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단상

지난토요일은할머님기일이었습니다.

그래일요일에는일찍서둘러할머님산소에갔었지요.

할미꽃이있나우선살폈습니다.

할미꽃이머리를풀어헤친모습으로반겼어요

아!할미꽃

올해처음본할미꽃입니다.

지난봄남한산성에서보지못한아쉬움이한순간에물러갔습니다.

몇년전에보았던기억이되살아났고

그간휴일이아니어서봄엔가보지못했던거지요.

지난봄동강할미꽃붐이불었을때

할미꽃을무척촬영하고싶었으나

휴일도없는연속근무였고

어디에할미꽃이있는지도몰랐었지요.

꽃이진씨앗이나마볼수있음에감사했습니다.

디카가없어아쉬운대로핸폰으로몇장을잡았습니다.

봉분에있던할미꽃뿌리를발견한작은아버님이

"왠할미꽃이여기까지왔어!"하시면서

뿌리채뽑아손에쥔잡초와함깨움켜쥐실때

안타까운마음이들었던것은나의불효일까요?

할미꽃전설을떠올리며

할미님과의추억이문득생생해졌습니다.

아주먼옛날어느산골마을에어린두손녀만을키우며어렵게살아가는할머니가있었다.손녀들은자라서시집을가게되었는데언니는얼굴이예쁜덕에이웃마을부잣집으로,동생은아주먼곳가난한집으로시집을가게되었다.가까이사는큰손녀는할머니를늘구박하고소홀히대했다.할머니는마음씨착한작은손녀가그리워해짧은겨울길을나섰지만손녀가사는마을이가물가물내려다보이는고갯마루에서허기와추위로쓰러지고말았다.작은손녀는자기집뒷동산양지바른곳에할머니를고이묻었는데,이듬해봄무덤가에이름모를풀한포기가나와할머니의구부러진허리처럼땅을딛고진홍빛아름다운꽃을피웠다.

오후에산에가는길에동네생태관찰원에들렸었는데

뜻밖에도풍성한할미꽃을보았지요.

매발톱과같이무리를지어있더라구요.

영양상태가좋아서그런지꽃도아직있었습니다.

그런데반가움은야생에비길데가못되었습니다.

야생화가아닌인공으로가꾼모습이

자연산이아닌양식한물고기처럼와닿지않았기때문입니다.

척박한자연에서생존한야생화야말로진정한꽃이라할수있겠지요.

오늘은야생과인공을한꺼번에보는구나

봄에진작에와봤었으면하는생각을하며

남한산성으로향했습니다.

땀을흘리며망덕공원쪽으로헤서중턱을올라가는데

길옆의바위위에할미꽃잎새가보이는게아니겠습니까.

그길을그렇게도여러번갔었는데보이지않았던할미꽃이지요.

꽃은피지않은상태로바위위의움푹패인부분에뿌리를내린모습이

생태관찰원의할미꽃과비교하여멋지기그지없었습니다.

그런데누군가벚꽃나무가지를꺾어할미꽃옆에버렸더군요.

꽃을피우지않아할미꽃인지모르고있었는데

내년에꽃이피면산행객에게뽑히지나않을까걱정입니다.

나의사진찍는모습을보고

지나가던부부산행객도한마디하더라구요.

"할미꽃아냐?어느손목아지가캐가지않아야할텐데…"

이렇게해서

우연히하루에할미꽃을세번이나보았습니다.

아이들이어렸을때화분에할미꽃을심어놓고

잎이나고꽃이피고씨가달리고하던모습을지켜보면서

자연의맛을느끼려했었지요.

그러나이제는화분에심지않습니다.

실내의야생화는이미야생화가아니기때문입니다.

야생화에대한보호와사랑이퍼져나가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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