뎌냈고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의 상실 이야기, 과거로 돌아갈 수록 더욱 빛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 보인 진행은 기존의 작품들과 연이은 이야기의 연작인 듯하면서도 시대의 변경에 따른 새로운 시도의 이야기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오사카사람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일본 문학을 접하다 보면 우리나라처럼 지방 사투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간사이 지방이 익숙한데 번역자의 고민 중의 하나가 의미 전달과 단어의 맛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전달할까 하는데서 오는 애로점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접해 본 일본문학의 사투리를 우리나라 지역의 사투리로 바꾸어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읽다 보면 아~ 이런 의미의 말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 책은 마스다 미리 컬렉션 2로 나온 책이다.

자신의 부모님과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삼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글이다.

 

일본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녀가 적은 글들을 통해 오사카의 배경이나 오사카 출신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뉘앙스, 특히 오사카 출신의 개그맨들이 많다는 사실이 마치 우리나라 개그맨들중 어떤 지역 출신이 많다더라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부터 일찍 상업이 발달한 도시답게 사람들 자체가 무척 붙임성이 있고 누구에게나 쉽게 친화성 있는 기질이 있다는 것을 보면 이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도 싶은데 책 속에 들어있는 만화가 같이 곁들여져 있어 한층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자신은 일찍 도쿄로 진출해 고향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빈도가 적어졌지만 물건값을 깎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고향 사투리가 나오게 된다는 말엔 나라의 국적을 떠나 사람사는 모습들은 비숫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사카2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특히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고 표준말을 쓰다 갑자기 고향 사투리를 쓰게 되면 그 자신 스스로 자연스러운 모습의 표현으로 나오는 그 장면이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흥과 정도 많은 지역답게 먹거리 또한 어딜 가면 무엇이 유명하다란 인식이 있는 만큼 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다코야키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방문해서 그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지방의 사투리에 대한 미묘한 차이점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지역 간의 사투리 억양과 말투는 여기서도 같은 모양이다.

 

한 예로 알고 있는 지인은 같은 도(道)라 하더라도 남, 북의 사투리가 약간씩 다르단다.

우리는 그저 같은 사투리로 알아듣고 이해하는 수준인 단어의 억양이 본토박이 사람들에겐 확연히 구분된다는 사실로 보아도 일본 또한 오사카 지역의 사투리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같은 나라 안에도 이렇듯 천차만별의 특징을 지닌 지역이 있다는 사실, 소위 말하는 지역 간의 나쁜 인식이나 말들은 지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같이 느끼며 읽었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사카1

 
대충 넘어가도 될 부분들의  세심한 묘사와 글들을 통해 그녀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향심과 그 속에서 자라고 살아온 느낌을 충분히 느껴가며 읽은 책이기에 이런 고향을 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한 책이다.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몬태나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미국의 송어낚시」,「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임신 중절」​에 이어 만나본 작품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임신중절이 가장 읽기 쉬웠고 작가의 글에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고 할 만큼 리처드 브라우니의 글은 읽으면서도 생각을 곱씹어 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작가다.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자살로 마감한 탓인지 이 작품을 접한 분위기는 여전히 전 작품들처럼 비슷하면서도 공간 동이 있는 터라 좀 더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그가 1970년부터 1978년까지 미국 몬태나와 일본 도쿄를 오고 가며 글을 쓴 131개의 에피소드를 모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실제 특급열차라고는 했지만 미국과 일본을 오고 갈 때 특급열차는 없었을 것이고 비행기라는 수단을 이용했지만 마치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지게끔 언제라도 훌쩍 이곳과 저곳을 옮겨가며 떠날 수 있다는 가벼움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짧게는 한 장,길어봐야 4장 정도의 글로 이어진 에피소드는 미국과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들어있고 친구 이야기, 다른 도시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미지의 형성과 그 이미지를 글을 통해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대한 느낌을 타 작품들보다는 많이 느끼며 읽은 책이다.

