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인집에있으니태양이더욱뜨겁다.
멀리서매미소리가들려온다.
한풀꺾일만도한데수그러들지않는무더위다.
요즘말매미소리가소음이라고한다.
옛날의정취는사라지고소음으로전락한매미소리
그러나매미소리없는여름을여름이랄수있을까?
카메라가다가가도노래부르기에몰두한숫매미는달아나지않았다.
지난번에아파트베란다방충망에매미가찾아왔었다.
카메라로찍어두었으나화일을찾을수없다.
화일찾는다고땀만나고시간낭비만했다.
매미/정약용
채화정가엔두어가지에만매미가우는데/菜花亭畔數枝蟬
품석정앞엔매미가하늘에가득하구려/品石亭前蟬滿天
가사무더운날씨에이물건이없다면/藉使暑天無此物
천지사방이잠든듯이적막하기만하리라/寥寥六合只如眠
억천만변의깊은도리한법칙으로평론하듯/億變玄機一法評
온갖벌레도입으로만소리를낼수있는데/百蟲唯口始能聲
시험삼아보나니촘촘히봉함된곳에/試看密密封緘處
어느구멍이불어내어곡조마다청아한고/何覈吹翻各調淸
허물은벗어나무끝에대롱대롱달아두고/委蛻空空樹杪懸
굳은발톱으로나무를단단히안고있나니/猶然鐵爪抱持堅
이놈이날아올라신선이되는날에는/方其羽化登仙日
예부터아무도오르는걸엿본자가없다오/終古無人得覘天
이른새벽동산나무빽빽이드리운곳에/園木垂垂欲曙天
이슬젖은꽃함초롬하고주옹은잠들었을제/露花如沐主翁眠
청아한두어곡조전차소리방불하여라/鏦數轉鈿車響
이것이바로황종궁제일현의소리로세/這是黃鍾第一絃
열길누런느릅나무에해가더디올라라/十丈黃楡日上遲
태양빛빤짝빤짝잎새사이로엿보일제/金鱗碎碎葉間窺
악관같은매미가영신곡연주할줄을알아/伶官解奏迎神曲
동쪽끝의한들거리는가지를밀치며지나네/推過東頭裊裊枝
동쪽가지선한차례울고이미잠잠해지고/東枝一唱已安流
서쪽나무선비로소시끄러이울어대는데/西樹嘈嘈始礪喉
북쪽언덕남쪽제방의수많은나무중에/北埭南堤千萬樹
어느나무매미가가장선두인줄모를레라/不知誰個是都頭
북장고소리둥당둥당한두번울리다가/腰鼓鏜鏜一再鳴
슬픈현악노한관악과소리서로조화된듯/哀絲怒竹欻和聲
척공사륙소리는비록분변하기어려우나/伬仜伵雖難辨
요컨대이것이세곡조에구성이있도다/要是三周有九成
무심한기러기발재촉해청상조연주하니/無心促軫奏淸商
쓸쓸한소리연이어일만자나길어라/瑟瑟纚纚萬尺長
마치염노가부름받고잔치자리에나아가/好像念奴承召至
봄잠못다잔채애써무대에오른것같구려/春眠未了强登場
국이끓어만점이폴쏙폴쏙튀어오르듯/如沸如羹萬點跳
연잎물방울어지러이구르고불화살높이날듯/荷珠歷亂竹熛高
공손의칼춤으로서로한번대전한뒤에/公孫劍舞交鋒後
번쩍이는번개빛속에한번오전을시험한듯/飛電光中試一鏖
아침나절서쪽못물기운도향기로워라/近午西池水氣香
연꽃이두루피어서늘함을보내오는데/藕花開遍送微涼
수양버들은본디그대집물건이아니건만/垂楊不是君家物
해마다매미의연극무대가되는구려/歲作玄緌演戲場
띠싹같이하얀손으로고치무레를돌리니/繅車軋軋手如荑
솥안에든수많은고치실을뽑아내더니/抽出鐺中萬縷絲
듣자하니고치실켜는소리중단되어라/聽到繅聲中斷處
응당도르래를잘못저촉한때문이겠지/應緣誤觸轆轤敧
하나가새로대엽장을유창히엮어내매/一個新翻大葉章
곁에있던또하나가허둥지둥하니/從旁一個作匆忙
잠깐사이에둘셋이서로서로연달아/須臾二個連三個
방울소리들리는가운데일만말이달리는듯/鈴鐸聲中萬馬驤
온갖소리똑같이적막으로돌아가고/萬籟同歸寂寞天
한가닥남아서작은거문고줄되었는데/一條留下作幺絃
떨어진꽃흐르는물머물길바람이아니요/落花流水非要住
다만이남은슬픔을홀로서러워함이로세/只是餘哀獨愴然
호가의박자마다오만간장다끊기어/胡茄拍拍斷腸情
분양의비단찢는소리로변화하여라/化作湓陽裂帛聲
촌야에깊은원한알아줄사람없기에/村野無人知暗恨
