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 몇명이 모여서 점심을 함께 했다.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는 우리들, 휴전을 하던 해 졸업을 했으니
참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그래도 변함없이 만나면 서로 이름도 부르고 등도 치고 손도
잡으며 그때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사이들이라 참 편하고
좋다. 서로의 부모 형제를 기억하고 또 남편과 아내, 자식들을
다 기억하는 공통의 추억을 간직했으니 당연 이야기거리도 많다.
처음 서울사는 동창들끼리 모이기 시작했던 30여년 전에는 3,40명이
모였는데 이제는 열명내외로 모인다. 작고한 친구도 있고, 해외로
가버린 친구도 있고 아파서 못 나오는 친구도 있고….
오늘 모인 아홉명의 친구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본다.
무창이는 서울서 피난 왔었다. 밀가루 장사를 하는 집 아들로
나와 늘 1, 2 등을 다투었던 친구다.
그때 우리 담임선생님은 좀 특이해서 반장을 고정으로 시키지 않고
시험에서 1등하는 사람을 다음 시험때 까지 반장을 시켰는데 무창이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반장을 했는데 중학교 입학시험인 국가고시에서
내가 무창이 보다 3점을 덜 받아서 무창이는 경주시내에서 1등을, 나는
여학생중에서 1등을 했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원인모를 두통으로 몇년째 고생하고 있다. 오늘도
하는 얘기마다 통증 줄일려고 먹는 약 얘기만……
그리고 성자와 정식이는 둘 다 배우자를 사별하고는 동창끼리 재혼해서
서로 이름 불러가면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커플이다.
우리는 남편도 친구, 부인도 친구라 그 집에서 자주 모여서 논다.
동엽이, 교수로 퇴직했는데 이 친구는 오랜 세월 통풍으로 고생하고 있다.
오늘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내가 소고기를 건져 주면서 먹어도 괜찮겠니?
하고 물으니, 의사 시키는대로 했다가는 병으로 죽는게 아니고 영양실조로
죽으니까 아무거나 막 먹고, 그리고 약 먹는다고 한다.
화자는 5년전에 위암수술을 했는데 나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다.
키도 작고 몸도 작은데 얼마나 많이 먹는지… ㅎㅎ
그리고 종태, 이 친구는 일류대학을 나와 건설회사 CEO 까지 했고
돈도 많은데 여권도, 면허증도, 휴대폰도 아예 없다.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배낭매고 지하철 타고 근교로 다니는게
취미라, 우리에게 늘 놀림을 받는다.
명희, 여자이름이지만 이 친구는 남자다.
4월에 열리는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나간다고 자랑질이다.
500만원을 내고 신청을 했는데 뉴욕과 카나다 여행을 먼저 하고
마지막날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가했다가 귀국한다고 한다.
내가 서브 스리( 3시간 안에 마라톤 전 코스를 완주하는것)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이제는 서브 스리는 어렵고 서브 포는 얼마든지
할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격려의 박수를 쳐 주다가 명희가 입고
온 꽃이 수놓인 청바지에 그만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대구서 온 정옥이는 늘 우리집에서 자는데 몇 십년을 다니면서도
올때 마다 다른집에 가서 초인종을 눌러대서 내가 이웃에 민망할
지경이다. 휴대폰에 우리집 동. 호수를 저장해 주었지만 소용도
없다. 그리고 말이 어찌나 많아졌는지 정옥이가 하룻밤 자고가면
나는 몸살을 앓는다.
옛날 애인, 1, 2…. 에서 부터 아픈 얘기, 그리고 평생 직업 안 가진
남편하고 사느라고 고생했던 얘기… 끝도 없이 하고 또 하고
나를 완전히 돌아버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는 이 친구들이 소중하다.
앞으로 모이는 친구들 숫자가 더 줄어들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아, 더 많이 아프지 말고 더 많이 이상해 지지 말고
또 만나!
최 수니
2018년 3월 25일 at 9:59 오전
그렇군요.
동창이야기만 해도 책 한권은 하시겠어요.
다들 열심히 살아오셨고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이네요.
우리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그중에서도 데레사언니는 블로그를 하시니 더 대단합니다.
저는 언니와 오래 오래 블로그를 함께 하고 싶어요.
데레사
2018년 3월 25일 at 11:12 오전
고마워요.
우리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위블에서
스팸과의 전쟁 해가면서 여기서 놀기로 해요.