 

일례로 가벼운 에피소드-

그의 일본인 부인과 자신인 미국인이 갖은 ‘반품’에 대한 생각들이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택배와 온라인 쇼핑 형성이 활발해져 반품의 개념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반품에 대한 인식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당연한 반품에 대한 생각 차이는 인간이 갖는 환경의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지를 알 수 있는 한 부분이었고 그가 이 책을 쓴 후  자살했다는 것을 볼 때 글의 분위기는 고독과 쓸쓸함, 점점 노쇠해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현상과 그 자신의 모습들을 반추해 보면서 쓴 것은 아니었는지를 상상해보게 된다.

 

한때 성서처럼 갖고 다녔다는 그의 다른 작품과는 별개로 여행이 주는 생각들을 볼 수 어 단편 여행기이자 골고루 맛을 볼 수 있는 느낌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재능을 좀 더 활발하게 이어갔더라면 좋았을 작가라 이 책을 읽은 후엔 더욱 그의 작품을 둘러보게 한 작품이었다.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카트린메디치딸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조합을 잘 이용한 작가 중 한 사람인 알렉상드르 뒤마-

 

어린 시절 읽었던 삼총사나 몽테크리스토 백작, 그리고 검은 튤립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손에 땀을 쥐고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하는 매력을 담고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이 책 또한 서양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종교의 대립과 궁중의 권력암투, 그 가운데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배경인 주인공 카트린느의 딸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던 여왕 마고다.

마그리트를 애칭으로 마고로도 부른 것 같은데 기억하기로는 이자벨 아자니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것으로 안다.

 

 

유럽의 모든 권력의 중심으로 권세를 휘둘렀던 막강한 세력인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사실들로도 이미 접해 왔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카트린느는 자신의 아들 왕위 계승을 위해 딸 마그리트를 신교를 믿고 있는 프랑스령 나바르 앙리에게 시집을 보낸다.

 

당시 시대상으로 카트린느는 점성술에 푹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점괘가 자신의 아들이 승계를 하지 못하고 앙리가 한다는 말에 아마도 딸보다는 아들의 승계가 우선인지라 아름다운 딸을 상대에게 보내는 결단을 보인 엄마로 비친다.

 

구, 신교 간의 화합의 장으로써 결혼이란 결속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윈윈 전략처럼 보인 결혼식은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로 일컬어지는 결혼식 날 밤에 사건이 벌어지면서 앙리의 목숨은 위태롭게 된다.

 

딸인 마그리트가 자신의 뜻을 따라줄 것으로 믿었던 카트린느에게 마그리트는 앙리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딸이지만 자신의 기로에 선 인생의 선택에서 결국 앙리와 정치적인 동지로 결속을 다진다.

 

당시 시대에는 정부(情婦)를 둔다는 것이 그냥 통념상 누구나 둘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처럼 보인다는 사실과 부인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정부를 두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보인다.

 

앙리가 마그리트와는 정략적인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사랑하는 여인을 두었다는 사실, 마그리트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백작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긴장감 외에 로맨스를 가미했다는 점이 저자의 노련한 구성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삼총사에서도 나왔듯 시대의 분위기상 남자들의 우정이 종교는 달라도 끈끈히 이어가고 협력을 보인다는 점은 지금의 시대에 비추어 봤을 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끊임없이 조여 오는 서스펜스 역사물의 전형으로 이어지는 긴박감 있는 전개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종교란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양상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야기 곳곳에 스며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통해 역사를 알아보는 재미도 곁들인 책, 영화보다는 책의 내용이 훨씬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그녀와그녀의고야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원작이다.

 

따뜻한 색채의 감성 있는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의 내용은 데뷔작으로서 소설로써 만나게 된 만큼 요즘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감성으로 만나볼 수가 있다.

 

우리들은 믿었던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경우들이 있다.