그를욕하며공연히불평스레운다오/罵他空奏不平鳴
산나무어지러이헤쳐져잎잎이번득이고/山木紛披葉葉翻
검은구름비를몰아들판에이르러라/黑雲驅雨到郊原
높은데앉아표요하는생각만지을뿐이라/居高却作漂搖想
수많은숲은고요하여들리지않는다오/肅肅千林靜不喧
드러나게앉아문득까치의노림을만나고/淺坐偏逢野鵲窺
바람날개있어때로옮겨날기도하나니/風翎時復有遷移
고인의아름다운시구를그대는아는가/古人佳句君知否
매미가소리지르며딴가지로가는것을/蟬曳殘聲過別枝
지혜둔하여그래도속진을벗지못해/鈍根猶未脫塵埃
잘못아동들손에잡혀오기도하는데/橫被兒童捕捉來
비명소리겨우한번지르고말뿐이니/不過悲鳴纔一轉
중화의소리를어찌그대향해내려고하랴/中聲那肯向君開
황량한고사에는부처님전당무너지고/古寺荒涼佛殿頹
들못가에는뜻없는잡초꽃들이피었는데/野塘無意雜花開
비로소알건대천하에가장잘우는것들이/始知天下能鳴者
모두산중을향해약속하고왔나보구려/都向山中約誓來
서녘바람에지는햇빛어부의집에비치고/西風殘照在漁家
깃발같은수양버들물을향해기울었을제/柳髮如旗向水斜
두어줄기요가소리를거두어다가/收取數竹鐃吹響
모조리백로를따라평사로내려가누나/盡隨飛鷺落平沙
섬세한만각조소리점점가늘어지다가/慢角纖纖響轉微
바람불자소리멎고갑자기날아가더니/被風吹斷忽斜飛
기쁜자리에천성해친걸원망할것있으랴/歡場害馬何須怨
앞소리거듭다스려거문고를퉁기는도다/重理前聲按玉徽
누운버들불에타서속이이미썩었어라/臥柳經燒已朽心
쇠잔한두어가지그늘도못이루건만/數枝衰颯不成陰
가지끝엔아직도매미소리들리어라/枝頭尙作泠泠語
중랑의초미금을억지로닮았네그려/强似中郞焦尾琴
긴소리거두고바른소리로돌아와라/曼聲收了正聲回
지척에서나는소리먼데서들려온것같네/咫尺疑從萬里來
높은풍도를금세에누가따를수있으랴/今世高風誰可溯
여동래를거듭생각하게하는구려/令人重憶呂東萊
흐르는물높은산에이생각깊이쌓고서/流水高山積此懷
때가오면거리에서노래를부르나니/時來不免唱當街
무엇이아고무엇이정인줄을알려거든/欲知誰雅誰爲鄭
삼경에우는개구리소리를들어봐야지/聽取三更鼓吹蛙
번뇌와원통함의잗단소리둘도없어라/煩冤碎語未成雙
남쪽가락북쪽가락을다주관하지않고/不管南腔與北腔
별과달이비치는묵은담장아래서/恰似古墻星月下
귀뚜라미가비단창향해우는소리같구려/暗蛬寒蚻弔紗窓
붉은벌누런나비는모두가노둔하여/紫蜂黃蝶總迷癡
당장에한마디도돕지못하거니와/不敢當場贊一辭
유독잠자리는부질없는세상에들어와/最是蜻蜓空入世
전혀뜻한것없이앉아시간만보내는구나/絶無意處坐移時
극성스런늦더위밤에도푹푹삶아라/朱炎向老夜如燃
대침상깁휘장에안절부절잠못이루는데/竹榻紗幮耿不眠
극심한더위에매미또한잠에서깨어/甚熱始知渠亦寤
수정앞에서한번울어대는걸이제알겠네/一聲吹到水亭前
잠깐의생애가마치흐르는물과같아/一片年光似水流
세상에나서봄가을을알길이없나니/生來未許識春秋
지금은비록천지간에소리가가득하지만/縱然聲滿今天地
다만이형체가오래머물지못한다오/只是形骸不久留
미천한그몸뚱이본래부터공한것으로/是身微賤本來空
잿더미나썩은흙속에서굴러나왔으나/宛轉灰堆糞壤中
혀닳고입술타는걸어찌애석하게여기랴/舌敝脣焦那可惜
죽을때까지오직하늘이나송축할뿐이지/畢生唯有頌皇穹
주나라노래곡절은한나라때없어졌는데/周歌曲折漢時亡
어찌일찍이악부에한장이나마실렸던고/樂府何曾載一章
그러나이곡조는천추에변함없으니/此曲千秋無變改
균천의남긴악보가염황에서비롯되었네/勻天遺譜自炎黃
요동하는매미소리그대듣도록맡겨두지만/刁刁調調許君聽
뱉고마심이모두나만의법칙이있는지라/吐欱由吾有典刑
만인에게말해보아도알자가없나니/說與萬人無解者
입다물고조용히남은생을보냄만못하리라/不如緘口度殘齡
거문고산조(엇머리,자진머리)/원광호