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께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아파트 마당에 몇 그루 있는 대추나무에서 대추가 영글어 가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 오니까 그 무덥던 여름이 자취를 슬그머니 감추면서
어느새 대추가 저렇게 익어가고 있다.
고향집 장독옆에 큰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무도 컸고 대추도 많이 열렸었다. 아버지는 추석 대목장에
잘 익은 대추를 부대자루에 한가득 따서 장에 내다 팔아서
제수장을 봐오곤 하셨다.
효자 대추나무 덕에 우리집에서는 추석 장보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어느핸가 그 대추나무가 잎이 오그라 들면서
말라버리고는 대추가 열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대추나무가 미쳐 버렸네 하면서 베어버렸는데
그 후 나는 공부를 한다고 도시로 떠나와서 다시 대추나무를
그 자리에 심었는지 안 심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낮에 아파트 마당을 돌다 익어가는 대추를 보니 문득 고향생각도
나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이라는 시도 생각나서 나무밑에 한참을 서성거렸다.
가지를 흔들어 몇 알을 따 먹어 보니 어느새 맛이 들었다.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짙다.
추석에는 더 맛있어 지겠지 ~~
초아
2016년 9월 2일 at 6:15 오전
어머, 저도 장석주 시인님의
대추 한알 기억하고 있어요.
참 좋죠.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죠.
오래오래 건강하셔요.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9:06 오전
이 시 간결하면서 좋지요?
김수남
2016년 9월 2일 at 9:20 오전
대추 보니 정말 고향 생각 많이 납니다.저도 이맘 때쯤 저희 마당 곁에 있던 대추 많이 따 먹었습니다.추석이 정말 가까와졌네요.무덥던 여름 잘 이겨내신 것 축하드립니다.행복하시고 건강하신 9월 맞으세요.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12:29 오후
고마워요.
대추가 어느새 맛도 들었어요.
아침에 두어개 따 막었거든요.
참나무.
2016년 9월 2일 at 1:05 오후
http://cfile28.uf.tistory.com/image/221CB740529097651F4B1F
*
광화문 교보 글판으로도 올라
저도 예전에 올린 기억이있네요…^^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2:54 오후
이 시, 정말 마음에 들죠?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의미가 다 녹아있는…
주말, 잘 보내세요.
손녀는 언제 가요?
나의 정원
2016년 9월 2일 at 4:52 오후
시가 이 계절에 어울리는군요.
갑자기 대추가 먹고 싶어집니다.^^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5:34 오후
이 시 참좋아요.
간결하면서 잘 표현했죠.
산고수장
2016년 9월 4일 at 2:34 오전
많은 대추를 영글게 하는 대추나무
참 복스럽습니다.
세상살이를 알게하는 것같은 대추한알,
참 좋네요.
빠른 회복 바랍니다.
데레사
2016년 9월 4일 at 3:24 오전
대추가 맛도 들고 무엇보다 많이 열렸어요.
우리 아파트에 열그루쯤 있는데 나무마다
가지가 휘어지게 대추가 달렸어요.
바위
2016년 9월 5일 at 1:15 오전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대추나무가 있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열매가 제법 튼실합니다.
이 나무는 아내가 아파트부녀회 회장할 때 옮겨 심었다고 아직도 자랑입니다.
오랜먼에 들렀습니다.
더위도 끝났으니 이젠 저도 글을 올려야 되겠지요.
건강하십시오.
데레사
2016년 9월 5일 at 7:55 오전
고맙습니다.
대추가 맛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