상대가 계획적으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던, 우연찮게 건넨 말과 행동이었든 간에 나가 받는 그 충격은 믿었던 상대에 대한 실망감과 동시에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심의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은 경우가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저마다의 사연들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삼각관계,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여학생, 방에 홀로 나오지 않는 소녀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가 인연이 있거나 스치듯 지나가면서도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는 고양이들이다

 

고양이엽서

 

초비, 미미, 쿠키, 구로로 등장하는 동물들과 사람과의 인연은 소설가 ‘나가카와 나루키’의 필력과 애니메이션의 합작으로 세 가지 에피소드를 더해 4편의 공감 있는 이야기로 완성했다.

 

흔히 고양이들은 냉정하고 깔끔한 성질을 가졌다고 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인간의 사연들처럼 각기 다른 환경에서 만남과 인간과의 정서교류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간에게 상처 받은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인간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러한 분위기의 인연은 오히려 상처 주는 인간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애묘인으로서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 것이고 비 애묘인이라면 이 기회에 고양이란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정서적인 위안과 감동을 전해주는지를 알아가는 책이기도 할 것 같다.

 

 

원작자의 기존 작품들을 접한 독자라면  이 작가의 데뷔작을 통해 초년의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느낌을 충분히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힐링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사랑했던모든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사랑의 감정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이 존재하지만 특히 짝사랑만큼 아픈 사랑이 또 있을까?

 

상대가 나의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는 경우라도 모른 척하거나 외면했을 때, 또는 아예 자신의 사랑의 감정을 꽁꽁 숨기고 전혀 티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그 모든 사랑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짝사랑이란 감정은 실로 야속하기도 하고 아픈 마음의 실연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특히 풋풋한 청춘들의 좌충우돌 사랑의 진실된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라면 또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은 이야기를 만나본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가 그린 이 로맨스물은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이기도 한 혼혈 여학생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가족 이야기이며 또한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이뤄나갈지도 궁금하게 여기는 이야기의 흐름을 그린 작품이다.

 

누구에게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성격이 아닌 라라 진은 홀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연애편지를 쓰고 간직하는 여학생이다.

 

그런데 어는 날 자신이 쓴 그 연애편지가 모두 발송되어버린 사고가 터져버리고 그 연애편지를 받은 당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언니의 전 남친이자 가족과도 친하게 지내는 조시 오빠가 있다는 사실은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데 설사 언니와 오빠가 헤어졌더라도 완전한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던 상태라 곤란한 처지에 놓인 라라 진-

 

결국 이 모든 것을 그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 위한 묘책으로 떠오른 것이 학교의 인기 있는 피터와 계약 연애를 시작한 것으로 사랑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피터 또한 자신의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고려하고 있었던 상태라 이 둘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연애를 시작하는데…

 

설정이 전형적인 로맨스의 취향을 풍긴다.

만약 뜻하지 않게 나가 간직한 편지의 내용들이 당사자에게 발송되어버린다면, 정말 라라 진처럼 난감할 것 같다.

 

아무리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속마음은 속일 수 없는 것이기에 짝사랑에 대한 진심을 또 한 번 거짓으로 포장해야만 한다는 그 사실이 슬플 것 같기도 한데 라라 진은 이 기회를 오히려 또 다른 남자인 피터와 계약 연애란 방식을 취하면서 다른 사랑의 발전 가능성을 진행한다는 데에 독자들을 설렘을 가지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피터와 진의 계약조건에 해당되는 계약서 내용은 유쾌하면서 귀엽기도 하고 아빠와 딸들만 사는 가정의 일반적인 대화나 때론 가장 친한 동료면서 선의의 경쟁 상대이기도 한 언니와의 솔직한 자매간의 대화들은 여타 보통의 가정 모습을 그대로 보인 장면 같아서 한층 읽는 즐거움을 준다.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다음  이야기에선 진과 피터, 그리고 조시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청춘들이 서툴고도 상큼한 로맨스가 잘 표현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