ㅎ
김수남
2018년 3월 26일 at 6:21 오전
언니! 초등학교 친구들 이야기 정말 너무 정답고 좋아요.저의 남편 이름과 같은 동엽님이라 그 친구 분 이야기는 더 관심 있게 보았어요.명희님이 보스톤 마라톤 오신다니 환영합니다.저희 구역식구 중 56살인 한 분도 4월16일 보스톤 마라톤에 참여해요.
어제 구역 예배서 들으니 보스톤 마라톤 중 Kiss Me라는 구역이 있대요.20킬로 미터 정도에 있대요 그곳에 위치한 여자대학교 여학생들이 나와서 응원하면서 “키스 미”하는 것이 전통이래요.언니 동창 분도 백인 예쁜 여성에게 맘 놓고 키스 할 수 있는 날인 것 힌트 드리세요.
달리면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키스하고 달릴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니 그것보고 보스톤 마라톤 참여하려는 사람도 있지않나? 싶어요.호호호…
저도 언니처럼 시골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여전히 카톡 단체방에서 만나는데 항상 반가운 친구들이에요.데레사언니,초아언니,수니언니!랑 또 이웃 분들과 저도 블로그 안에서지만 이렇게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해요.늘 건강하셔요.언니도 대단히 똑똑하셨어요.그 어려운 시험 여자 중 1등이라니 정말 장한 언니세요! 그 실력 여전하심을 축하하며 감사드려요
데레사
2018년 3월 26일 at 7:03 오전
고마워요.
초등학교 동창들이야 말로 격의가 없는 친구들이에요.
팔십이 가까운 할매 할배가 서로 이름 부르며 옛 이야기를 할수
있다는게 참 좋은거지요.
내가 여학생 키스얘기 꼭 해줄께요.
혹 성공했으면 나중에 알려 드릴께요.
無頂
2018년 3월 26일 at 2:17 오후
모두들 건강하게
20년 더 만나시기를 ~~_()_
데레사
2018년 3월 27일 at 4:11 오전
고마워요.
초아
2018년 3월 26일 at 7:44 오후
우와 한편의 단편소설은 읽은것 같아요.
어쩌면 그리도 재밋게 줄줄이 풀어놓으셔요.
연재하셔도 되겠습니다.
후편이 기다려질만큼 재밋어요.
전 학창시절 얘기라면 할게 없어요.
줄창 골골 아프기만했거든요.
결석은 아에 도맡아놓고 하고 조퇴도…
그래서 반에서 늘 꼴찌..
학교얘기만 나오면 기가 탁 꺾여요…ㅠ.ㅠ
데레사
2018년 3월 27일 at 4:12 오전
소설같죠?
이렇걱들 늙어가고 있어요.
지금 제주도예 와 있습니다.
산고수장
2018년 3월 27일 at 5:32 오전
오래오래 함께 이래만나서
짧지만 마음속 들여다보이는 말들하면서 지났으면 하는데
거기에 저도 끼워주세요.
제주도에 계시군요 즐거움줄 이야기
많이 안고오세요.
데레사
2018년 3월 28일 at 12:43 오전
네. 제주도 입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는 중십니다.
journeyman
2018년 3월 28일 at 2:54 오전
오래도록 지속되는 친구들과의 우정이 부럽습니다.
저도 데레사님처럼 받기보다 먼저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데레사
2018년 3월 28일 at 7:33 오전
오랜만입니다.
잘 계시지요?
지금 제주에 와 있습니다.
벤자민
2018년 3월 30일 at 11:37 오전
한국 사시니 다 좋은일도 많으시군요
저희는 한국 가면은 오히려 사람들을 잘 안만납니다
해외 살면 우리는 맨 그대로 정체되어 있고
한국사람들의 삶은 엄청 더 좋아져 있고 ㅎㅎ
그래서 저는 아애 제주도만 갔다온적도 있습니다^^
그 제주도에 계시군요
여기는 지금 부활절 연휴라 푹~ 쉬고있습니다
데레사
2018년 3월 30일 at 1:04 오후
싱가폴 딸도 부활절 연휴라고 막내데리고 모레 와요.
미국에 있는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라 학교에 그냥 있겠다고
하나봐요.
오늘 집에 갑니다.
장앵란
2018년 7월 20일 at 7:10 오후
데레사님!! 요새는 블로그 안하시네요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 아님 외국 나가 계신가 하고 궁금해 합니다
데레사
2018년 7월 20일 at 8:52 오후
아녜요. 꾸준히 글 올리고 있는데요.
위블이 잘 안보이나 봅니다.
염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